미국의 테러전쟁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내년 5월말 열리는 2002 월드컵에 잔뜩 기대를 걸고 있던 정부와 재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월드컵대회가 테러목표가 되면서, 경기침체 탈출의 디딤돌 역할을 할 것이라던 '흑자 월드컵' 꿈이 깨지며 도리어 경기침체를 장기화시킬 악재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우려는 우선 외신들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미국이 본선진출 32개국 가운데 21번째로 월드컵 본선 진출국으로 확정된 이후 한국과 일본이 보복 테러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대상국이 될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독일의 슈피겔지는 "한.일 월드컵 과연 무사히 진행될까”라는 지난 8일자 기사에서 모두 9만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에서 열리는 월드컵때 미국에 대한 보복 테러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AFP통신도 지난 10일 '한국이 월드컵 보안을 강화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은 뉴욕 세계무역센터 자살테러가 발생한 직후 10개 월드컵 개최 도시 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했고 경찰특공대와 군.경합동 대책반이 이미 1만5천여명의 테러리스트 명단을 확보하고 공항과 항구를 통한 입국을 봉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도 서서히 우려가 표면화되고 있다. 김병주 서강대(경제학) 교수 등은 미국 테러 사태가 일어난 직후부터 “올해 한국방문의 해에 이어 내년 월드컵의 해에 거는 기대가 찬바람을 맞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하기 시작했다.
테러 공포감은 이미 월드컵에 직접적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내년 한.일 월드컵 보험을 맡았던 세계 제2의 보험사 프랑스 악사(AXA)는 국제축구연맹(FIFA)에 보험계약 파기를 일방통보했다.
김대중 대통령도 최근 미국 USA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9·11 테러 참사 이래 어떤 나라도 테러공격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특히 내년 5월 한국과 일본에서 열리는 월드컵경기나 3만7천명의 주한미군 등이 표적이 될 수 있다”고 테러 가능성을 시인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최근 확정한 제2차 추경예산을 통해 테러예방 비상대책 예산을 특별편성했다. 구체적으로는 석유비축 물량을 4백만배럴 더 늘리고(1천1백억원), 2백70억원을 들여 공항과 경찰의 대테러 장비를 보강할 방침이다. 또 테러집단의 사이버 테러에 대비해, 국가 기간정보시스템의 백업시스템 구축에도 3백37억원을 편성했다.
미국이 이번 보복전을 1∼2년까지 끌고갈 의지를 내비친 만큼 2002월드컵은 전쟁의 와중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오는 12월 월드컵 본선 조추첨 결과 미국과 영국은 물론이고 본선진출 가능성이 남아 있는 이스라엘, 이란, 호주 등 테러 위협에 직접 노출된 국가들이 대거 한국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게 될 경우 그 파장은 월드컵에 엄청난 부정적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다만 월드컵 본선에 처음 진출하는 중국팀의 한국내 조예선 배정이 이뤄지면 "대박이 터진다"는 기대감이 한가닥 희망을 주고 있다. 중국팀이 한국에서 경기를 치르게 되면 대규모 중국 관광객들이 한류열풍을 타고 한국관광에 나섬으로써 '중국 특수'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관광공사에서는 중국이 한국에서 경기를 하게되면 내년 월드컵 기간에만 50만명의 중국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7억∼10억 달러의 관광수입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 관광객은 5백32만1천7백92명. 이들 중 중국 관광객은 44만2천7백94명으로 8.7%를 차지했다. 이는 일본(2백47만2천54명)을 제외하고 미국(45만8천6백17명)에 버금가는 숫자다.
그러나 문제는 12월1일로 예정된 한일월드컵 본선 조 추첨에서 과연 중국팀이 한국에서 본선 조예선을 치를 것이다. 현재 일본도 7천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중산층의 상당수가 월드컵 본선경기 참관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 이들 중국관광객의 일본유치를 위한 다각적 대책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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