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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교황 누가 되나

올 봄부터 물밑 후보 경쟁

로마 가톨릭교회법에 의하면 교황은 추기경단에 의해 전임 교황이 죽은 후 15일 이내에 소집되는 추기경단 선거회(conclave)를 통해 선출된다. 클레멘스 9세(1523) 이래 이탈리아인 추기경만이 교황으로 선출되었으나, 지난 78년 요한 바오로 1세 사망후 폴란드인 요한 바오로 2세가 교황이 되는 교황선거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그로부터 23년이 지난 지금, 바티칸에서는 후임 교황에 대한 물밑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프랑스의 르 몽드 디플로메틱은 최근 바티칸의 교황 후보자 선정을 둘러싼 움직임이 올 봄부터 시작했다며 자세한 내부상황을 전하고 있다. 바티칸의 권력이동은 개혁과 보수진영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톨릭계뿐 아니라, 세계 정치권력지도에도 중요한 변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음은 보도 요지이다.

***교황선거단의 52%가 비유럽계**

교황 선출권을 갖고 있는 추기경단은 올 2월 44명의 새로운 추기경을 지명했다. 눈에 띄는 것은 로마 출신의 추기경이 10명이 추가됐지만 남미 출신 추기경들도 11명이나 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바티간의 조치는 전통과 보다 국제적 시각과의 사이에서 고민한 흔적으로 보여진다.

현재 추기경단은 1백85명이라는 사상최대 규모로, 그 중 1백35명에게 교황선출권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바티칸 법은 교황선출권자를 최대 1백2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교황은 나이제한 규정(80세 이하에게만 투표권 부여)으로 인해 15명의 추기경이 내년 선거일까지 자격을 잃게 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추기경단의 추기경 대부분은 현 교황이 임명했다. 추기경단에서 비유럽계 출신은 교황이 바뀔 때마다 늘어났다. 1903년에는 62명의 추기경 중 단지 2명만이 비유럽계였던 반면, 요한 23세때에는 비유럽계가 23명으로 늘어났고 바오로 6세때는 57명으로 늘었다.바오로 2세의 8번째 추기경 회의 이후 교황선거인단은 유럽인은 65명으로 전체의 48%에 그치고 있다. 반면에 16명의 북미계, 24명의 남미계, 13명의 아프리카계, 13명의 아시아계, 호주계 4명 등 비유럽계가 52%를 차지하고 있다.

유럽계 중에서도 특히 이탈리아계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데, 5세기만에 처음으로 이탈리아계가 아닌 교황이 나온 것과 연관이 있는 것 같다. 교황선출권자중 이탈리아인은 24명으로 17.8%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바오로 2세가 교황이 된 1978년의 25%, 20세기초의 61%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치다.
이탈리아인 시대가 끝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차기 교황은 이탈리아계나 심지어 유럽계도 아닌 다른 지역 출신중에서 선출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해도 지정학적인 배려나 인종적 문제가 교황 후계자를 결정짓는 제1위 요소라 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교황이 세계의 정신적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교황청내에도 여러가지 견해가 있어 후보선정의 최종단계에서 만장일치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적어보인다. 그대신 교황청의 앞날에 관한 중대한 안건에 대해 이탈리아계와 유럽계 등 다양한 인종들 사이에 합종연횡이 이뤄질 전망이다.

***개혁진영의 유력 후보들**

바티칸의 개혁론자들은 줄곧 주교 회의 방식을 수정하고 교황청 조직을 정비하는 한편, 과감하게 하부 교회로 권한을 위임하고 교황의 권한을 축소할 것을 주장해왔다. 그들이 주장하는 개혁방안에는 새로운 교회기구를 소집하고 타종교와의 대화 및 다른 문화권에도 받아들여지는 복음을 만들자는 주장을 포함하고 있다.
남미계 교황이 선출된다면 개혁론이 힘을 얻게 될 것으로 판단해 바티칸의 개혁진영에서는 지금과 같이 돈이 지배하는 세계에 가난한 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정신적인 상징이 될 인물을 선출하고 싶어한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차기교황 후보로 우선 오스카 안드레 로드리게스를 떠올릴 수 있다. 1942년 생으로 온두라스 테구치갈파 대주교인 그는 5개 국어를 구사하고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이며 심리치료학자로 인스브루크대에서 학위를 받았으며 도덕신학과 철학 박사학위자로서 물리학, 수학, 생물학과 화학을 가르쳤다.

로마 바티칸내 인물로는 온두라스 출신인 로드리게스 마라디가가 특히 주목받고 있다. 주교회의의 서기관으로 선출된 이후 (1994-2001) 그는 미국 에클레시아(교회)의 신자유주의를 비판하고 대미 선교프로그램을 제안한 논문을 쓴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교황으로 선출되면 틀림없이 교황청의 전략으로 이 논문을 활용할 것이다. 아메리카 대륙 분 아니라 제국주의적 경제와 대다수의 빈곤국과의 떠오르는 갈등을 이슈로 삼을 것이다.

라틴계 후보를 지지하는 측은 최초의 아메리카계 교황이라는 상징적 가치를 강조한다. 가톨릭신도의 50% 이상을 라틴계가 차지하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혁진영은 아직 라틴계 교황 선출에 대해 전략적으로 분명한 합의를 보지 못한 상태다. 일부 개혁론자들은 라틴계 교황이 등장하는 것이 시의적절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바오로 2세의 이상주의적인 비전과 교황청의 중앙집권적인 구조 사이에 너무 큰 간극이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서는 교황에 앞서 우선 비전을 실천해나갈 권력부터 획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안으로 지목되는 인물이 조바니 바티스타 레이다. 그는 교황이 44명의 새로운 추기경 리스트에 맨윗자리에 올려놓을 정도로 촉망받는 인물이다.
바티칸 전통에 따르면 교황이 강력하게 미는 인물이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레는 1934년 롬바르디 브레시아 교구에서 태어났다. 바티칸의 국무원장으로 일했고 주교 상임위원회 서기였다. 또한 그는 바오로 2세의 신임받는 고문이자 대리자이다.

레같은 인물이 교황이 돼야 교황청의 내부 분열을 수습해 교황청의 개혁을 이끌고 지난 90년대의 중앙집권적 정책으로 잃었던 산하교회의 권한도 되돌려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러 나이많은 교황이 선출될 수도**

이밖에 개혁진영내에서는 카를로 마리아 마르티니가 지지를 받고 있다. 예수회 신자로서 신앙적 자질과 교황청이 당면한 문제들에 대한 식견, 가톨릭교와 타종교간 화해, 교황청 산하 최대 교구인 밀라노에서의 선교 경험 등으로 중량감 있는 후보로 지목되고 있다.
그는 최근 추기경회의에서 교황의 권한에 대한 개혁을 지지하는 연설을 함으로써 명석한 두뇌와 신중함을 겸비한 인물임을 인정받으면서,시카고 교구의 프란시스 유진 조지처럼 보수적인 일부인사들조차 마르티니를 고령(74세)에도 불구하고 지지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할 정도다.

그는 카리스마가 강한 인물이기보다는 교황청의 미래만을 생각하는 교황이 선출되기를 바라는 선거권자들의 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는 현재 마르티니는 밀라노 교구에서 물러나 예루살렘에서 성경 연구에 다시 몰두하고 있다.

마르티니가 후보로서 주목이 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약점이라고 할 노령이다. 나이에 관해서 흥미로운 통계가 있는데 역사적으로 재임기간이 길었던 교황 뒤에는 후임교황은 대개 재임기간이 짧았다는 통계가 있다.
바오로 2세가 장기재임을 한 뒤라 추기경들은 다음번 교황은 재임기간이 짧을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을 선호할 것이라는 예측이 여기에 근거해 나온 이야기다.

마르티니는 3분의 2 이상 또는 과반수를 획득하지 못한다면 디오니기 테라만치가 또다른 후보가 될 수 있다. 그는 제노바 출신으로 개혁진영과 중도파의 양진영에서 무난한 인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934년 밀라노에서 태어난 테라만치는 도덕신학자로서 세계화 시대에 생물학적윤리학과 경제윤리학 분야를 개척한 학자다. 개혁적 입장을 유지해온 그는 교황청의 중앙집권적인 제도에 도전해왔다. 이탈리아 중부의 안코나의 대주교로 교황의 도덕회칙 공동편집자인 그의 성향은 일관되어 왔다. 테라만치는 1999년 유럽 주교회의에서 개혁적 연설을 하면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테라만치는 오늘날 교회의 위기를 개혁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신념을 보이는 점에서 마르티니와 비슷하다. 레의 절친한 친구로서 테라만치는 레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수진영의 유력 후보들**

바티칸의 보수진영에서는 안젤로 소난도가 대표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교황 후보 중 가장 정치적인 성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그는 1927년 피에드몬트의 이솔라 다스티에서 태어났다. 그는 교황청 대사로서 칠레의 피노체트 정권 시절 활동했고 전통을 따르는 추기경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소난도 자신이나 그가 선택한 남미계 후보도 경쟁에서 탈락한다면 소난도는 투린 대주교로 새로 임명된 세베리노 폴레토를 밀 것으로 보인다. 폴레토는 지난해 소난도의 출생지인 아스티의 주교였다. 그가 후보로서 떠오른 것은 신앙적 자질이나 사제로서의 자질이 뛰어나고 소난도의 후원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소난도와 조세프 라친거를 포함한 교황청 선거인단과 근본주의자 진영의 연합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근본주의자 진영은 남미계 추기경 다리오 카스트릴론 호요스와 알폰소 로페스 트루질로 교황청 의회 의장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들은 모두 소난도에게 신세를 진 사람들이다.

다음으로 유력한 칠레의 신학자 요르게 아르투로 메디나 에스테베스는 라친거와 제2 바티칸 평의회 때부터 인연을 맺고 있다. 그는 프리섹스에 대해 도덕십자군운동을 주도하고 칠레의 민주연합에 반대투쟁을 이끌었던 인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계 진영에서는 1928년 생인 볼로냐 대주교 자코모 비피를 후보로 가시화하고 있다. 그는 가톨릭교회가 역사적으로 범한 오류에 대해 사과하는 것을 반대하고 타종교간 대화에 비판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토프 쉔번도 비피처럼 가톨릭교회의 무오류성과 절대성을 강조하는 성향의 후보다. 그는 빈의 대주교로 도미니카사람으로 가톨릭 교회 교리문답을 새로 낸 편집자이기도 하다. 쉔번은 라친거나 비피같은 엄격함이나 거침과는 다르게 대화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쉔번은 강경파와 보수적 가톨릭진영과 폭넓은 연대를 갖고 있다. 그러나 그는 상대적으로 젊은 1945년생이다. 이 점이 쉔번에게 불리하게 작용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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