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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으로 주식투자 돕다니

진념 경제팀의 반도덕적 증시부양책

지난해 8월7일, 진념 재정경제부 장관이 이헌재 전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했을 때 종합주가지수는 684였다. 진장관이 취임 다음날인 8일 가장 먼저 던진 화두는 ‘증시 부양’이었다. 그후 지난해말의 근로자주식저축 부활을 비롯해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방안 등이 모색된 결과, 실제로 지난해 10월부터 지난해말까지 국민연금 등 4대 연기금으로부터만 1조8천억원이 증시에 투입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 장관 취임 1년2개월이 지난 9일 주가는 400대에 머물렀다. 야당에서 경제를 망친 경제팀을 바꾸라는 압박이 잇따랐다. 그러자 진념 경제팀은 민주당과의 당정협의를 거쳐 야심찬(?) 제2차 증시부양책을 내놓았다. 부양책의 요지는 “주식투자를 하다가 손실을 입어도 1인당 3천만원 한도에서 원금의 상당부분을 세금으로 보장해 주는 국민저축조합을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도입하겠다”는 세계증시사상 초유의 부양책이었다. 정부의 화끈한 지원책에 힘입었는지 종합주가지수는 가뿐히 500대로 올라섰다.

정책발표후 주가만 놓고 보면 진념 경제팀의 2차 증시부양책은 일단 시장으로부터 환영을 받은 셈이다. 주식투자가들이 나중에야 어떻게 돼든 일단 주가가 오르면 만족하는 ‘단세포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국내 대다수 언론도 정부의 이번 조치를 9.11테러로 세계동시불황 위기에 직면한 위기상황하에 부득이한 ‘한국형 경기부양책’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내년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부 실정을 사사건건 비판해온 야당도 주식투자가들의 표를 의식해서인지 이번 사안에 관한한 침묵으로 승인했다. 외형상 모두가 만족하는 분위기다.

***연기금이 가장 만만한 ‘봉’**

재경부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몇 가지 추가 증시부양책을 내놓았다.
우선 4대 연기금에 대해 연말까지 증시 투자를 약속하고도 아직 하지 않은 미집행분 1조2천억원을 추가투자하도록 지시했다. 올 들어 4대 연기금이 증시에 쏟아 부은 돈은 7월말까지 1조3천억원에 이른다. 올해의 심각한 증시침체 상황을 고려하면 결코 적지 않은 액수다. 그러나 가을 정기국회가 열리자 대다수 여야의원과 상당수 언론은 “4대 연기금이 지난해 4.4분기에는 1조8천억원을 투자했으나 올해는 1조3천억원밖에 투자 안했다”며 추가투자를 압박했고, 정부는 이 주문에 따른 것이다.

경제팀은 이와 별도로 5조원의 연기금 투자풀을 조기에 구성토록 지시했다. 당초 10조원을 구성하려 했으나 연기금의 반발이 크자 우선 5조원짜리부터 구성키로 한 것이다. 진념팀은 이밖에 은행,생명보험사들을 끌어들여 ‘제2차 증안기금’을 조성하려 했으나 관련기관들의 반발이 크자 흐지부지한 상태다.

국내외 전문연구기관은 그동안 수차례 “현상태로 계속 가다가는 오는 2030년 연기금이 파산할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념 경제팀은 취임후 증시부양 수단으로 연기금을 주 타깃으로 삼아 집요하게 연기금을 증시로 끌어들이고 있다. 연기금이야말로 가장 만만한 ‘봉’인 셈이다.

***이제는 증시부양에 세금까지 끌어들이는 판**

그러나 이번 정부 증시부양책의 핵은 연기금 동원이 아닌 ‘세금을 통한 손실 보전’이다.

부양책의 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정부는 우선 이번 국민주택저축 가입대상을 종전의 근로자주식저축 가입 자격자인 월급생활자에서 자영업 상인들로까지 확대시켰다. 정부는 이들이 1인당 3천만원까지 가입하는 국민주택저축에 대해 가입액의 30%이상을 주식에 1년이상 투자할 경우 주식투자로 이익을 보더라도 저축가입금액의 5.5%까지 세액에서 공제해주겠다고 했다. 반대로 원금을 까먹는 손실을 볼 경우 세액공제를 해주는 것외에 손실의 일정부분을 보전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손실보전 비율은 아직 확정 안됐으나 업계에서는 30%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효과는 의문, 모럴 해저드만 증폭**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당연히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금융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주식투자는 당연히 개인 책임으로 하는 것인데 손실을 보면 정부가 국민세금으로 보전해주겠다니 말이 되는 이야기냐”며 “이런 정책은 전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최초일 것”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특히 97년 위기후 우리나라의 세금구조를 보면 실직자나 재벌이나 같은 비율의 세금을 내는 간접세 비중이 직접세를 능가할 정도로 세금구조가 극히 왜곡된 상황”이라며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그래도 여윳돈이 있는 유한계층들인데, 국민세금으로 이들이 입은 투자손실을 보전해준다는 곳은 심하게 비유하면 곧 실직자들의 세금으로 유한계층의 손실을 보전해주는 꼴”이라고 질책했다.

그는 “정부는 지난 99년과 2000년초 코스닥등 주가가 천정부지로 급등했을 때 각종 작전이 난무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관하고 심지어는 부추기기까지 한 치명적 정책실수를 범한 바 있다”며 "이번의 투자손실 보전책은 지난번 정책실수 이상 가는 심각한 모럴 해저드“라고 비판했다.

정책의 실질적 효과도 의문시되고 있다.
현대증권의 경제조사팀장은 “과거 주식시장 침체기에 이같은 주식수요 증대정책은 실물경기 회복기대가 수반되지 않을 경우 일시적 증시부양효과에 그쳤다”며 “이번에도 그 효과는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출범후 가장 먼저 증시부양을 언급한 진념경제팀이 또다시 증시부양을 이야기하고 있다. 출범당시보다 현재 주가가 떨어진 대목에 책임감(?)을 느껴서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방법이다. 진념팀이 계속해 편법으로 증시에 개입하려 할 경우 진념팀은 지난 89년 증안기금을 만들었다가 그후 투신사 부실의 원인을 제공, 두고두고 비난의 대상이 된 ‘제2의 이용만 경제팀’이라는 역사의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대단히 농후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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