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선거제도는 '야바위판'에 가깝다
일본에 "깨어있는 시민"들이 적지 않고 시민운동 역시 상당한 정도로 활성화돼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변함없이 자민당의 일당 천하로 되고 있는 것은 바로 왜곡된 선거제도 때문이다.
2017년 선거에서 자민당은 33%의 득표율에 그쳤지만 전체 의석수의 61%를 독차지했다. 이것은 한마디로 선거라는 외양을 빌린 사실상의 '야바위판'이며, 심하게 말한다면 '사기극'에 가까운 것이다.
국민의 의사, 즉 지지율과 의석수가 비례하지 않은 채 '승자독식', '과다 대표'로 왜곡되고 있는 선거제도는 그간 우리 정치지형을 왜곡시켜온 커다란 요인 중의 하나였다. 이러한 잘못된 선거제도를 그대로 두고서 민주주의를 자부하기 어렵다.
선거제도의 개혁은 '1인 1표'나 '여성투표권 부여'가 민주주의 역사에서 점하는 비중과 동일한 정도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의석수 핑계로 선거제개혁 거부? 기득권 지키겠다는 것
그러나 지금 우리의 국회는 해야 할 일은 하지 않으면서 정작 하지 말아야 할 일만 하고 있다는 것이 국민들의 '확고한' 생각이다. 그래서 국회는 항상 국민들의 불신 대상, 부동의 1위다.
이러한 불신을 바탕으로 아예 의원수를 반으로 줄이자는 '포퓰리즘'의 정견도 있었다. 사정이 이러하니, 적지 않은 국민들이 "보기도 싫은" 국회의원의 정원을 늘려 선거제를 개혁하느니 차라리 선거제개혁을 포기하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한 마디로 지금의 국회를 그대로 유지하고 용인하는 결과가 된다. 지금 우리 사법부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으로 시끄럽다. 그렇다고 해 대법관을 줄이면 과연 대법원의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그러나 대법관은 오히려 대폭 증원해서 국민을 위해 일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 올바른 해결방안이다. 그러면서 대법관이 누리는 특권을 대폭 줄여야 한다.
지금 국회 의원수를 늘려서는 안 된다는 국민 여론을 앞세워 이를 핑계로 선거제 개혁을 거부하는 것은 오직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의도에 지나지 않는다. 촛불집회를 거치면서 연동형 비례대표 선거제도 개혁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실천 과제였다. 지금이 잘못된 선거제를 바꿀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이고, 만약 이 기회를 또 놓친다면 앞으로 언제 이 잘못된 선거제도를 바로잡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국민은 어떤 국회를 원하는가?
오늘날 선거제 개혁과 법안의 의원 직접 검토는 국회 개혁의 두 핵심이다.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좌절시키는 '연기(演技) 정치의 범람, 날만 새면 이어지는 정쟁, 명분 없는 해외 시찰 등등의 국회 모습은 모두 본업인 입법대권의 직무유기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농사를 짓지 않고서 농민이라 말할 수 없고 소설을 쓰지 않는 사람을 소설가로 부를 수 없듯이, 입법 직무를 유기하고서 언필칭 국회의원이라 부르기 어렵다. 또 본분을 다하지 않는 사업가가 성공할 수 없듯이, 본분을 게을리 하는 국회가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는 없다.
국회 개혁은 특권을 줄이고 국민들이 부여한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불요불급한 해외여행 그만 나가고, 정치싸움 그만 하며 쪽지 예산도 없어져야 한다. 그리고 "속빈 강정, 소리만 요란한 빈 깡통"에 불과한 법률안 발의 세계 1위를 자랑 말아야 할 것이다. 대신 다른 나라 의원들처럼 법안 검토를 공무원에게 맡겨놓지 말고 본인들이 직접 해야 한다. 국민과 국가를 위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회의실 불을 밝히며 치열하게 논쟁하고 토론하는 그런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
국민의 의사를 정확히 반영해 국회 의석수가 구성되고, 의원들이 법안을 직접 검토해 국민들이 부여한 입법의 본업에 몰두하는 국회로 된다면, 어느 국민이 국회를 혐오할 것이며 국회의원 정원을 줄여야 한다고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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