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은행의 타금융기관 지분 소유 허용폭을 10%선까지 크게 확대하기로 은행법 개정 최종안을 확정해, 기존의 인수합병(M&A) 방식외에 외국에서처럼 금융기관간 주식 스왑(교환) 등 다양한 형태의 은행질서 재편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우량은행의 경우 이번 은행법 개정을 계기로 국내 금융기관들과의 주식 스왑외에 외국의 유명 금융기관 등과의 주식 스왑 방식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재경부는 26일 은행의 소유지분 한도를 현생 4%에서 10%로 늘리는 방향으로 은행법 개정 최종안을 확정, 금명간 입법예고와 국무회의 의결을 걸쳐 정기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방향으로 은행법을 손질한 것은 은행의 대형화 및 겸업화를 유도하고 자산운용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라는 게 재경부측 설명이다.
정부의 이같은 개정방향에 대해 대체로 금융기관들은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전세계적으로 은행의 대형화와 겸업화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현시점에서 은행의 타금융기관 지분 허용 확대는 대형화와 겸업화를 위한 국내 금융기관간 합종연횡을 가속화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금융선진국들의 경우 이미 오래 전 은행.보험.증권간 칸막이가 철폐돼 왕성한 인수합병과 주식스왑 형태의 재편작업이 진행중이다. 특히 주식스왑 방식은 합병에 따른 불필요한 조직간 갈등이나 감원압력없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애용되는 수단이다.
그런 대표적 예가 스페인의 BSCH이다.
지난 99년 BSCH는 자산기준으로 스페인에서 1위이던 BS(Banco Santander)와 3위이던 BCH(Banco Central Hispanoamericano) 두 곳이 합병해 탄생한 스페인 최대은행이다. 두 은행 모두 소매금융을 핵심사업부문으로 삼고 있으며 합병 전에도 자산 기준으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국민, 주택 두 은행과 유사한 점이 대단히 많다.
BSCH는 2000년말 현재 자산기준으로 세계 30위 은행으로 자산규모가 3489억EUR에 달한다. 시장가치는 더욱 높아 총 550억EUR로 세계 15위, 유럽에서는 독일의 도이체방크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BSCH의 전신인 BS와 BCH가 합병이전에도 스페인에서 은행 랭킹 1, 3위의 절대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합병을 결심한 것은 그대로 있다가는 외국계 대형금융기관들에게 피합병될 위험성이 컸기 때문이다.
BSCH는 합병직후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이른바 ‘유럽 빅4(빅3+이탈리아)‘의 소매금융 거대은행들과 적극적으로 주식스왑을 단행했다. BSCH는 독일의 3대은행중 하나인 코메르츠방크, 프랑스의 소시에 제네랄, 영국의 로얄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RBOS), 이탈리아의 양대 시중은행중 하나인 상 파올로 IMI 등과 지분 스왑 또는 매입 방식을 통해 연대전선을 구축했다. 코메르츠방크에게는 BSCH의 지분 4.8%를 주는 대신에 코메르츠방크 지분 2.76%를 받았다. 소시에 제네랄에게는 BSCH의 지분 5.06%를 주는 대신에 소시에 제네랄의 지분 5.06%를 받았다. 로얄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에게는 BSCH의 지분 9.65%를 주는 대신에 로얄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의 지분 3.21%를 받았다. 상 파올로 IMI의 경우는 일방적으로 6.9%의 지분을 매입했다. BSCH는 이같은 합종연횡을 통해 유럽연합 전역에 강대한 영업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유럽 빅4와의 연합전선 구축은 BSCH에게 단순히 영업망을 확대하는 것 이상의 거대한 부가가치를 안겨주었다. 리스크 관리, 전자금융 등 핵심역량을 단기간에 세계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고, 금융산업의 생명줄인 최고급 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얻을 수 있었다. 지분확보 과정에 이사가 되면서 제휴은행들의 이사회에 참석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동안 스페인 국민을 불안케 만들었던 선진금융국의 적대적 M&A 위협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었다. 도리어 제휴은행들이 적대적 M&A 위기에 처했을 때나 반대로 적대적 M&A를 시도할 때 결정적인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면서 국제금융계 내에서 위상을 강화했다. 실제로 BSCH는 제휴 파트너인 프랑스의 소시에 제네랄의 적대적 합병을 방어해 주고, 로얄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가 지난해 영국의 낫웨스트(NatWest)를 인수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주택은행을 비롯한 국내 상당수 금융기관들도 오래 전부터 BSCH 등 금융선진국의 주식 스왑을 통한 은행 및 보험.증권사와의 제휴방안을 벤치마킹해왔다. 금융지주회사식 통합 또는 대등합병이라는 기존의 금융구조조정 방식은 합병과정의 감원 압력 및 합병후 분파주의 등으로 성공한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주택은행의 김정태행장 같은 경우는 그동안 수차례 은행의 타 금융기관 주식 소유한도 확대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재경부의 이번 은행법 개정 최종안은 이같은 금융계의 여론을 상당부분 반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융계는 이번 개정안에 연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내년부터 은행,보험,증권 등 업무영역을 초월한 국내 우량금융기관간 주식 스왑이 왕성해지고, 일부 대형은행의 경우 투자은행 및 보험 업무등에 정통한 해외금융기관과의 주식 스왑도 추진하는 등 금융계에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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