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사태의 여파로 브라질 레알화가 급락하는 등 중남미 금융시장이 본격적으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9.11사태로 세계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해지면서 세계경제의 ‘약한 고리’인 중남미에서부터 사고가 터지면서 금융불안이 세계적 규모로 확대되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에 서방선진7개국(G7) 재무장관들은 25일(뉴욕 현지시간) 긴급 전화회담을 갖는 등 9.11사태의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관련기사 3면>
브라질의 페르난도 카르도소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밤 긴급경제각료 회의를 소집했다. 9.11 사건후 계속 하락하다가 22일 사상최저 수준인 달러당 2.835레알까지 하락한 레알화 하락 방어대책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앞서 이날 브라질 중앙은행은 레알화 안정을 위해 보유하고 있던 달러화를 방출하는 한편, 은행지준률을 0%에서 10% 상향조정하는 긴급조치를 취했다. 브라질은 환율시장 붕괴를 막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 지원금 1백56억달러 가운데 46억달러를 사용하는 동시에, IMF에 추가자금 지원을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브라질 레알화의 연초 대비 하락률은 30%로, 신흥시장들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보이고 있다. 브라질의 페드로 말란 재무장관은 23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단기적 전망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브라질 레알화의 위기는 나날이 늘어나는 외채와 에너지산업 위기에 따른 상환능력 상실 때문에 초래된 것이다. 여기서 설상가상으로 9.11사태까지 겹치면서 브라질로부터의 외국계 자금이탈이 속도를 더하고 있다.
레알화 급락은 브라질의 채무구조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브라질 국내부채의 25%는 달러화와 연계돼 있고, 그 결과 레알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오르면서 연초에 48%였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연말에는 56%로 급증할 전망이다.
지난 24일 “9.11사태로 지구규모의 경기침체(global recession)가 일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긴급 보고서를 발표했던 IMF조차 유독 브라질에 대해서는 “상황을 모니터링중”이라고 밝혔다. IMF의 앤 크루거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브라질 정부는 금리를 더 올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브라질 옆나라 아르헨티나도 브라질과 큰 차이가 없어 통화가치와 주가가 급락하는 등 나날이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최근 독일의 쾰러 총리는 이와 관련, “9.11사태로 가장 우려되는 국가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브라질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G7은 당초 월말로 잡혀있던 재무장관 회담은 전화를 통해 25일 긴급소집했다. 캐나다 재무관리는 “이날 회의는 각국이 취하고 있는 금융부문에서의 반(反)테러정책을 점검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으나, 전문가들은 9.11사태후 위기국면에 진입한 브라질 등 중남미 경제권 문제가 핵심의제 중 하나가 됐을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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