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에 징용돼 미쓰비시중공업의 나가사키조선소에서 원폭 피해를 본 한국인 3명이 뒤늦게 피폭 수첩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일본 나가사키지방법원은 8일 한국인 피폭 징용자 3명이 나가사키시(市)를 상대로 낸 피폭수첩 발급거부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하고 시 당국에 수첩 발급을 명령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태평양전쟁 종전 약 3년 후인 1948년 6월 나가사키 지방 법무국에 한반도 출신 징용자 3천418명의 명부를 제출하면서 미지급 임금 85만9천779엔을 공탁했다.
일본으로 징용된 한반도 출신자들의 상당수는 미국이 1945년 8월 히로시마에 이어 나가사키에 2번째 원자폭탄을 투하할 때 피폭지 주변에 있다가 피해를 봤다.
일본 정부는 생존 피폭자에게 건강수첩을 발급해 의료비와 간병비를 주고 있는데, 수첩 발급의 중요한 증거 자료가 각 전범 기업이 제출한 징용자 명부다.
그런데 나가사키 지방 법무국은 공탁 서류를 보관하라는 1958년의 법무성 지침을 어기고 보존기한이 지났다는 이유로 1970년 명부를 슬그머니 폐기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이 때문에 2015~2016년 건강수첩 발급을 신청했다가 거부당한 김성수(93) 옹(翁) 등 한국인 징용 피폭자 3명은 나가사키시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이번에 승소했다.
재판 과정에서 원고 측은 원폭 투하 당시의 체험을 상세히 증언할 수 있는 점 등을 들어 피폭자임을 주장했고, 나가사키시 당국은 원고 측 주장의 신빙성이 떨어지고 진술을 뒷받침할 증거도 없다고 맞섰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의 진술은 뒷받침이 되고, 진술의 골자도 믿을 만해 옳다고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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