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의원정수 300명 이상은 위헌이 될 수 있다는 주장으로 선거제도 개편 논의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8일 열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제1소위에서 한국당 김재원 의원은 "헌법에는 의원정수를 200석 이상으로 한다고 돼 있는데 300석 이상이 되는 것은 위헌인지 따져봐야 할 논란"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김 의원은 "우리 헌법을 과도하게 해석한다고 해도 299석이 한계라는 전제 하에서는 300석 이상은 위헌이라서무리라는 주장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19대 총선 당시 세종시 1석이 추가되면서 국회의원 300석 시대가 열리자 보수진영 일각에선 '국회의원 의석수는 법률로 정하되, 200인 이상으로 한다'고 명시된 헌법 41조의 의미를 최대 299명까지만 허용된다고 해석,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1948년 헌법 재정 이래 국회의원 정원이 299명을 넘긴 적이 없기 때문에 '관습 헌법'으로 굳어졌다는 논리다.
그러나 헌법 41조에도 명시적인 상한선을 제한한 규정이 없고, 정치학자들은 인구대비 국회 의석수가 너무 적다고 반박해왔다. 헌법이 국회의원 의석수를 법률로 규정토록 명시한 점도 선거법 개정에 따라 의원수 증감을 신축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열어놓았다는 것이 다수 헌법학자들의 해석이다.
이 때문에 한국당이 해묵은 '300석 위헌' 논란을 제기한 까닭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선거제도 변경에 어깃장을 놓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산다. 김재원 의원은 특히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 지역구를 줄이려고 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는 과거의 경험을 무시하고 논의를 진행하면 헛도는 얘기가 될 수 있으니 그런 점을 함께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김 의원 주장에 따르면, 의석수를 늘리면 위헌 소지가 있고, 반대로 지역구 의석수를 줄이는 방안은 현역 의원들의 반발로 실현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현행 300석 중 47석이 할당된 비례대표 의석수를 그대로 유지하자는 결론이 된다. 이렇게 되면 비례대표 확대를 통해 정당득표율로 드러난 민심을 제대로 의석수에 반영하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취지가 사실상 사라진다.
이러한 김 의원의 주장에 소위 위원들이 대안 제시를 요구하자, 김 의원은 "더 좋은 (선거제도) 안이 있었으면 고쳤겠지만, 현실적으로 오다 보니 (현 제도를) 역사적 산물로 채택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은 "대의 민주주의 역사에 비춰볼 때 (의원정수) 200인 이상이라고 하한선을 규정한 것은 (의회의 의원 수가) 축소될 때, 대의 민주주의 역할이 축소되는 것에 대한 고려"라며 "의원정수 상한선에 대한 우려는 대의민주주의 핵심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같은 당 이철희 의원도 "우리 헌법에서 과거에는 (의원정수의) 상한과 하한을 같이 규정하다가 상한을 없앤 취지는 상한은 제한이 없다는 취지로 봐야 한다"며 "헌법 학자 다수도 위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맞섰다.
이어 이철희 의원은 "우리 당의 입장은 의원정수를 늘리는 것에 반대하지만, 의원정수를 늘리는 것이 가장 원만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며 "지역구 의원수를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지역구를 줄이지 않고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하는 현실적 방안은 의원 수를 늘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의 반대 여론이 있다면 여야 정치권이 설득하고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거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여야가 '의원정수 300명' 위헌 문제를 놓고 공전을 거듭하자 정개특위 위원장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새로운 법률을) 논의하다 보면 늘 위헌 얘기가 나온다. 헌법은 만들어진 이후 시대 변화와 시대정신, 국민적 요구 등을 종합해서 재해석하는 것"이라며 "여러 의견을 낼 수 있는데 (의원정수와 관련한) 위헌 여부를 판단해야지만 논의를 이어갈 수 있다는 주장은 논의를 봉쇄시킨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야가 신경전을 벌이는 대신 이제는 구체적인 대안을 놓고 논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도 "근본적으로 한국당 의원들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죽어도 반대하는지, 아니면 근본적으로 받아들일 여지가 있는지 명확한 입장을 밝혀주기 바란다"며 "그동안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이제 결단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종민 의원은 소위원회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공개회의를 오래 해서 (비공개회의에서) 진도 나간 것이 없다"며 "의원정수를 확대 하다는 게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었고 지역구 의원 수를 줄이는 안도 있었지만 어떤 방향으로 결론이 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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