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조3천억달러로 사상최고를 기록했던 세계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올해 무려 40% 감소한 7천6백억달러에 그칠 전망이다. 이는 지난 91년이래 10년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선 수치이자, 지난 30년간 가장 큰 감소치이다.
당초 올 상반기에 27% 감소를 점쳤던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지난 19일 '2001년 세계투자보고'에서 40% 감소로 수정전망했다. 이 수치는 미국 9.11테러 직전의 조사결과를 기초로 작성한 것이다. 따라서 9.11사태의 여파로 외국인직접투자는 더욱 격감해 한국 등 신흥시장에 큰 타격을 줄 전망이다.
경제전문가들은 단순자본거래와는 달리 FDI 투자가 신흥시장의 실물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FDI투자의 격감은 신흥시장에 본격적 경기침체를 알리는 '적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UNCTAD는 우선적으로 FDI가 경제선진국에서 보다 뚜렷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2000년 1조5억달러에서 올해는 5천1백억 달러로 49%가 감소할 전망이다. 경제개발도상국의 경우는 2천4백억달러에서 2천2백50억달러로 6%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올 들어 신흥시장 중에서도 중국, 동.중부 유럽 등 일부 지역으로만 투자가 집중되는 현상이 뚜렷해 한국 등 여타 신흥시장은 앞으로 외자유치에 상당히 고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UNCTAD는 FDI 격감의 이유를 국제 기업인수합병(M&A) 시장의 위축에서 찾고 있다. 1999-2000년에는 전례없이 활발했던 M&A의 결과 FDI 증가율은 각각 50%, 18%에 달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정보통신(IT)업종의 중복과잉투자 문제가 불거지면서 M&A가 격감, FDI 감소의 결정적 요인을 제공했다.M&A 감소의 또다른 요인은 주가급락. 2000년도 M&A의 56%에서 자금조달 창구 역할을 했던 주식시장의 주가급락으로 기업들은 M&A 비용 조달길이 막혔다.
***중국이 전세계 투자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UNCTAD는 최근 FDI 투자의 큰 특징중 하나로 투자자금이 중국 등 일부 신흥국으로만 집중되는 현상을 지적했다. 중국에는 지난 8월까지 전년동기 대비 20.4% 증가한 2백74억4천만달러가 투자돼 아시아로 투자되는 외국자금의 70%를 독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9.11사태로 미국경제에 대한 안전신화가 깨지면서 미국에서 이탈하는 자금이 중국으로 더욱 몰려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UNCTAD는 지난해 홍콩내 외국인 직접투자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중국진출을 준비중인 다국적기업들이 홍콩에 자회사를 설립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홍콩에 투자한 3천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45%가 중국투자를 준비중이며 93%는 5년내 중국투자가 기업경영에 유리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 싱가포르의 피해 예상**
중국의 FDI 자금 독식현상은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외국인 직접투자,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라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FDI 유입액 비중은 작년 1.7%를 기록, 태국(5.1%) 싱가포르(8.2%)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의 FDI 유입은 OECD 회원국의 평균 20%에는 절반도 못 미치는 9.1%에 그치고 있다. 총고정자본 대비 FDI 비중 역시 9.0%(99년 기준)에 그쳐 홍콩(60.2%) 브라질(28.4%) 싱가포르(25.2%) 등에 비해 현저히 낮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직접투자(FDI)가 더욱 중국으로 몰려들어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그만큼 위축될 것이라면서 중국의 WTO 가입이 확정되면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싱가포르 등의 경우 대중국 수출 증가로 얻는 이득보다 외국인 투자 감소에 따른 손실이 더 클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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