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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 통치 수단으로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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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 통치 수단으로 이용

이승만, 자신얼굴 담아

48년 한국정부가 공식출범한 후 발행된 새 지폐 및 백환짜리 동전의 소재로 채택된 인물초상은 당시 대통령이던 이승만이었다. 미국 달러화에 국부인 워싱턴의 도안이 실려있다는 것을 이유로 ‘한국의 국부’임을 자처하던 이승만 대통령이 자신의 얼굴을 담은 것이다. 일부 독재국가를 제외한 세계각국이 생존인물을 화폐 도안으로 채택하지 않던 관례를 용감히(?) 깬 것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지난 56년 화폐속 자신의 얼굴 위치를 오른쪽으로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미국 달러화에는 지금도 워싱턴의 얼굴이 화폐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이승만 대통령도 이를 흉내내 처음에는 지폐 한 가운데 자신의 얼굴을 자리매김했다.
그러던 어느날 이대통령이 접혀진 돈을 보고 벌컥 화를 냈다 한다. “어떻게 내 얼굴이 마음대로 접힐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즉각 이대통령의 얼굴 위치는 화폐 오른쪽으로 자리이동했고, 그때부터 우리나라 화폐속 인물은 오른편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지독한 권위주의의 산물이다.

4.19 혁명후 2공화국이 탄생하면서 60년 8월에 발행된 천환권에 이승만 얼굴이 사라지고 최초로 세종대왕이 등장했다. 선진화폐의 원칙에 따라 역사속 위인 중에서 도안 인물을 찾은 것이다.

5.16 쿠데타로 박정희 군부가 정권을 잡은 뒤 1주년이 되는 62년 5월16일 발행한 백환권에는 저축통장을 든 모자상이 등장했다.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추진에 필수불가결한 국민의 저축심을 높이기 위한 목적에서였다.
그러나 당시 세간에서는 이 모자상이 박정희대통령의 부인인 육영수여사와 아들 박지만을 형상화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문제의 화폐는 화폐 발행 24일만인 6월10일 통화개혁이 단행되면서 역사의 이면으로 사라졌다.

그후 화폐에는 세종대왕, 퇴계, 율곡, 충무공 등 4명의 시대가 열렸다.
이 가운데 충무공 이순신장군의 등장에 대해 당시 일각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이 쿠데타를 합리화하기 위해 충무공을 이데올로기로 활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 어린 시각을 던지기도 했다.
미묘하게도 박정희 시대가 끝나자 충무공은 5백원짜리 지폐 앞면에서 1백원짜리 동전 뒷면으로 슬그머니 자리를 옮겨 또한차례 미묘한 해석을 낳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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