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강한 톤의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메시지'를 던졌다.
불과 보름 전까지 시장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다소 '까칠한' 발언으로 통화긴축 스텝을 고수했던 것을 고려하면 '완벽한 변신'을 연출한 셈이다.
4일(현지시간) 미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2019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다. 파월 의장의 발언은 사흘 일정으로 열리는 이번 전미경제학회 연례총회의 하이라이트로 꼽혔다.
파월 의장은 이날 오전 '연준 전·현직 의장 공동 인터뷰'에서 시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시장이 우려하는 보유자산 축소 프로그램에 대해선 "만약 문제가 된다면 정책변경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파월 의장은 벤 버냉키,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과 함께 진행한 인터뷰에서 미리 준비한 A4 용지를 읽어내려갔다.
긴축프로그램에 시동을 걸었던 전임자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경제학 석학들이 총집결한 무대에서 '긴축 속도 조절'을 공식화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 보름새 '비둘기 변신'…유연성·인내심 강조
파월 의장은 통화정책 기조와 관련, "연준은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지켜보면서 인내심을 가질 것(will be patient)"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경제 상황을 지원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빠르고 유연하게 변경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필요하다면 연준이 '상당히 크게' 움직일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무엇보다 명확한 표현으로 정책변경의 여지를 열어놨다.
파월 의장은 긴축효과를 뒷받침하는 보유자산 축소 프로그램에 대해 "그게 시장 불안의 큰 원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만약 문제가 된다면 정책변경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과 2주 전인 지난해 12월 1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기자회견과는 크게 달라진 뉘앙스다.
당시 보유자산 축소 정책에 대해 "부드럽게 진행돼왔고 목적에 기여하고 있다. 그것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곳곳에서 통화 완화적 뉘앙스를 전달하기는 했지만 '완벽한 변신'을 기대한 시장의 눈높이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고, 뉴욕증시는 급락세를 보였다.
이러한 시장의 민감한 반응을 비중 있게 감안, 새해 증시에는 강한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파월 의장은 "시장이 보내는 메시지에 민감하게 귀를 기울이고 있다"면서 "경제지표와 금융시장이 상충하는 점은 걱정되는 신호이고, 그런 상황에서는 리스크 관리에 더 주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 '점진적 금리인상' 종료 임박했나…뉴욕증시 '환호'
시장에서는 3년간 진행된 '점진적 금리인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시그널이 아니겠냐는 기대감이 나온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끌어내린 연준은 2015년 12월 7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한 것을 시작으로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이어왔다.
2016년 1차례, 2017년 3차례에 이어 지난해에는 네 차례 올렸다.
올해에도 두 차례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시사한 상황이지만, 시장에서는 많아야 한차례 올리거나 동결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일각에선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움직임에 따라 금리 인하도 가능하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이처럼 높은 기대치를 갖고 있는 시장으로서는 원하는 메시지를 받아든 셈이고, 긴축프로그램 종료까지 기대감을 키우는 분위기다.
시장은 급등세로 화답했다.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746.94포인트(3.29%) 급등한 23,433.16에 장을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84.05포인트(3.43%),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75.35포인트(4.26%) 상승했다.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의 로레타 메스터 총재는 CNBC방송 인터뷰에서 "금리 변경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면서 "인플레이션이 가속하지 않는다면 금리 인상을 멈출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장 금리를 인상해야 할 긴급함을 보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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