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이전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이행이 사실상 무산됐다. 청와대는 대신 대통령 관저 이전을 포함한 청와대 개방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유홍준 광화문 시대 자문위원은 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할 경우 청와대 영빈관, 본관, 헬기장 등 집무실 이외 주요 기능을 대체할 부지를 광화문 근처에서 찾을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며 "따라서 청와대 개방과 집무실 이전은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사업이 마무리된 이후에 장기적 사업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약 이행을 '장기적 과제'로 남기겠다고 밝혔지만, 유홍준 위원은 "광화문 인근에 새로운 곳을 찾아서 집무실과 관저를 전체적으로 재구성하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사실상 이행 불가를 못 박았다. 유홍준 위원은 "왜냐하면 대통령이 근무하는 곳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에는 시민 접근과 집회를 금지하기에 광장을 만들어놓고 사람이 올 수 없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광화문 대통령 시대'가 오히려 소통을 가로막아 광장의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는 것이다.
'광화문 시대위원회'는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이전하는 대신, 일반 시민들이 광화문에서 청와대를 거쳐 북악산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청와대 일부를 개방하는 방안을 장기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유홍준 위원은 "광화문을 북악산으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현재 관저 앞을 통과해야 하는 문제가 따르는데, 이 문제를 관저 이전까지 포함해 중장기적으로 추진하는 동선을 경호처와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관저를 옮기는 방안에 대해서는 어느 위치에 어떻게 옮길 수 있을지에 대해 대통령 경호처가 연구 용역을 맡겨 안을 만들기로 했다. 유홍준 위원은 "누가 봐도 현재 관저가 가진 사용상의 불편한 점, 풍수상의 불길한 점을 생각하면 옮겨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이전하고 청와대를 시민들에게 개방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청와대는 2018년 11월 유홍준 문화재청장을 광화문 시대 자문위원으로 앉혔고, 유홍준 위원은 역사성·보안·비용을 종합 검토한 결과 문 대통령에게 공약 실현이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이심전심으로 이해하셨다"고 유홍준 위원이 전했다.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광화문 시대위원회' 위원들은 별도로 구성하지 않고 소멸키로 했다. 앞으로 이 사업은 문화재청 등 실무 부처 등에서 추진하기로 했다. 서울시와 문화재청은 오는 21일 광화문 재구조화 사업 방안을 발표한다. 유홍준 위원은 "서울시와 문화재청이 추진하는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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