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에 의하면, 거의 매일 한 명꼴로 청소년들이 죽어가고 있다(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한 해 10~19세 청소년 자살자는 353명). 서울에서만 지난 5년간 125명이 넘는 학생이 목숨을 스스로 끊었다. 그럼에도 책임 있는 누구 하나 제대로 된 사과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사과는커녕 정확한 원인 진단 및 근본적인 처방을 내놓지 않고 있다. 참으로 이상한 사회다. 정상적인 교육 시스템이 작동하는 사회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겠는가.
▲ 지난 3월 13일 대구 수성구 한 화장터에 11일 경북 경산에서 어린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최모(15·고) 군의 영정이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
어린 학생들은 이중적 약자이다.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우리 사회에서 단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당하기 일쑤이고,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임에도 투표권이 없다는 이유로 정치권에서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정치인들이 경로당은 열심히 찾아다니지만 학생 행사에는 거의 참여하지 않는 것은 학생이 유권자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최근 2년 반 동안의 자료를 분석해 봤다. 학생 수 감소로 인해 '학교 수업 중단 학생 수'와 '학급당 학생 수' 역시 점차 감소하고 있었다. 매년 무려 1만6000명 이상의 학생이 학교를 중도에서 그만두고 있었다. 올해에는 1학기에만 6661명의 학생이 학교 수업을 중단하고 학교 밖을 선택했다. ('학업 중단자'라는 말은 쓰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학교를 그만두었다고 하여 학업을 중단한 것은 아니라는 학교 밖 청소년들의 목소리는 일리가 있다. '학교 수업 중단자'라고 쓰는 것이 좋겠다.)
'학교 수업 중단률'과 '자살한 학생 수'는 고학년으로 갈수록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최근 2년 반 동안 50명의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김형태 서울시교육의원 |
ⓒ김형태 서울시교육의원 |
2008년 1월부터 2013년 8월까지 서울에서 자살한 학생들(125명)의 원인을 보면(통계에 잡히지 않는 학교 밖 청소년들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가정불화 및 가정 문제가 31명(24/8%) 두 번째, 우울증 및 염세비관이 21명(16.8%) 세 번째, 성적 불량 및 성적 문제가 14명(11.2%) 네 번째, 신체 결함 및 질병이 3명(2.4%) 그리고 이성 문제가 2명(1.6%), 기타가 54명(43.2%)이었다.
여기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사회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13~19세)의 자살 원인은 첫째, 성적 및 진학 문제(39.2%) 둘째, 가정 불화(16.9%), 셋째, 경제적 어려움(16.7%), 넷째, 외로움·고독(12.5%) 순이었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 자료에선 '가정 불화'가 첫째 원인인데 통계청 자료에선 '성적 및 진학 문제'가 첫째 원인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원인 분석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경쟁 위주의 사회로 내몰리다 보니 가족 해체도 심각한 상황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경쟁 사회이다보니 가정도 예외일 수 없다. 핵가족화에 이어, 설상가상으로 집값과 교육비 부담까지 커, 맞벌이 부부가 점점 늘고 있다. 사실상 집은 거의 잠만 자는 공간인 셈이다. 이는 심각한 '가정 해체', '가족 해체' 문제로 이어진다. 그러다 보니 가정에서는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공교육의 위기'로 학교마저 제 기능을 못하는 상황이다. 상급 학교로 갈수록 학교를 그만두거나, 심지어 자살을 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는 원인은 이런 현상 어디쯤에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학군별로 구분해서 봤다. 교육열이 상대적으로 높은 강남과 목동 지역은 학급 수에 비해 학생 수가 많아 '학급당 학생 수 비율'이 높았으며, 자살한 학생 수 또한 각각 10명과 8명으로 서울 지역에서 가장 많았다. 그 밖에 동부 지역의 경우 자살한 학생 수가 7명으로 많은 편이었다. 학교 수업 중단률을 봤을 때, 강남 지역은 최근 2년 반 동안 8390명의 학생이 학교를 그만두어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김형태 서울시교육의원 |
지역을 더 세분화해서 보면 노원구, 송파구, 양천구, 강남구, 서초구, 광진구가 학급당 학생 수가 많았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학교 수업 중단률이 다른 구에 비해 높았으며, 양천구와 강남구에서 자살한 학생 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형태 서울시교육의원 |
죽음의 경쟁 교육, 핀란드식 협력 교육으로 대전환해야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은 입시 경쟁 교육을 통한 상급 학교 진학 대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창의성을 기르기보다는 지식을 반복적으로 암기하는 교육으로, 엄밀히 말하면 '교육'은 없고 '학습'만 있다고 하겠다.
학생은 학교, 그리고 '제2의 학교'인 학원(사교육 기관)을 오가며 하루 10시간 이상의 소모적이고 비교육적인 학습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핀란드 학생의 1.7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또 한 아이를 대학까지 졸업시키는 데 교육비가 3억 원이나 든다고 한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부러워한다고 하는데, 이것을 '강한 교육열, 교육에 대한 투자'로 본다면 노벨상은 우리가 다 휩쓸어야 맞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필요 이상의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고비용 저효율이 발생한다.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낭비다.
학교는 점점 입시학원처럼 기형적으로 돼가고 있다. 경쟁을 통한 성적만 강조하다보니 사고력, 창의성 교육, 인성 교육은 사라지고 입시 위주의 선행 학습과 반복 학습의 연속만 있을 뿐이다. 그렇다보니 우스갯소리로 "공부 잘하는 아이는 수능 시험 보고 잊어버리고, 공부 못하는 아이는 수능 시험 보기 전에 잊어버린다"는 말까지 나돈다.
세계의 통계 지표를 보면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은 그대로 드러난다. '지적 역량'은 비교대상 36개국 중 2위이나 흥미도는 최저 수준이고 자기 주도 학습 능력도 65개 나라 중 58위에 머물고 있다. 특히 심각한 것은 '사회적 상호 작용 역량'에선 36개국 중 35위에 불과한 부분, 그리고 '관계 지향성' 영역에서 최저점으로 인도네시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부분 등이다. 또한 우리나라 중·고교생 중 17%는 우울 증세를 보이고 있으며 학생들이 햇볕을 쪼이는 양과 운동량, 수면량, 모유 수유율 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 가장 낮다.
OECD 국가의 평균 청소년 자살률은 낮아지고 있는데,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률은 높아졌다. OECD 31개 회원국의 아동청소년(10~24세) 자살률은 2000년 7.7명에서 2010년 6.5명으로 감소했지만 우리나라는 6.4명에서 9.4명으로 46.9% 증가했다. 10년 만에 순위가 18위에서 5위로 뛰어올랐다. 증가율로는 칠레(52.9%)에 이어 두 번째다.
생떽쥐베리는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목재를 가져오게 하거나 일을 지시하거나 일감을 나눠주는 일을 하지 마라. 대신 저 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줘라"라고 말했다. 학생들과 졸업생들이 필자에게 전한 얘기들로 이 글을 갈무리한다.
"고3 때 생각나네요…. 매일매일 똑같은 일상에 갇혀 사는 것 같이 숨 턱턱 막히고 매일 잠잘 때마다 '지금 잠들면 그냥 영원히 일어나지 않게 해주세요' 하고 기도하고 잤어요. ㅠㅠ"
"눈뜨자마자 학교 가서 공부하고 점심밥 먹고 공부하고 방과 후 수업 듣고 저녁밥 먹고 야자(야간 자율 학습) 하고 학교 마치면 밤 10시고…집에서 좀 쉬려고 하면 공부하라고 하고…너무 피곤해서 눈 감으면 또다시 반복되는 일상. 커서 뭐 되지…이 생각에 밤에 눈물나고 한숨만 나온다."
"내가 너무너무 하고 싶은 공부가 있는데 그 공부를 하는 동안 수학, 영어 점수가 다른 애들한테 뒤처질까봐 다시 수학 문제집을 붙잡고 있으려니 눈물나더라구요…. 이런 교육 제도에 결국 따라가버리는 제 자신이 한심하기도 하고…. 내가 진짜 하고 싶고 이루고 싶은 것은 이게 아닌데…공부하다가 강박증까지 생기고 죽고 싶었던 거 생각하면 너무 답답하고 짜증…."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