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의 피해가 생각보다 더욱 심각하며, 생선 및 젓갈류 등은 방사능 피폭의 위험성이 있으니 먹으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의혹과 걱정이 점차 심해짐에 따라서, 작년에 농수산식품부에서 실시한 일본산 수입 수산물에 대한 조사결과를 확인해 봤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김형태 서울시교육의원 |
요오드는 검출되지 않았으나 세슘은 많은 수산물에서 검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명태, 대구, 고등어 등 많은 일본산 수산물이 방사능에 오염된 채로 수입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오염된 수산물은 시장에서 구입한 수산물에서도 재확인되었다. 명태 등의 수산물 뿐 아니라 표고버섯에서도 방사성 세슘이 검출되었다. 일본에서 난 생태 등과 함께 국내산 식품 중 세슘이 검출된 것은 대부분 울진, 영광, 월성 등 핵발전소가 있는 곳에서 난 것들이다.
미국 과학아카데미에서 발행한 <BEIR 7>(전리방사선의 생물학적 영향에 관한 7번째 보고서, Biological Effects of Ionizing Radiation VII)의 보고서는 피폭량과 암 발생의 상관 관계를 지적하고 있다. 즉, 방사능에 피폭되면 그 피폭된 양에 비례해서 암발생 확률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기준치 이하에서도 피폭량에 비례해 암 발생 확률이 증가한다는 것이 세계 의학계가 내린 결론이다. 따라서 국가마다 다양하게 설정되어있는 기준치는 안전기준치가 아니라 관리기준치인 것이다.
정부의 늑장 대처가 더 극심한 공포 수준의 국민 불안과 우려 키워
일본산 방사능 식재료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와 걱정이 날로 커져 가고 있었다. 중국, 대만, 홍콩처럼 우리나라도 정부 차원에서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를 하루라도 빨리 내렸어야 마땅했다. 그리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자세한 안내를 하고 주의사항을 시민들에게 알려줬어야 했다. 그랬다면 공포 수준의 불안감 등 극심한 혼란은 적었을 것이다. 그러나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괴담' 운운하던 정부는 국민 여론에 등 떠밀려 뒤늦게 일본 8개 현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다.
방사능에 오염된 식재료는 무엇보다도 어른보다 어린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데, 아직까지도 어린아이들과 학생들이 방사능 식재료에 무방비 상태로 있는 게 큰 문제이다. 농산물의 경우 농약 잔류검사를 하지만, 방사능 잔류검사는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 급식 어떻게 할 것입니까? 정말 답답합니다. 우리 애만 도시락 싸줄 수도 없고... 마음은 도시락 싸 보내고 싶습니다. 생선은 먹지 말라고 했는데 어제 점심엔 뭐 먹었니? 하고 물었더니 북어국이랍니다. 세상에... 일본산 수산물인지 아닌지 알 수도 없고... 방사능에 오염된 수산물이면 어떻게 하죠? 정말 불안합니다. 누가 책임지죠?"
한 학부모의 하소연이다. 미온적이고 소극적인 중앙정부를 마냥 바라만 보고있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필자는 환경단체, 급식단체 등 시민단체들과 공동으로 8월 26일 서울시의원회관에서 '방사능 식재료 관련 시민 대공청회'를 열고, 그날 토론자와 참석자들이 쏟아놓은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여, 8월 29일 '서울특별시교육청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식재료 공급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하였다.(김형태 교육의원 등 10명 공동발의, 김광수 의원 등 찬성 19명)
이 발의안을 토대로 다시 교육상임위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9월 11일 '서울특별시교육청 방사능 등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한 식재료 공급에 관한 조례안'(방사능조례안)이라는 이름으로 수정을 했다. 이 조례안은 13일 본의회를 통과하였다.
많은 시민들이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우려를 포함해 큰 관심을 갖고 있음에도, 조례안 처리는 쉽지 않았다.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에 직결되는 문제이고, 학부모들의 불안과 걱정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사안의 시급성과 중대성 때문에, 신속하게 조례 제정을 추진하고자 했으나, 일부 보수 성향 의원들이 "취지는 공감하나 의견 수렴이 덜 되었다"는 식의 발목잡기, 트집잡기를 하는 바람에, 참으로 우여곡절 끝에 상임위를 통과하였다.
방사능으로부터 어린 학생들을 보호하자는데, 학부모님들의 우려와 불안을 씻어내자는데 이것을 정치적, 당파적으로 보는 일부 의원들 때문에 답답함을 금할 수 없었다.
▲ '방사능조례안' 제정을 위한 공청회 ⓒ김형태 서울시교육의원 |
다른 시도에서도 '방사능조례안'이 제정되길 바란다
이번에 서울시의회를 통과한 조례의 특징을 보면 △학교급식에 방사능을 포함한 유해물질(농약, 중금속 등 인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모든 물질)이 들어간 식재료가 들어가지 않도록 하며, △교육감은 학교급식에 방사능 등 유해물질이 포함된 식재료가 공급되지 않도록 검사를 실시해야 하며, 방사능 등 유해물질이 발견되었을 때, 해당 식재료의 사용을 금지하도록 하였다.
또한 △학교별로 연 1회 이상 전수검사가 이루어지게 노력하여야 하며, 필요한 장비와 시설을 갖추고, 전문기관에 의뢰하여 실시할 수 있게 하였다. 그 밖에 △교육청급식자문위원회에 방사능 등 유해물질 관련 전문가 1인 이상을 위촉할 수 있게 하였다. △검사 결과 방사능 등 유해물질 식재료가 발견되면, 해당 식재료 사용 금지를 시키고, 교육청 홈페이지에 검사결과를 공개하게 하였다. △학교급식위원회에서는 방사능 등 유해물질 검출 가능성이 높은 식재료의 목록을 제공하고, △교육감은 영양교사와 영양사 및 조리사의 교육 및 연수에 방사능 등 유해물질에 관련된 내용을 포함하도록 하였다.
많은 언론에서 보도한 것처럼,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급식 조례안을 만들어 달라는 학부모들과 시민단체의 목소리는 뜨거웠다. 기대에는 다소 못 미치지만 그럼에도 그 목마름을 보듬기 위해 서울에서 상징적으로 조례를 제정했다는데 큰 보람을 느낀다.
아울러 방사능 등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한 식재료 공급에 관한 조례안이 상임위를 통과하도록 도와주신 여러 동료 의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또한 그동안 이 조례 통과를 위해 노심초사하며 애써주신 학부모님들과 환경단체, 급식단체 등 시민단체에도 역시 가슴 깊이 감사드린다.
다른 시도의회 역시 서울의 이 조례안을 토대로 신속하게 조례를 제정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학교급식이 방사능으로부터 위협받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어떠한 방사성 물질도 안전한 것은 없다. 특히 식품 등의 섭취로 인한 내부피폭은 더욱 위험하다. 성장기로 세포분열이 활발한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는 특히 위험하다.
서울에서는 후속작업으로 학교급식에 대해 서울시장의 책무를 강조하는 조례를 마련할 계획이다. 왜냐하면 학급급식의 주무관청이 교육청이긴 하지만 식재료 공급의 상당부분에서 서울시가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잘 알다시피 학교급식은 교육청과 시청과 구청이 긴밀하게 협력하여 하고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 9월 9일부터 후쿠시마 등 일본의 일부 지역 수산물에 대해 전면 수입 금지 조치가 시행됐다. 하지만 '뒷문 열린 대책'이라는 지적이 많다 ⓒ연합뉴스 |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