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시리아 철군 결정에 대한 비판론을 거듭 반박하면서도 철군 속도 등과 관련, "천천히"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언급은 의회 내에서 시리아 철군 반대 움직임을 주도해온 공화당 중진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과의 백악관 오찬 회동 하루 만에 나온 것으로, 안팎의 파장을 감안해 '즉각적 전면철수'에서 한발 물러나 속도 조절을 하겠다는 전략·전술상의 변화를 시사한 차원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철군 시간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도널드 트럼프를 제외한 그 누구라도 내가 시리아에서 한 일을 했다면 국민 영웅이 됐을 것"이라며 "시리아는 내가 대통령이 됐을 때 ISIS(극단주의 무장세력인 IS의 옛 이름)가 득실거리는 엉망진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ISIS는 대부분 가버렸다"며 "우리는 천천히 우리의 군대를 그들의 가족이 있는 집으로 천천히 돌려보내고 있다. 동시에 ISIS 잔당들과도 싸우면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시리아 및 다른 곳에서 빠져나오겠다고 캠페인을 벌였었다"며 "이제 내가 빠져나오기 시작하니 가짜 뉴스 매체와 내가 하기 전에 그 책무를 해내지 못한 일부 실패한 장군들이 나와, 주효하게 먹히고 있는 내 전술에 대해 불평하길 좋아한다"고 반대론자들을 싸잡아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하려고 했던 것을 이행할 뿐이라는 점을 강조한 뒤 단지 다른 게 있다면 "내가 예측했던 결과보다 훨씬 더 좋다는 점"이라고 자화자찬했다.
그러면서 "나는 '절대 끝나지 않는 전쟁'들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했었다. 기억하라!"며 대선 당시 자신의 고립주의 공약을 환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나는 우리의 위대한 군대가 승리를 안고 돌아오도록 해놓고도 언론으로부터 나쁜 평가를 받는다고 말할 수 있는 미국 내 유일한 사람"이라며 "불평하는 사람들은 수년간 실패한 가짜뉴스들과 전문가라는 사람들이다. 내가 끝나지 않는 전쟁터에 영원히 머물렀다면 그들은 아직도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철군과 관련, '천천히'라고 언급한 것은 그레이엄 상원의원의 전언과도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친(親) 트럼프'로 꼽히지만, 시리아 철군엔 강한 반대 목소리를 낸 그레이엄 의원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한 뒤 기자들과 만나 "시리아에서 모든 미군을 즉각 철수시키는 계획을 늦추는 것에 트럼프 대통령이 동의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거센 시리아 철군 역풍 와중인 지난 23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한 뒤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시리아 철군에 대해 "천천히, 고도의 고율을 거쳐" 이뤄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19일 시리아 철군 방침을 전격으로 발표했을 때만 해도 주요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부 등 관련 부처에 즉각적인 전면 철수를 지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IS 격퇴 여부와 관련해서도 "우리는 시리아에서 이슬람국가(IS)를 격퇴했다"던 트럼프 대통령의 철군 발표 당일 발언은 이날 "ISIS는 대부분 가버렸다"로 '톤다운'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철군 계획을 방어하면서도 '천천히' 돌아올 것이라고 주장함으로써 광범위한 비난을 불러일으킨 조치에 대한 시간표상 불확실성을 가중시켰다"고 보도했다.
AFP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적인 철군'이라는 쇼킹한 계획에서 한발 물러선 것처럼 보였다"며 "철수 스케줄에 대해 보다 신중한 계획을 짜는 듯했다"고 분석했다.
앞서 미 국방부도 지난 28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번 시리아 철군과 관련, "시리아 내 연합군 작전에 대한 미국의 다음 지원 단계는 '신중하고 세심히 계획됐으며 상호 보완적이며 아주 조심스러운 병력의 철수'"라며 '질서 있는 철군'을 강조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시리아에서 보다 점진적으로 병력을 철수시켜야 한다는 이스라엘의 압박도 트럼프 대통령의 스탠스 변화에 작용했을 수 있다고 WP는 전했다.
이와 관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새해 1월1일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계기로 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의 양자회담 자리에서도 이 문제를 거론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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