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 학습에 무리가 없을 정도로 냉방을 해주어야 하는 것 아닐까? 이게 정말 지나친 요구일까?' 라고 질문하지만,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니다. 학교 온도를 낮추는 것은 전기 요금과 직결된다. 가뜩이나 빠듯한 학교 운영 예산인데, 전기 요금 지출이 높아지면 학교 운영 예산에도 큰 차질이 생긴다.
학교 기본운영비는 2008년 3648억9191만 원(133개교)에서 2012년도 4951억7690만 원(1103개교)으로, 교당 평균 금액은 약 27% 정도 증가했다. 하지만 교육용 전기료도 꾸준히 인상하고 있어 학교 운영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전기 요금이 2008년 36억 4264만 원에서 72억 3390만 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기 때문이다.
최근 2년간 서울시내 학교 전기요금이 24.8% 증가
초·중·고등학교는 수익을 내는 기관이 아니다. 그런데 실제로 수익을 내는 농사용 전기요금보다도 비싼 요금을 낸다. 교육의 공공성과 특수성을 감안한다면 교육용 전기요금은 최소한 농사용 전기요금 수준으로 낮아져야 한다. 한국전력공사 요금 제도팀의 자료에 따르면 산업용 전력이나 농사용 전력은 전체 사용량의 55.3%와 2.7%를 차지했지만, 판매 수익의 51.8%와 1.2%만을 충당했다. 그에 비해 교육용 전력 사용량은 전체 사용량의 1.7%에 불과했지만, 판매수익의 1.9%를 충당했다.
▲ 전기료 인상률 ⓒ김형태 서울시 교육의원 |
▲ 교육용 전기 요금의 판매 수익 ⓒ김형태 서울시교육의원 |
우리나라의 전기값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지나치게 싸다고 한다. 정부는 이를 시정하기 위해 오는 10월 대대적인 전기요금 개편에 나선다고 한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새누리당 에너지특위는 지난 달 21일 급하게 모여, 전력수급의 단기대책으로 연료비 연동제 시행과 주택용 누진제 축소 등의 방향으로 전기요금 체제를 개편할 예정이다.
검토된 이번 개편안은 연료비의 변동이 요금에 자동 반영되는 연동제 시행, 현행 6단계로 돼 있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의 3단계 축소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번 개편안 어디에도 교육용 전기 문제는 거론되지 않은 듯하다. 일부 누리꾼들은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은 초중고 자녀가 없나? 그들이 다니는 학교는 안 더운가? 냉방이 잘되나 보지? 아니면 모두 자녀들을 외국에 보냈나? 학생들에게 투표권이 있다면 과연 교육용 전기요금을 빼놓았을까? 투표연령 한 살 낮추기 운동이라도 해야 하나?"라고 하는 등, 곱지 않은 시선으로 입방아를 찧었다. 10월에 확정한다는 이번 개편안에서는 사익과 공익을 엄밀히 따져야 할 것이고, 교육용 전기요금의 공공성과 특수성을 고려한 개편이 되어야 할 것이다.
'냉방기 사용 전면 중지' 공문, 부끄럽지 않나?
한동안 일부 학교에서는 '개학해 놓고 냉방을 안 해주니, 찜통교실 안에 있는 것은 거의 살인적인 고문'이라는 취지의 민원이 빗발쳤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런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전력수급위기가 닥쳐오자 '냉방기 사용을 전면 중지하고, 실내조명도 원칙적으로 소등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각 학교에 보냈다. 교실 온도가 30도를 넘으면 냉방 없이 수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교육청의 이같은 행동은 사실상 학생과 교사의 원성을 외면한 행동이라고밖에 볼수 없다.
서울시교육청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해보니 학교별로 전기요금도 천차만별이다. 왜 그런가 시교육청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전기요금은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의 합계로 구성되는데 그 단가가 서로 다르다고 한다. 기본요금의 경우, 요금 적용 전력을 기준으로 산정이 되는데 하절기(6~8월), 동절기(11~2월) 및 당월 중에서 전력수요가 가장 높았던 값(최대수요전력)을 적용하기 때문이란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만약 집집마다 가정용 기본요금이 다르다면 어느 국민이 납득하겠는가?
서울시교육청은 속히 이 문제 해결을 위해 팔을 걷어 붙여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대기전력 차단 장치와 최대 전력 관리 장치를 모든 학교에 설치해야 한다. (참고로 대기전력 차단장치는 학교에서 사용하는 전기제품을 사용하지 않은 시간에 대기전력을 차단하는 장치다. 또 최대전력 관리 장치는 전기요금의 산출기준이 되는 최대 사용전력을 관리하는 장치다.)
전문가의 의견에 따르면 전기사용 시스템 설치가 완료되면 전년대비 20% 정도의 전기요금을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주먹구구식으로 전기 절약하라는 공문만 보낼 것이 아니라 보다, 실효성 있는 행정,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행정, 감동 행정을 펼쳐야 할 것이다.
최근 2년간 서울 시내 학교 전기요금이 24.8% 증가하였다. 학교 입장에서는 공공요금을 납부를 미룰수 없게 되다 보니 우선적으로 전기 요금을 납부한다. 그러다보면 정작 학생들에게 써야 할 교육활동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지만 학교는 수익을 내는 기관이 아니다. 그런데 수익을 내는 전력보다도 비싼 요금을 내야 하는 상황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시 교육청은 한국전력공사, 교과부 등에 지속적으로 건의해 전기요금 단가를 인하해야 한다.
▲ 찜통더위가 계속된 12일 오전 3주간의 짧은 여름방학을 끝내고 개학한 서울 연희중학교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이 학교는 교실에 에어컨과 선풍기 등 냉방시설이 가동돼 비교적 시원한 분위기에서 수업이 이뤄졌다. 하지만, 의왕의 백운중학교 등 일부 학교들은 연일 계속된 폭염 탓에 애초 이날로 예정됐던 개학을 오는 16일로 연기했다. 2013.8.12 ⓒ연합뉴스 |
산업용보다 비싼 교육용 전기…교실은 '극기 훈련장'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2012년 국내 전력판매에서 교육용은 1.7%에 불과하기 때문에 교육용 전기 요금은 낮춰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한다. ㎾당 평균 교육용 전기 단가가 108.8원인데, 이는 산업용 92.8원보다 16원 비싸다. 학교들이 요금이 비싼 시간대에 전기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인데, 그렇다고 해서 경제활동도 안하는 학생들이 찜통교실(겨울에는 냉동교실)에 참고 앉아 있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형평에도 맞지 않고 국가가 책임지는 '의무 교육' 철학에도 맞지 않다. 당연한 이야기다. 학생들은 학교에 공부하러 온 것이지 극기 훈련하러 온 것이 아니다. 학생들에게 더워도 참고 추워도 참으라는 것은 진정한 교육이 아니다.
최근 원전 비리 등으로 사회가 시끄럽다. 어른들이 비리를 저지르면서 전기 수급 불안에 한 몫 하고 있는데, 지금 그 부담을 학생들에게까지 전가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학생들에게 쾌적한 교육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고, 특히 교육 당국과 정부의 책무이다. '찜통교실'과 '냉동교실'을 계속 방치할 것인가. 교육용 전기는 최소한 농사용 수준으로 요금을 속히 인하하고, 학교운영비를 증액시키는 등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학교를 '시간요금제'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게 맞다. 나아가 미국이나 유럽처럼 '그린스쿨'을 도입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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