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가 공장을 떠난 지 10년 만에 다시 돌아간다. 31일 해고노동자 119명 중 60%인 71명이 복직한다. 해고노동자들은 이날 아침 7시30분 공장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뒤, 출근할 예정이다. 이번에 복직하지 않는 나머지 48명은 합의서에 따라 2019년 상반기에 복직할 예정이다.
이번에 복직하는 노동자 중에는 2012년 서울 대한문에 분향소를 차리고 40일 단식농성을 벌였던 김정우 전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 정리해고가 아닌 징계해고자로 지난 10년 동안 싸운 윤충열 수석부지부장, 2015년 공장 안 굴뚝농성으로 노사교섭을 끌어낸 김정욱 사무국장 등이 포함돼 있다.
김득중 지부장은 이번 복직자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앞서 김 지부장은 조합원들이 모두 복직한 후 가장 마지막에 복직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김 지부장이 이번 복직에 포함되지 않은 이유는 그 약속 때문이다.
2019년 상반기 말까지 나머지 해고자 복직키로
쌍용차 노·노·사(쌍용차노조·금속노조 쌍용차지부·쌍용차 사측)는 지난 9월 13일 저녁, 쌍용차 해고자 119명 전원을 내년 상반기까지 복직시키기로 합의했다.
당시 합의문을 보면 회사는 2018년 말까지 해고자 119명의 60%를 채용하고, 나머지 40% 해고자를 2019년 상반기 말까지 단계적으로 채용하기로 했다. 행여 2019년 상반기 대상자(40%) 중 부서배치를 받지 못한 복직 대상자가 있을 경우, 2019년 7월 1일부터 2019년 말까지 6개월간 무급휴직으로 전환한 후, 2019년 말까지 부서배치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는 합의 이후 회사를 상대로 한 일체의 집회나 농성(2009년 구조조정 관련)을 중단하고, 이와 관련된 시설물과 현수막 등을 자진 철거하기로 했다. 또한, 사측이 이번 합의를 위반하지 않는 한 회사를 상대로 집회나 시위, 선전 활동을 포함한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해고자 복직으로 발생하는 회사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원 방안과 경영정상화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해고자가 119명이 된 이유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대량해고에 반대하며 2009년 77일간 대규모 공장 옥쇄파업까지 벌였다. 하지만 사측은 음식물 반입을 막고 가스를 끊었고 경찰은 경찰특공대를 투입해 강제진압에 나섰다.
결국 980명의 정리해고 대상자를 무급휴직 462명, 희망퇴직 355명, 정리해고 165명으로 조정하는 것으로 노사협상이 타결됐다. 그러던 중 2010년 인도 마힌드라 그룹에 인수돼 이듬해 기업회생절차를 마친 쌍용차는 2015년 12월 노(기업 노조)·노(금속노조 쌍용차지부)·사 3자간 합의안을 마련했다. 2017년 상반기(6월)까지 전원 복직을 위해 노사가 최선을 다한다는 게 골자다.
이에 따라 기술직 신규인력 채용 수요가 있을 때마다 입사지원자 가운데 해고자 3, 희망퇴직자 3, 신규채용 4의 비율로 단계적으로 채용하되 복직점검위원회를 구성, 진행과정을 매달 점검하기로 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노사가 최선을 다한다'는 두루뭉술한 합의안은 사측이 합의 이행 책임에서 회피할 수 있는 빌미를 만들어줬다.
결국, 쌍용자동차는 165명의 해고자 중 45명만을 복직시켰고 나머지 120명은 여전히 복직을 기다리게 됐다. 노사 간 합의가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그렇게 기다린 복직자 120명 중 한 명은 지난 6월 27일 생활고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주중 씨다. 복직에 합의한 해고자 숫자가 119명인 이유다.
쌍용자동차지부 "존중받는 일터를 만들겠다"
그렇게 지난한 과정을 거쳐 합의된 해고자 119명 중 71명이 31일 공장으로 복귀하는 셈이다. 쌍용자동차지부는 "2018년 12월31일 쌍용차 해고노동자 119명 중 60%인 71명이 공장으로 돌아간다"며 "2009년 6월8일 정리해고 이후 10년 만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해고노동자들은 아침 7시30분 공장 정문에 모여 기념인사와 기자회견을 갖고 출근할 예정이다.
쌍용자동차지부는 "너무도 긴 시간을 견뎌온 노동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카네이션을 건네고 따끈한 떡 한 덩이 선물한다"며 "10년 만에 일터로 돌아가는 노동자들은 품질 좋은 명품 자동차를 만들고, 존중받는 일터를 만들겠다고 다짐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숙제도 산적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약속한 손배소 취하, 그리고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 등이 대표적이다. 쌍용자동차지부는 "국가손해배상, 가압류 취하가 경찰 내부 반발로 진행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살인 폭력진압에 대한 책임자 처벌도, 대법원의 박근혜 청와대 재판거래 진상규명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우리는 진실을 밝히는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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