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금 고지서를 통한 회비 모금과 관련해 대한적십자사 담당 책임자가 민원인을 "미꾸라지"로 표현해 논란이 예상된다. 국민의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조직의 후원 관련 책임자가 국민을 폄훼하는 발언을 한 것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프레시안>이 취재한 데 따르면, 적십자사에서 모금을 총괄하는 책임자는 '악성 민원 처리 유의사항'을 내부 게시판에 올리면서 "미꾸라지 한 마리(민원인)가 전체 물을 흐릴 수 있다"고 했다. 적십자사 직원 3700여 명이 볼 수 있는 게시판에 업무 지시 성격의 글을 게시하면서 민원인들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그는 "현재 모금 기간 중 발생하는 민원 중 가장 악성 민원은 민원인께서 '집요'하게 세대주의 개인정보(성명, 주소)를 어디서 받았는지, 그에 대한 근거는 무엇인지를 밝히라는 요구를 하는 것"이라면서 "법적인 근거, 지침, 자료의 정당성 등을 파고들면서 정부의 책임을 들먹이며, 자료의 출처를 밝히라는 민원이 가장 우리를 괴롭히는 민원"이라고 재차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원인에게) 조직법과 시행령을 중심으로 설명하지만, '(민원인이) 다 필요 없다며 자료의 출처'를 밝히라는 요구가 지속되는데, 여기서... 바로 이 대목에서 우리사(적십자사)의 직원이 '(개인정보를) 행정안전부에서 받았다고 하면 안 된다"고 주문했다. 개인정보 관련 업무 협조 부처인 행안부에 '악성 민원'이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지시다.
이와 함께 "민원인의 추궁과 압박에도 불구하고 '난 이 민원인을 끌어안고, 절벽으로 뛰어내리겠다는 '신념'으로 대응해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책임자는 특히 "미꾸라지 한 마리(민원인)가 전체 물을 흐릴 수 있다"며 '민원인'을 괄호 속에 병기 표기했다.
그는 이어 "잠시 곤란함을 벗어나고자 무심결에 대응한 민원 하나가 일반 회비 전체 판도를 흔들 수 있다"며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라고 비난했다.
책임자는 또 '악성 민원'이 향후 행안부에 들어갈까 봐 눈치를 보기도 했다. 그는 "우리사(적십자사)에서 행안부라는 말은 나가지 않았음을 확인해야 (행안부와) 신뢰가 형성되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개인정보) 자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요청"할 수 있다는 것.
적십자사는 보건복지부 산하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되어 있지만, 회비 모금을 위한 개인정보는 행안부의 업무 협조로 이뤄진다. 대한적십자사 조직법(제8조)에 따르면, 적십자사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회원 모집 및 회비 모금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해 받을 수 있다. 즉,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국민 개개인의 성명과 주소가 행안부를 통해 제공된다.
적십자사가 이 정보를 바탕으로 연말연시 집집마다 지로 형식의 후원금 고지서를 보낸다. 적십자사는 '집중 모금 기간'으로 정한 12월과 1월에 △개인 1만 원 △개인사업자 3만 원 △법인 5만 원 등으로 후원금을 일괄 적용해 각 가정과 기업에 지로 통지서를 보낸다. 가정에 발송하는 고지서는 25세부터 75세 사이 모든 세대주를 대상으로 한다. 고지서에는 세대주 이름, 주소, 납부 금액, 기간 등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이에 대해 적십자사 측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후원자이자 국민인 민원인을 물 흐리는 미꾸라지인 양 표현한 것에 대해 부적절했다고 인정했다.
내부 게시판에 해당 글을 쓴 책임자는 "최근 늘어난 민원을 처리하면서 직원들이 상급단체인 행안부로 돌리는 경향이 있어 행안부에서도 컴플레인이 있었다"며 "내부 게시판이다 보니, 직원들에게 좀 강하게 표현을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부분에 표현이 부적절했다는 것에 대해서 인정한다"고 밝혔다.
다만, "내부적으로 민원인의 민원을 철저하게 받고, '우리가 직접 책임지는 자세로 해결하자'는 차원에서 썼던 것"이라며 "적십자사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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