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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전기요금 7000억 깎아주면서…서민은 더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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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전기요금 7000억 깎아주면서…서민은 더 내?

당정, 전기요금 개편안 발표…민영화 '물꼬' 우려도

앞으로 서민들이 전기요금을 더 부담하게 될 전망이다. '중산층 증세' 논란에 이어 '중산층 전기요금 인상' 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새누리당 에너지특별위원회는 21일 오전 한진현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 등이 참석한 당정협의를 통해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이번 개편안에는 연료비 자동연동제를 실시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명박 정부 때 수차례 보류됐던 '한국전력공사(한전)'의 숙원이 이날 당정협의로 풀린 것이다.

이는 전기요금 인상의 물꼬를 튼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연료비 자동연동제는 발전 연료비의 가격 동향에 따라 전기 요금을 분기별로 조정하는 방안이다. 쉽게 말해 국제 유가 등 석유값이 오르면 그에 따라 자동으로 전기요금이 올라가도록 하는 방식이다. 현재 화석 연료 고갈 우려 등과 관련해 장기적으로 화석원료 가격이 오르는 추세여서 전문가들은 전기요금의 상시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은 물가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날 정부 여당이 서민층의 전기 요금 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해 주택용 전기 누진세를 기존의 6단계에서 3단계로 축소키로 했지만, 전체적인 전기요금 인상 효과로 물가가 상승할 경우 이 부담은 고스란히 서민들이 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정부가 지난 2011년 7월 연료비 자동연동제를 실시하려다 보류하게 된 결정적 이유도 '물가 상승 우려' 때문이었다.

▲ 새누리당은 정부와 당정협의를 통해 '연료비 자동연동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기 요금과 물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 ⓒ연합뉴스

대기업에 7500억 혜택 주고, 중산층 요금은 인상한다?

물론 지나치게 낮은 전기 요금 때문에 "한전이 매년 감당하는 수조 원대의 적자를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전기 요금 현실화는 필요하다"는 '당위성'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당정협의에서 정부와 새누리당은 대기업에 혜택이 집중된 산업용 전기 요금 현실화에 대한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 결국 세제개편안 논란과 마찬가지로 '중산층 부담 증가' 논란이 일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보다 근본적으로 '전기 민영화'에 대한 우려도 커질 전망이다.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인용해 "전기요금 할인 혜택이 대기업에 집중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해 동안 전력사용량 상위 20개 기업에 준 전기요금 할인 혜택으로 인한 한전의 손실이 7552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산업용 전력의 평균 원가회수율(전기 생산비용 대비 전기 요금 비율)은 89.4%였다. 전기를 생산하는데 1000원이 들어간다면 기업은 894원만 낸 셈이다. 반면 일반용(공공, 영업용)은 92.7%로 산업용에 비해 높았다. 이 의원은 "이처럼 산업용 전기 요금이 싼 이유는 기업의 수출 가격 경쟁력을 높여주기 위해 정부가 기업에 전기요금 할인 혜택을 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의원은 "이러한 혜택은 곧 한전의 손실로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기요금 할인 혜택을 가장 많이 본 곳은 삼성전자로 3903억 원에 달했다. 다음으로 현대제철 2725억, 포스코 2058억, LG디스플레이 1636억, SK하이닉스 1175억, 주식회사 한주 889억, SK에너지주식회사 768억, OCI 764억, LG화학 737억, GS칼텍스 691억, 고려아연 663억, 동국제강 656억, 한국철도공사 606억, 효성 594억, 동부제철 539억, 씨텍 521억, S-OIL 515억, 현대자동차 505억, 세아베스틸 413억, 한화케미칼 373억 원 순으로 할인 혜택을 받았다.

이들 전력 사용량 상위 20개 기업의 작년 전력 사용량은 7만 5962GWh로 전체 산업용 전력 사용량 25만 8102 GWh의 29.4%에 달한다.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발전노조)는 성명을 내고 "정부는 산업용 전기를 원가 이하로 공급하고 있고 이로 인해 전력다소비형 외국기업들까지 몰려들면서 산업용 전기사용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폭증하고 있다"며 "산업용 전기의 남용은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 핵발전으로 인한 방사능오염과 더불어 100조 원에 달하는 한전의 부채를 발생시켜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부담까지 지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발전노조는 "재벌·대기업들은 전기를 남용하면서도 돈을 벌고 있지만, 국민들은 찜통 더위에 가정용 폭탄 전기요금 누진제와 전력부족으로 냉방기조차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지하철, 버스, 사무실, 공장에서 여름에는 폭염과 겨울에는 혹한과 전쟁을 치르는 고통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산업용 전기에 대한 대책이 부재한 전기 요금 인상 논의는 결국 서민들의 희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지난 6월 13일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에너지산업 민영화 정책 규탄'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공공부문 민영화 반대 공공성 강화 공동행동' 주최로 열린 회견에서 참석자들은 공급중심의 전력정책을 수요관리 중심으로 전환할 것과 재벌, 대기업에 막대한 이윤을 보장하는 전력거래제도 폐지 등을 촉구했다. 2013.6.13 ⓒ연합뉴스

연료비 자동연동제 도입, 민영화 '물꼬' 트는 결과 나올지도
연료비 자동연동제가 전기 민영화의 물꼬를 트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연료비 자동연동제가 실시되면 결과적으로 전기 생산, 판매 분야의 적자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민간 기업의 전력 시장 참여를 촉진시킬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 초반 광범위한 공공 분야 민영화 논의가 이뤄졌을 당시, "전기 요금 현실화가 전력 부문 경쟁 도입의 물꼬를 틀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었다.

발전노조 박정규 대외협력실장은 "현재도 전기민영화는 착착 진행되고 있다. 이번 정부의 연료비 자동연동제가 전기 민영화의 '마중물'이 될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실장은 이번 당정협의 결과에 대해서도 "산업용 전기 요금과 관련해 인상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꾸준히 나왔지만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결국 정부 여당의 이번 결정은 민영화 논란, 서민 부담 논란만 더 불러일으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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