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급된 퇴직금을 달라고 요구하던 대학 청소 노동자들이 되레 업무방해로 고소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는 27일 광운대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소 노동자들에 대한 고소 취하를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의 주장에 따르면, 청소 노동자들과 광운대학교는 지난 4월, 조합원 44명이 받지 못한 퇴직금 1인당 약 230여만 원을 학교가 지급하도록 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했다. 이들 청소 노동자가 속한 용역업체인 거산건설이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광운대와 계약을 종료했기 때문이다.
계약 종료 후 거산건설이 도산하자, 퇴직금을 받지 못하게 된 청소 노동자들은 원청인 학교 측에 이 문제 해결을 요구했고, 학교가 이를 받아들였다.
미지급된 퇴직금 달라고 하자 '영업방해'로 고소
다만 학교가 직접 모든 퇴직금을 주는 것은 아니었다. 체당금, 즉 노동자가 기업 도산 등을 이유로 임금이나 퇴직금을 받지 못할 경우, 근로복지공단이 대신 지급하는 돈을 청소 노동자들이 받은 뒤, 그 금액에서 모자란 부분을 보전해주기로 한 것이다. 체당금은 상한선이 있기에 노동자들이 받아야 하는 실제 금액의 70~80% 정도만이 지급된다.
하지만 지난 8월, 노동자들에게 체당금이 지급됐으나 광운대에서는 이후 두 달여 동안 체당금에서 모자란 미지급금 관련,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결국, 지난 10월 22일 청소 노동자들은 미지급금 관련, 유관부서장을 만나기 위해 해당부서를 찾아갔지만 이미 소식을 접한 부서장들은 자리에 없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학교 측은 이들 청소 노동자들의 부서방문을 '불법행위'로 규정했다. 광운대 총무처장과 관리처장은 '학내 불법해위에 대한 당부의 글'이라는 제목으로 이들의 행동을 질타했을 뿐만 아니라, 학교 교무위원회에서는 이들 청소 노동자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학교 측은 고소장에서 "피고소인은 관리처 사무실 및 관리처장실에 난입해 처장실과 관리처 사무실을 불법 점거함에 따라 부서 전체 업무에 막대한 차질을 주었으며 이에 광운대학교가 유무형의 손해가 발생 할 것으로 생각되어 고소장을 제출한다"며 "철저히 수사해 엄벌에 처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청소노동자의 눈물 "학교가 예의가 있다면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최수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광운대분회 분회장은 "학교에서 보기에는 중요하지 않을지 몰라도, 퇴직금은 박봉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에게는 마지막 남은 노후자금"이라며 "학교가 최소한의 예의가 있었다면, 청소노동자들을 이렇게 고소고발하면 안 됩니다. 오히려 미안하다고 말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분회장은 "학교는 법과 원칙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자신들이 쓴 합의서도 지키지 않았다"며 "우리에게 죄가 있다면, 약속을 지키라고 한 죄밖에 없다. 고소 취하만이 광운대에서 청소 일한다는 죄로 퇴직금 때문에 가슴앓이 해야했던 우리들에게 학교가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사과이자 예의일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변선영 광운대분회 사무장은 "학교에서 가장 높은 사람들로 구성된 교무위원회에서 결국 학교에서 가장 약한 사람들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고소했다"며 "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변 사무장은 이번에 대학에 고소한 청소 노동자들을 언급하며 "대부분이 학교에서 퇴직금을 안 준다니깐 답답한 마음에 항의방문 간 언니들"이라며 "나이가 70 넘은 언니도 있고 내일모레면 학교 그만둬야 할 언니들도 있다. 그들이 일 그만두고 경찰서에 왔다 갔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답답한 마음뿐"이라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는 "힘 있는 자는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서 힘없는 자들에게만 원칙을 강요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며 "그 힘 있는 자가 교육기관인 학교이고, 힘없는 자가 비정규직 노동자라면 더더욱 그러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광운대학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퇴직금으로 가슴앓이를 하는데 더해 고소고발로 인해 피의자로 조사받는 등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며 "다시 한 번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고소를 취하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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