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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반기든 매티스, 정말 그는 영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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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반기든 매티스, 정말 그는 영웅일까?

바세비치 "중동 전쟁 지속이 미국 이익과 가치에 부합하나?"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최근 미국 언론에서 '강단 있는 군인'으로 묘사된다. 그가 지난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결정에 반발해 사표를 던지자 주류언론들은 일제히 "트럼프 정부에 있던 '어른들의 축'이 모두 떠났다"고 개탄했다.

올해 말 물러나는 매티스 장관은 크리스마스 휴일인 25일(현지시간)에도 출근해 장병들에게 격려 서한을 보냈다. 그는 "여러분들은 과거 수십 년의 자랑스러운 유산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먹구름이 곧 닥칠 것으로 보이지만 여러분 덕에 동료 시민들은 집에서 편안히 지내고 있다"고 의미심장한 글을 서한에 담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사퇴 서한에서도 그는 "동맹국들을 존중하고 악의가 있는 행위자들과 전략적 경쟁자들을 냉철한 시각으로 봐야 한다는 나의 견해는 40년 넘게 이 문제에 몰두하면서 체득되어 강력히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사병으로 시작해 44년 간 복무하며 4성 장군까지 진급한 입지전적 군인이다. 2000년대 초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에 참전했던 그는 중동 지역을 관할하는 미 중부군 사령관을 거쳤다.

철저한 군인정신은 그에게 '미친 개'라는 별명을 안겼다. 지난해 IS(이슬람국가) 퇴치 작전 때는 미군의 공습으로 민간인 피해가 속출했음에도 "민간인 사상자 발생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했다. 앞서 2004년 이라크 팔루자 공격을 진두지휘한 그의 공습 명령으로 13명의 어린아이들을 비롯한 42명의 시민들이 희생되기도 했다.

'전쟁 영웅'의 어두운 이력은 잊혀졌다. 매티스 장관은 현재 미국 대외정책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워싱턴 정가의 우려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공화당 소속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조차 그의 사퇴 소식에 "미국과 동맹국을 위험에 빠트리고 적들을 강력하게 만드는 중대한 정책적 오류로 나아가고 있음이 분명해졌다"고 했다.

군사 전문가로서 미국 대외정책의 실상을 지적해온 앤드류 바세비치 보스톤대 교수의 견해는 다르다.
그는 최근 미국의 독립언론 <데모크라시 나우>와의 인터뷰에서 "군부 사회에선 매티스가 걸출한 군인이며 진짜 전문가라는 데에 이견이 없겠지만, 문제는 그가 낡은 사고방식을 가진, 상상력 없는 옛날식 군인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바세비치는 "매티스가 사퇴 서한에서 언급한 것은 40년 동안 중동 정책에 관여했던 자신의 이력, 다시 말해 지난 40여 년 동안 미국 기득권들이 견지해 온 관점을 대변한 것"이라며 "미국의 기존 중동 정책을 '잘했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매티스의 사임에 실망감을 표출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철군 결정에 따른 "중동 지역의 혼란과 무질서에 대한 우려는 정당하지만, 대중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중요한 점은 미국이 아무리 전쟁을 지속하더라도 긍정적인 결과를 낼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미국은 시리아에서 7년째, 아프가니스탄에서 17년째 전쟁을 벌여오고 있다. 바세비치 교수는 "이런 전쟁을 계속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을 증진시키거나 우리가 내세우는 도덕적인 가치에 부합하는 것이냐"며 "매티스와 국가안보 기득권 세력들은 이 전쟁이 지속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바세비치 교수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철군 결정 역시 시리아와 중동의 평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린 철군 결정의 문제점은, 그가 다른 결정을 내릴 때와 마찬가지로 하룻밤 사이에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진행됐다는 점"이라며 "미군 철군 뒤 시리아 내전에 관한 아무런 정책 구상이 없다는 것은 지속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철군을 한다고 해도 그에 걸맞는 중동 정책이 뒤따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 및 이스라엘을 축으로 맺고 있는 중동 동맹이 유지되는 한 "조지 부시 정부가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한 이래 야기한 무질서와 지역 불안정성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바세비치 교수는 "엉망진창이 된 이 경로에서 빠져나오는 유일한 길은 급격한 경로 변경뿐이지만, 트럼프처럼 하루아침에 결정해버리는 방식과는 달라야 한다"며 "중동을 지배하는 사우디와 이란의 경쟁관계에서 미국은 사우디에 경도된 방식에서 벗어나 이란과도 공존할 수 있는 균형 잡힌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중동 정책에서 완전히 손을 뗄 수는 없지만, 군사 분야 개입을 줄이고 지역의 안정을 구축하기 위한 외교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매티스 같은 사람들이 국가안보 정책을 다루는 한 (미국의 중동정책은) 어떠한 변화도 없을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앞서 지난 23일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1월 1일부터 국방부 장관대행을 할 사람으로 군수업체 보잉에서 30여 년 간 방산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패트릭 섀너핸 부장관을 지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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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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