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도 그럴 것이 22조 원이 투입된 거대 사업이라 이권이 걸려 있는 업계나 인사들이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 진행 과정에서 제기된 불법 논란들만 봐도 핵심 쟁점이 수십가지는 된다.
이명박 정부 내내 4대강 사업과 관련된 논란을 지켜본 인사가 있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현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진애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신우석 씨다. 그는 국회 내에서도 자타 공인하는 '4대강 전문가'다.
신우석 씨가 <프레시안>에 보내온 글은 감사원 감사를 통해 밝혀진 것이나,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밝혀진 것 등과는 또다른 '결'을 보여준다. 신우석 씨는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민간 건설사 등의 각종 보고서에도 주목했다. 이와 함께, 현재까지 드러난 정부 측 보고서와 4대강 사업 관련자들의 증언 등을 토대로 복잡한 '퍼즐'을 짜맞춰, 몇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의혹들을 짚어내고 있다. <편집자>
지난 글(☞ 관련기사 : "국민은 속았지만, 건설사는 '대운하' 알았다")에 이어 두 번째 의문에 대한 답변을 도출할 차례다. 과연 담합을 공모하거나 도와준 다른 세력은 없었는가. 이 질문을 풀면 '4대강 담합으로 얻은 이익은 어디로 갔는가'에 대한 단서도 얻을 수 있다.
2008년 10월 국토부의 4대강 비밀 TF에서는 국가하천종합정비 계획을 만들고 있었고, 10월 국무회의에서는 국가하천정비를 100대 과제로 포함시켰다. 그리고 12월 국토부는 4대강정비계획을 발표하고 건설기술연구원에 마스터플랜 용역을 발주한다.
2008년 12월 발표된 4대강정비계획은 14조 원의 국가예산으로 진행되는 재정사업이었다. 더 이상 민간제안사업도, 민간투자사업도 아니었다. 그러나 2009년 4월 6일 이 사업에 참여한 한진의 문서를 보면 건설사들은 이를 '민간투자사업(당초 경부운하 건설사업)으로 부르고 있다. 경부운하 건설 사업은 대운하 사업이다. 이들이 보고서를 이렇게 꾸민 것은 왜일까? 나아가 대운하설계팀이나 대운하컨소시엄과 청와대, 국토부는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었을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운하컨소시엄은 어떠한 경로를 통해서든, 정부의 계획과 사정을 이미 속속들이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담합에 참여한 대형건설사들은 4대강사업의 사업 공구가 발표되기도 전에 설계용역사들에게 낙찰 예정공구에 대한 준비를 통지하기도 했다.
공정위 자료에 의하면 이미 민자 대운하컨소시엄과 설계용역계약이 맺어져있으면서 마스터플랜용역에도 참여한 설계용역 회사들로부터 사업내용과 진행과정에 대한 정보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일까? 그 정도가 아니었다.
감사원 자료에 의하면 2008년 12월 발표한 국토부의 4대강정비사업 계획은 청와대 대통령실에 의해 대운하설계팀이나 대운하컨소시엄의 계획으로, 급속도로 수정됐다.
▲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09년 4월 2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4대강 살리기' 합동보고대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
4대강 종합정비방안이 균형위에 상정되기 전인 2008년 12월 2일 4대강 종합정비사업 균형위 안을 보고 받은 대통령은 직접 운하 수준의 수심 확보를 언급한다. "수심이 5~6m가 되도록 굴착할 것"(대통령 말씀사항 정리문건)이라고 지시하였으며 이에 국토부는 "수심 5~6m 확보 방안은 현재로서는 보고서 포함이 불합리하므로, 4대강 마스터플랜 수립 시 검토하는 방안을 대통령실과 협의하겠다"고 내부보고 한다.
사실상 2008년 12월 발표된 4대강 종합정비방안에서 대운하용 수심을 확보하는 계획은 빠져있었지만 이미 대통령의 지시까지 있었으며 추후 운하용으로 변경하는 것을 검토하기로 했던 것이다. 그 이후에는 더 이상 거칠 것이 없었다.
2009년 1월 국토부는 4대강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면서 대운하컨소시엄으로부터 경부운하 자료를 제공받았으며, 이는 용역을 수행하던 건설기술연구원 책임자에게 제공되었다. 또한 2009년 2월 9일 대통령실과 협의한 결과 "대운하컨소시엄의 대운하설계팀 관계자와 합동으로 추진방안을 마련하여 대통령께 보고"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4월에는 대운하설계팀과 대운하 계획의 활용 및 반영여부를 협의하는 등 추후 운하추진에 지장이 없도록 검토하기로도 했다.
결국 낙동강의 경우 경부운하(6.1m)와 유사한 수심('하구~구미' 6.0m)이 확보되는 등 4대강사업의 준설·보 설치 규모가 확대 됐다. 국토부 기획단 측의 안(案)보다 대운하컨소시엄 측의 안(案)에 훨씬 가까운 계획으로 변경된 것이다. 사업비도 14조 원 정도에서 22조 원 규모로 급상승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의 의혹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심지어 추가된 8조 원은 수익성은 낮아도 건실했던 수자원공사에 떠넘겨졌다.
감사원 감사 결과를 토대로 추측해보면, MB가 원하는 운하준비사업을 하기에 14조 원은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14조 원은 정부가 예산을 통해 동원할 수 있는 최대치의 한계였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에도 4대강사업 때문에 모든 다른 사업은 중단시킨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으니, 더 무리해서 예산을 확보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운하추진론자들은 1단계로 하천정비 명목의 운하준비사업을 마치고 난 후 2단계 실질적인 운하 연결사업까지 계획했는데, 1단계 사업을 추진하기에도 예산은 부족했고 어차피 2단계 운하사업으로 가기 위해서는 민간투자사업자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했다. 다른 한편에는 정부 재정 14조 원으로 추진하는 국가하천정비사업 과정을 거쳐 갑문과 터미널 등에 대해 민간투자 사업으로 참여하는 이른바 '2단계 운하사업'까지 이 프로젝트가 진행되기를 희망하는 대운하 컨소시엄이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감사원 내부 해명글에서 엿보인 수상한 국토부의 행동
국토부는 대통령과 대운하컨소시엄 사이에서 대운하에 대한 어떤 입장을 가졌을까? 국토부에서는 운하추진론과 운하반대론 두 가지 움직임이 동시에 있었다. 현직 대통령의 핵심 관심사이지만 2007년 대선 당시부터 건설교통부는 대운하에 부정적인 입장이었으니 어찌보면 당연히 형성될 수밖에 없는 구도였을지 모른다.
국토부는 대운하포기선언 이후에도 국가하천정비사업을 준비한다며 공문도 예산도, 그 어떤 기록도 없는 '비밀태스크포스(TF)'를 2008년 10월에 만들었다. 그것도 준설, 보 설치는 정부가 하천정비사업으로 추진하고, 운하와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시설인 갑문, 터미널 등만 민간 자본으로 설치하는 방안을 대운하컨소시엄이 계획하고 있던 동일한 시점에 말이다.
<MBC> PD수첩 방송에 의하면 그 TF에는 국토부 출신으로 대통령인수위 한반도대운하 TF와 청와대에서 한반도 대운하를 담당했던 청와대 행정관이 참여해 더 깊은 수심을 확보하는 운하준비용 사업으로 추진하도록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현재 표면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자료들을 토대로 보면, 대통령실과 운하추진론자들에 의해 국토부 계획이 대운하컨소시엄 계획에 밀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국토부와 대운하컨소시엄 사이에는 아직 확인해야 할 진실이 많다. 특히 4대강 담합에 대한 국토부는 어떤 대응을 했을까? 감사원은 입찰담합 정황을 인지하고도 담합 방지 노력을 소흘히 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프레시안>이 단독 입수한 감사원 건설환경감사국 제3과가 감사원 내부통신망에 올린 자료는 충격적이었다.(☞ 관련기사 : [단독] 감사원 실무 부서는 왜 직원들에게 별도 설명해야 했나)
"국토부의 담합 유도 여부를 조사하던 중 1차 턴키 평가위원 선정을 위해 국토부에서 2009. 8. 26 대한토목학회 등 16개 기관에 보낸 공문에 1차 턴키공사 입찰참여업체 중 들러리가 아닌 실제 경쟁업체는 진한 글씨체로 표시되어 있는 등 공정위가 조사한 담합구도 및 실제 낙찰자를 낙찰자가 선정(2009. 9.30) 되기도 전에 이미 파악한 것으로 보이는 자료를 확인하였는데 이 자료는 담합을 주도한 특정 건설회사가 작성한 자료와 유사하였습니다."
감사원의 내부통신망에 4대강감사를 담당했던 담당과가 올린 자료와 감사원의 공개문에 의하면 턴키 평가위원 선정을 위해 보낸 '추천 평가위원 기피대상 여부 및 설계 심의 참여 실적' 관련 공문에 담합으로 인한 낙찰 예정 기업이 진한 글씨체로 표시돼 있었다는 것이다. 감사원 발표문을 통해 확인한 이 문서는 공문에 첨부된 '4대강 건설공사 등록사 현황'인데 "OO공구 입찰에 A, B, C 컨소시엄이 등록했다"는 식의 내용이 담긴 문서다.
턴키 입찰에 참여한 회사들을 열거하면서 담합에 의한 실제 낙찰예정기업이나 경쟁업체는 진한 글씨로, 이른바 '들러리사'는 연한 글씨로 구분하여 표기하였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이 공문을 국토부가 이미 담합사실을 알고 있었거나 묵인한 근거로 보았으며 감사 공개문을 통해 국토부가 담합을 사전에 인지했다는 근거로 발표했다. 하지만 이 사안은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심사위원 선정을 위한 공문에 특정업체에 대한 별도의 표시가 있었다는 것은 사실상 낙찰 받을 회사를 지정해 준 것이며, 더 나아가 그 자체가 이미 경쟁 입찰이 의미가 없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뿐 아니라 국토부가 담합의 결과를 적극적으로 유도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실제로 건설환경감사국은 이 설명 자료에 "국토부에서 이미 담합 사실을 알고 있었거나, 이를 묵인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사실일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적고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컴퓨터 자료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대운하 전단계' 임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가 발견됐다.
특히 이 자료가 담합을 주도한 특정 건설회사가 작성한 자료와 유사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국토부가 담합 업체들과 함께 담합을 공모했거나, 국토부가 누군가로부터 '담합의 결과대로 입찰이 진행되도록 진행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납득할 수 없는 내용들이다. 국토부까지 개입한 담합의 진짜 몸통의 실체는 국정조사 등을 통해서 밝혀내야 할 핵심사안이다.
솜방망이 담합 과징금,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그렇다면, 4대강 담합으로 얻은 이익은 어디로 갔을까? 담합의 공모자들 입장에서 4대강 담합은 대부분 성공한 담합이었다. 대운하컨소시엄의 운영위원사였던 BIG5 체제에는 뒤늦게 SK컨소시엄까지 참여해, 결국 6개 운영위원사 체제가 되었다. 이들의 담합, 그리고 그에 따른 이익을 보장해주는 장치는 정부에서 제시한 턴키 입찰 방식이었다. 턴키 입찰 방식의 문제점은 당시에도 야당과 많은 시민사회 단체들이 지적했던 부분이다. 6개 사는 서로 중복되지 않게 1차 턴키사업 2개씩을 배분했고, 나머지 2개는 포스코건설과 현대산업개발에 배분했다. 다음 표를 보자.
ⓒ공정거래위원회 |
표에서 보듯이 1차 턴키담합에서 배분된 공구를 수주하지 못한 담합 실패사례는 오직 하나, 낙동강 32공구(낙단보) 뿐이었다. 담합에서의 배분지분율이 낮아 공구를 배정받지 못한 동부, 두산, 롯데가, 각각 불만을 가진 SK, 삼성, 현대를 상대로 경쟁에 뛰어들었고, 이 중에서 삼성이 담합을 통해 배정받은 낙동강 32공구를 두산에게 빼앗긴 모양새로 읽힌다.
4대강 1차 턴키발주는 담합을 통해 93.4%의 경이적인 낙찰률로 마감된다. 정부 발주 공사의 최저가낙찰제 평균낙찰률이 70% 수준인데 비해 20% 이상 높은 수치다. 역시 담합 의혹이 있는 2차 턴키 평균낙찰률인 73.5% 보다도 무려 20% 가량 높다. 같은 턴키 발주에서도 공사 발주 금액이 클수록 낙찰률이 낮아지는 통상의 낙찰 결과를 보더라도, 1차 턴키사업 담합으로 인해 막대한 부당이익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20% 가량에 해당하는 혈세가 낭비되었다고 가정해 이를 매출액으로 환산하면 1차 턴키 담합의 결과만으로도 그 추정 금액은 6000억 원이 넘어선다.
다음 표는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하기 위한 산정기준으로 잡은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 |
매출 대비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의 과징금 부과 기준인 7~10%에 비춰봤을 때, 최저 부과 기준율인 7%가 부과 기준이 됐다. 산정기준 자체가 가장 낮은 부과율로 적용됐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이후 1차 조정에서 대우가 3년 3회 위반으로 10%가 가중됐는데, 이후 두 차례의 대폭 감경을 통해 과징금이 결정된다.
ⓒ공정거래위원회 |
공정위의 감경 사유를 보면 의아한 부분이 있다. "2008. 1월 민자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구성되었던 것이 2008. 12월 재정사업으로 변경된 이후까지 계속 운영되면서 공구 배분으로 이어진 점, 민자에서 재정 사업으로 정부 시책이 변화되는 과정에서 컨소시엄 지분율이 그대로 공동행위로 진행된 점 등을 고려하면 처음부터 부당한 공동행위를 위하여 구성된 컨소시엄과는 동일하게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감안하여 모든 피심인에 대하여 20%씩을 감경하기로 한다"는 부분이다.
그냥 민자에서 재정사업으로 정부시책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진행된 담합이기 때문에 20%를 경감한다는 것이다. 희한하다. 공정위는 2007년 12월 28일 MB인수위와 '빅5 건설사'와의 만남에서 시작된 대운하컨소시엄이 추진했던 사업과, '대운하 포기' 이후 추진됐던 4대강 사업을 사실상 '동일 사업'으로 상정하고 결론을 내린 듯 하다. 그러나 대운하와 4대강사업이 전혀 다른 차원의 사업이라는 정부의 주장에 의하면 이러 논리는 감경의 사유가 될수 없다. 감사원이 의심했던 부분도 바로 이 지점이었다.
최종 과징금은 다음 표에서 보듯, 지분율, 공동수급사와의 관계에 대한 고려 없이 컨소시엄 등을 통한 공동수급과 경기위축이라는 명목으로 30%가 감경된다.
ⓒ공정거래위원회 |
결국 7%라는 최저부과기준율을 적용한 2193억 원의 과징금은 1115억 원으로 감경 조정됐다. 최저부과기준도 안되는, 그 절반 수준으로까지 경감이 된 것이다. 이 수준은 적절한 것일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턴키 제도, 그리고 이어진 담합으로 인해 20%의 혈세가 낭비되었다고 가정했을 때 추정된 6000억 원 이상의 혈세 낭비는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시장경제의 근간을 위협하는 담합에서도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에 해당하는 8개 사의 담합에 대해 해당부처 주무장관은 1115억 원의 과징금도 너무 과도하다고 직접 공정위에 공문을 보내 선처를 호소했다고 하니, 일국의 장관으로서 혈세 낭비보다 건설사의 과징금 부담이 더 우려스러웠던 모양이다.
담합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결정됐다. 결국 담합에 의한 부당 이득을 과징금을 통해 환수하는 것은 불가능해진 것처럼 보인다.
▲ 4대강사업에 따른 현상으로 추정되는 녹조 현상이 낙동강 취수원 등에서 발견되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
악취나는 비자금 의혹 실체를 밝혀야
원초적이고 근본적인 질문이 남는다. 그렇다면 담합으로 인한 이익은 어디로 간 것일까? 4대강 현장에서 24시간 교대로 근무하던 현장 노동자들에게 더 큰 수입으로 돌아갔을까? 아니면 22조 2000억 원이 마중물이 돼 앞으로 먹거리 산업과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게 됐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면, 이같은 담합의 이익이 결국 누군가의 비자금으로 흘러들어간 것 아닌가 하는 의혹만 커갈 뿐이다.
건설노조 등에 주장에 따르면 비자금 조성 방식은 전형적인 수법으로 보인다. (☞ 관련기사 : "4대강에서 7000억 원이 또 증발했다") 하도급업체를 동원해 허위 세금 계산서를 발송하는 방식 등이다.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국가 예산으로 지급되는 공사비를 하도급사에 통장으로 보내고 그 액수가 적힌 세금계산서를 받게 되는데, 그 중 일정 부분을 현금으로 되돌려 받는 수법이라는 말이다. 이는 하도급사가 재도급을 하는 경우에도 유사하게 적용된다.
예를 들어 10개사에 100억 원씩 하도급을 줬고 20%를 돌려받는 협정이 있었다고 하자. 그러면 공사비 10억이 갈 때마다 20%인 2억 씩을 현금 등으로 돌려받는다. 100억 원짜리 하도급이면 실제 지급되는 공사비는 80억 원이고 나머지 20억 원이 현금화 돼 사라진다는 것이다.
실제 검찰에서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진 A하청업체의 사례를 보자. 18억 원 정도 규모의 준설토 운반 하도급공사를 하면서 28억 원 정도 규모의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10억에 가까운 세금계산서 추가 발행분은 3%의 법인세를 제외하고 현금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다시 전달되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방식은 이미 국회를 통해 의혹이 제기된 바와 같이, 특정인과 연관된 기업에 공사를 몰아주거나 설계변경을 통해 계약보다 월등히 많은 공사비를 지불하는 방식이다. 특정 기업에 특혜를 주는 것이다. 특정 인맥 출신 회사에 대한 몰아주기 의혹과 특정 인맥 회사에 대한 과다 공사비 지급은 결국 그 인맥에 대한 비자금과 연결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이 비자금이 얼마나 조성되어 어디로 갔냐는 것이다. 사실 이런저런 제보와 소문은 무성하지만 필자 역시 정확한 사실 여부를 알지 못한다. 의혹이 있더라도 단언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턴키제도의 문제점을 주장하는 많은 사람들은 턴키 담합의 경우 상당한 영업비가 소요된다고 주장한다. 실제 4대강 총인처리시설 담합과 관련해 최근 공개된 모 업체의 내부자료를 보면 심사위원, 관계기관, 지역 공무원 뿐 아니라 공정위, 중앙부처에까지 로비가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4대강 사업을 보더라도 대운하 컨소시엄에서는 여러 제안서를 준비하며 이미 수백 억을 썼다. 앞서 글에서 공개한 한진의 '4대강 유역 개발 민간 투자 사업 출자 지분 변경의 건' 문서를 보면, 담합 과정에서 각사가 차지하게 될 지분율에 따라 업체들이 최소 6억 원 이상의 분담금을 낸 것으로 보인다. 턴키심사는 설계점수와 가격점수를 기준으로 평가가 이뤄진다고 하지만, 이미 확인됐듯 담합에 의한 짬짜미 입찰에서 이러한 기준은 사실상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오히려 이런 담합이 성공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해 주거나 담합을 묵인해줄 수 있는 로비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은 업계의 상식이다.
그렇다면 비자금과 관련한 조사나 수사는 어떻게 가능할까? 가장 좋은 방법은 처음 비자금 조성을 인지했을 때 최대한 빨리 해당 기업이나 의심 가는 곳을 압수수색 해 장부 등 자료를 확보하고 서로 입을 맞출 시간을 없애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이 처음 4대강 사업 관련 비자금 수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한지 반 년이 넘은 상황에서 압수수색이 이뤄졌기 때문에, 비자금 관련 핵심자료 확보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이미 오랜 시간 자료를 숨기고 입을 맞춰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금에 대한 조사나 수사의 기본은 쉽게 말해 '입구와 출구 확인'이라고 할 수 있다. 비자금이 조성되었는지 여부인 '입구' 확인은 상대적으로 용이한 편이다. 원청업체와 하청업체가 서로 이중장부를 만들고 그에 맞는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등 장부상으로 다 맞춰놓더라도 현장 노동자, 하청업체, 현장관계자, 감리 등 많은 관계자가 있기 때문이다. 부풀려진 공사비의 경우, 투입인원, 차량, 장비, 유류대 등 비용을 확인하고 대조해 대략적 비자금 조성 규모를 확인하고 수사를 하는 것 역시 한 방법일 것이다. 통상적으로 원도급, 하도급, 재도급의 공생관계가 강력하긴 하지만 어떤 이해관계를 계기로 틀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정확히 누구에게 어느 정도의 비자금이 전달되었고 어떤 로비가 있었는지는 내부핵심관계자의 제보나 비밀장부가 드러나지 않는 한 밝혀내기 어렵다. 4대강 사업과 같은 경우는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이미 계좌추적으로는 추적하기 어렵도록 현금화하여 조성된 사례도 많을 것이며 입구인 비자금 조성과 달리 출구인 비자금 전달의 흐름은 극소수만이 관여하기 때문이다.
작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터져 나온 4대강 비자금 의혹에 대해 검찰은 즉시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응수했지만 그 행보는 발 빠르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정권이 바뀌고 4대강사업에 대한 검증국면이 조성되자 검찰은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했지만 이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만약 검찰조사에서 의혹을 규명하는데 실패해 납득할만한 성과가 없다면 결국 방법은 하나다. 4대강 비리 의혹과 비자금 의혹 등과 관련해 제보나 양심선언을 기대할 수 있는 국회의 국정조사다.
토건사업에 종사하거나 내용을 잘 아는 사람들은 "4대강사업 뿐 아니라 토건사업에서 이런 형식의 비리는 비일비재 하다"고 말한다. 그런 말을 들으며 오히려 반문해 본다. 그게 현실이라면 22조 2000억 원이 투입된 단군 이래 최대 토건사업이면서, 대통령부터 정부의 주무부처, 총리실까지 동원돼 추진 목적을 속인 대운하 준비사업에서는 도대체 어떤 일들이 있었겠는가?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