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발생한 서울 천호동 성매매업소 화재 사고는 철거를 불과 사흘 앞두고 발생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불은 오전 11시4분께 시작돼 업소 내부를 완전히 태운 뒤 16분 만에 진화됐다.
2층에 있던 여성 6명이 구조됐고, 이 가운데 5명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명이 숨졌다. 3명은 중상을 입고 치료 중이며, 1명은 경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불은 건물 1층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딱히 이름이 붙어있지 않은 스테인리스 재질의 간판은 까맣게 그을렸고, 업소 정면의 통유리는 모두 깨져 바닥에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었다.
여성들이 머물렀다던 2층의 창문도 검은 그을음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인근 부동산과 상인연합회에 따르면 불이 난 곳은 재개발구역에 속한다.
성매매 집결지의 일부 업소들이 이미 떠난 가운데 불이 난 업소가 있는 건물은 25일 철거를 앞두고 있었다.
같은 건물의 1층 세탁소 문 앞에도 가게 이전 때문에 옷을 찾아가야 한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인근 부동산 업자는 "화재 장소는 재개발구역으로 묶인 곳"이라며 "내년 3월까지가 재개발 구역 이주 기한이라 하나둘씩 빠져나가는 중에 불이 났다"고 말했다.
이곳 상인회의 이차성(64) 회장은 "곧 있으면 철거하는데…"라며 잠시 울먹거리다가 "이주 날짜가 25일이라 나가려던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화재로 숨진 50대 여성은 불이 난 업소의 업주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성은 "불이야"라고 외쳐 2층에서 머물던 업소 여성들을 깨우고는 끝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저녁부터 아침까지 장사하기 때문에 화재 발생 시각에 안 자고 있을 사람은 주인 이모밖에 없다"며 "아침에 주인 이모가 보통 청소하고 그러는데 그렇게 다 깨우고는 혼자만 사망한 것 같다"고 추정했다.
불이 난 건물 바로 앞에서 주차장을 운영하는 이성준 씨는 "유리가 깨지고 불이 나길래 신고했다"며 "연기가 조금씩 새 나오다가 갑자기 깨지면서 불이 밖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바로 앞 대형 아웃렛 하역장에서 일하는 A씨도 "일하다가 정리하려고 나왔는데 주차장 형님이 뭘 보고 계시기에 같이 봤다"며 "가게가 통유리로 돼 있는데 연기와 함께 빨간 불길이 세지다가 갑자기 유리가 깨지면서 '펑'하고 소리가 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분이 먼저 급하게 뛰어나왔고, 나중에는 여성 3명이 길바닥에서 소방대원으로부터 급히 심폐소생술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곳에서 8살 때부터 살았다는 김지연(57) 씨는 "돌아가신 분과는 지나가면서 인사하는 정도였다"며 "불 난 건물은 지어진 지 50년쯤 됐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김씨는 "전체 재개발 1∼3구역 중 1구역에 속한 곳인데 이미 다 팔리고 세입자들만 남았다"며 "요새는 장사가 잘 안되지만, 여전히 계속 영업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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