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서 '마지막 어른'으로 남아있었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물러나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묵묵히 균형추 노릇을 하며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으로 불렸던 인사들 가운데 그나마 늦게까지 트럼프 대통령과의 신뢰 관계를 유지하는 듯했던 매티스 장관마저 퇴장하게 된 것이다.
매티스 장관의 사퇴 결심에는 19일(현지시간)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시리아 철군 발표가 결정타가 된 것으로 보인다. 매티스 장관은 시리아에 소규모 주둔군이라도 남겨놓아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지는 못했다.
하루아침에 시리아 주둔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는 매티스 장관에게 상당한 무력감을 안겨줬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이 '해결사'가 될 필요는 없지만 강한 동맹을 토대로 한 외교적 해결이 중요하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던 매티스 장관으로서는 일방주의에 기반을 둔 트럼프 대통령의 '폭주'를 더는 지켜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매티스 장관은 '어른들의 축'에서 지난 3월 먼저 퇴장한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과 허버트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 등에 비해서는 좀 더 길게 트럼프 대통령의 곁을 지킬 수 있었지만 점점 벌어지는 시각차를 극복하지 못했다.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월 중순 방송 인터뷰를 통해 매티스 장관을 '민주당원'이라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후 매티스 장관의 교체가 시간문제라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자신의 사퇴로 트럼프 행정부를 지탱하던 '어른들의 축'이 모두 사라지게 된다는 점을 감안한 듯 매티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으로 '마지막 쓴소리'를 남겼다.
그는 "미국은 강력한 동맹을 유지해야 하며 동맹국에 존중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나의 강력한 믿음"이라고 밝혔다. 동맹과의 상의 없이 시리아 철군을 결정한 데 대한 비판인 동시에 계속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 기조에 대한 충고인 셈이다.
매티스 장관에 앞서 불과 10여일 전에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어른들의 축' 퇴장을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켈리 비서실장의 교체를 공식화화했다.
켈리 비서실장 역시 백악관의 '군기반장' 노릇을 자임하며 질서를 잡으려 하다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화를 피하지 못했다.
'어른들의 축'이 무너지기 시작한 건 지난 3월 틸러슨 전 국무장관의 전격 경질 이후다. 역시 어른 중의 한 명으로 불리던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도 곧 트럼프 대통령 곁을 떠났다.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초기 매주 아침 식사를 함께 하고 하루 전화통화를 두세통씩 하는 날이 있을 정도로 자주 교류하며 견제와 균형 역할에 애를 썼으나 어느 순간부터는 '어른들의 축'이 기능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미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맥스 부트는 지난 19일 시리아 철군이 발표되자 "한때 세계는 '어른들의 축'이 백악관의 어린애들을 제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런 순진한 기대는 계속 내동댕이쳐졌다"고 지적했다.
이들과 트럼프 대통령의 불화는 언론을 통해 노골적으로 표출되기도 했다.
지난해 7월에는 틸러슨 전 장관이 내각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멍청이'라고 언급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달 초 트위터에 틸러슨을 향해 "멍청하고 게을렀다"고 비난하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NBC 방송은 켈리 전 비서실장도 백악관 참모들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트럼프 대통령을 멍청이로 불렀다고 지난 5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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