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지난달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배상 판결을 내린데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측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번 대법원 판결은 한일 기본협정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노동자 개인이 일본 기업에 대해 청구한 손해배상 청구권까지 소멸한 건 아니라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한일의원연맹 대표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회장이 "화해치유재단 해산, 징용공 판결 등에 대한 한국의 적절한 조치와 대응책을 기대한다"며 이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강제징용(강제동원) 노동자 문제는 사법부의 판결로, 일본도 그렇듯 한국도 삼권분립이 확고해 한국 정부는 이를 존중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한국 정부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정부 부처와 민간, 전문가들이 모여 해법을 모색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양 국민의 적대 감정을 자극하지 않도록 신중하고 절제된 표현이 필요하다"며 "양국 간의 우호 정서를 해치는 것은 한일 미래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시이 가즈오 고문은 "징용공 문제의 본질은 식민지배로 인한 인권 침해에 있다. 한일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을 위해 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구권 협정에서 청구권 문제는 해결되었다고 하더라도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는 것은 최근 일본 정부도 국회 심의 답변에서 답변한 바 있다. 그러한 차원에서 양국이 전향적으로 계속 노력해 나갔으면 한다"고 했다.
누카가 회장도 "개인청구권이 아직 소멸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며 "한편 이것은 외교보호권을 포기했다는 인식도 있기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한일 양국 정부가 서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화해치유재단 문제에 대해서도 "오래전부터 활동·기능이 정지됐고 이사진들도 거의 퇴임해 의결기능도 어려운 상태"라며 "아무 활동이 없는 상태에서 운영과 유지비만 지출돼 오던 터라 재단을 해산했고, 잔여금과 10억 엔은 원래 취지에 맞게 적합한 용도로 활용되도록 양국이 협의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과거사를 직시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양국 간 미래지향적 발전 관계는 별개로 진행돼야 한다는 점에는 취임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다"며 한일 간 미래지향적 관계가 지속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했다.
문 대토령은 "한일 양국이 국교 정상화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발전시켜왔다. 역사를 직시하며 미래 지향적인 관계를 만든 것은 양국과 양 국민의 노력 덕분"이라며 "양국 정치 지도자들이 양 국민의 우호적 정서를 촉진·장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접견에 일본 측에서는 가와무라 다케오 간사장, 아이사와 이치로 부회장, 나카타니 겐 부회장, 가즈오 고문, 나카가와 마사하루 운영위원장, 다케시타 와타루 상임간사 등 13명의 연맹 소속 인사들과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일본대사가 참석했다.
우리 측에서는 한일의원연맹의 강창일 회장, 김광림 간사장, 윤호중 사회문화위원장, 박정호 사무총장을 비롯해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정의용 실장, 남관표 2차장, 신재현 외교정책비서관, 김현철 경제보좌관 등이 참석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