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2차 북미 정상회담 유치 의사를 피력했다고 미 CNN방송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베트남 고위 당국자들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자국에서 개최하는 데 관심이 있다는 뜻을 한국 정부 측에 전달했다고 한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미국은 베트남이 과거의 전쟁으로 미국과 적대관계에 놓였지만 이를 극복하고 경제발전을 이뤘다는 점 등을 들어 북미 관계에서 '베트남 모델'을 공개적으로 거론해 온 바 있다.
북한은 최근 지난해 2월 발생한 김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 사건과 관련, 베트남 여성을 끌어들인 데 대해 베트남 정부에 비공식적으로 사과의 뜻을 전달하며 관계 회복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다만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시기는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시점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CNN은 보도했다.
이와 관련,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입장에 밝은 한 당국자는 CNN에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계속 늦어질 경우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2차 북미 정상회담 시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마크 램버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이 최근 베트남을 다녀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기도 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일상적인 아웃리치의 일환으로 알고 있으며, 다른 나라도 같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국무부 대변인실은 램버트 대행의 베트남 방문에 대한 연합뉴스의 질의에 "외교 대화의 세부사항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고만 했다.
북미 교착국면 장기화로 인해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 조율도 표류하는 흐름이 연출되는 가운데 베트남이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희망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북미 정상 간 2차 핵 담판 장소로 어느 지역이 선정될지에 다시 관심이 쏠린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기해 개최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김 위원장과의 2차 정상회담이 내년 1월이나 2월에 열릴 것 같다면서 "세 군데의 장소를 검토 중이다. 우리는 아직 장소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의 이동 거리 등을 감안해 아시아 지역내 정치·외교적 '중립무대'들이 낙점될 가능성이 워싱턴 외교가 안팎에서 무게 있게 제기돼왔다. 특히 아시아에서 북한 대사관이 있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몽골 등이 후보지로 거론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장소가) 아시아인가'라는 질문에 즉답을 피한 채 "비행거리 내에서(Within plane distance)"라고 답한 것을 두고도 북측이 비행기 사정 등으로 인해 장거리 이동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는 점을 감안, 아시아를 염두에 두고 발언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었다.
워싱턴 외교가 안팎에서는 북한이 몽골 울란바토르를 선호하고 있으나 미국 측이 동절기 추위 등을 들어 일단 난색을 표명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몽골은 북한 입장에서 육로 이동이 가능한 점 등 접근성이 이점으로 꼽힌다.
정부 차원에서 유치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진 베트남, 그리고 북측이 당초 선호했던 것으로 알려진 몽골은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최근 방문한 국가들이기도 하다.
리 외무상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일까지 베트남을 방문,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를 예방하고 팜 빈 민 베트남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과 회담했으며, 지난 8일에는 몽골을 방문해 담딘 척트바타르 외교부 장관과 회담한 바 있다.
다만 미국은 유럽도 2차 북미정상회담 후보지에서 완전히 배제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이후 양국간 논의의 향배가 주목된다. 유럽에서 열릴 경우 스웨덴, 스위스 등 역시 중립적 국가들이 거론된다.
그러나 시간과 장소 등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구체적 논의를 위해선 일단 북미 고위급 회담 및 실무회담 등 후속 대화의 조기 재개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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