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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을 실험하는 작은교회, 나비효과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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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을 실험하는 작은교회, 나비효과를 기대한다.

[인터뷰] 전주화평교회 이영재목사, 기본소득은 미래위기에 대처해 나가는 대안

‘기본소득’이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 경기도가 전국 243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기본소득지방정부협의회’를 추진하고 있고, 보수진영 차세대주자로 꼽히는 인사는 최근 ‘안심소득’을 주장했다. 경기도와 충남, 전남 등지에서는 기본소득보장을 촉구하는 농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정작 2년여 전부터 기본소득을 실험적(상징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곳은 전북 전주의 한 골목길에 위치한 작은교회다. 전주화평교회(이영재 목사)는 지난해 5월부터 교인들의 자발적인 ‘기본소득헌금’을 통해 전 교인에게 ‘기본소득’을 배분하고 있다. 또 교회 밖으로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다. 어떤 동기로 도입하게 됐고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프레시안이 이영재목사를 만나 봤다.
(*‘기본소득’의 사전적 의미는 국가가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리도록 조건 없이, 즉 노동 없이 지급하는 소득을 말한다.)
전주화평교회 전경 ⓒ프레시안
프레시안: 먼저 화평교회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기본소득을 실시하고 있는가?

이영재: 매달 첫째주 일요일에 교인 모두에게 나눠 주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시작했다. 교인들이 받는 금액은 많지 않다. 매달 교인 1명당 15,000원 안팎 정도이다. 어른과 아이 가릴 것 없이 받는 금액은 똑같다. 한달동안 교인들이 낸 기본소득 헌금을 모아서 다음달 첫째 일요일에 모든 교인에게 1/n로 나눠주는 방식이다. 물론, 기본소득헌금에 동참을 원하는 교인에 한 해 시행하고 있는데 대다수 교인이 참여하고 있다. 기본소득헌금 봉투가 따로 마련돼 있다. 적지만 꾸준히 시행하고 있는 것은 '기본소득'에서 기독교 성서의 '희년정신', 다시 말해 서로 나누는 기독교의 본래의 공동체정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전주화평교회 기본소득헌금봉투 ⓒ프레시안
프레시안: 언제부터 기본소득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

이영재: 지난 2016년 7월에 서강대학교에서 열린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세계 총회에 토론자로 참여하면서 부터다. 그때 기본소득 개념이 매우 성서적이라고 생각했다. 기본소득에서 성서의 ‘희년의 의미’를 보게 된 것이다. 성서는 희년이 되면 토지를 본래 주인에게 돌려주고 부채를 탕감하라고 한다. 희년제도는 토지가 부유층에 편중되는 경제적 양극화를 방지하고 빈곤층으로 전락한 이들이 회생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바로 초대교회의 모습이다. 서로 나누며 섬기는 모습은 이 시대 교회가 따라야 할 가장 기본적인 자세라고 할 수 있다.
전주화평교회 이영재목사 ⓒ프레시안
프레시안: 그런데 왜, 지금 기본소득제가 논의되고 즉각 실행돼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이영재: 4차산업혁명시대가 이미 눈 앞에 다가왔고 인공지능 시대가 되면서 생산라인의 대폭적인 감소로 대량 해고사태가 예고돼 있다. 향후 10년안에 무인택시도 등장한다고 한다. 그래서 대량 실업사태에 대비해 서구사회에서는 ‘기본소득제’ 실시가 바람직하다는 판단 아래 국가적 대안으로 기본소득방안을 찾고 있다. 경제적 양극화는 엄청나게 심각해질 것이고 대량 실업사태가 오게 되면 국가의 질서와 체제도 무너지게 될 것이 뻔하다, 그렇게 되면 소수의 권력자들은 감당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래서 경제적 대안으로 전 국민이 소위 구매력을 가질 수 있도록 기본소득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생산라인이 계속 가동될 수 있을 것이고 전 국민이 소비할 수 있는 기본소득을 더 늦기 전에 국가에서 지급하자는 경제적 대안이 바로 기본소득제다. 즉각적으로 시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국가는 물론 지자체도 아닌 그것도 대형교회도 아닌 작은교회가 나서게 된 동기는?

이영재: 당연히 기본소득제 시행은 국가적 사업이다. 하지만 국가를 움직이는 정신과 힘은 교회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고 교회가 하나님의 뜻을 표현하는 상징적 행위로, 성경적 용어로는 예언자의 상징적 행동으로 보여주기 위해 시작했다. 첫째 나누는 정신인데 나눔과 섬김이다, 국가가 이제 지배하고 통제만 하는 게 아니라 사실 앞으로는 나누고 섬기는 역할로 국가의 역할이 바꿔져야 한다고 본다. 기독교적으로 얘기하면 하나님 나라에 가까워진다고 보는 거다. 교회의 목적은 하나님 나라 건설에 있으니까 이 경쟁과 폭력으로 가득 차 있는 국가를 어떻게 하면 선한 정신으로 나눔과 섬김의 주체로 바꿀 수 있겠는가? 하는 차원에서 작은 움직임에 불과하겠지만 누군가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화평교회가 시작하자고 제안하고 교인들을 설득해서 시작하게 됐다.

프레시안: 지금 우리 사회에서 기본소득제가 당장 도입돼야 할 당위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영재: 당장 시행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현재 경제 양극화가 IMF 이후에 엄청난 속도로 진행돼서 소위 실업자도 많아지고 특히 청년실업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농촌문제 역시 심각하다. 이처럼 심각한 문제를 덮어둘 일이 아니다. 소득을 배분하는 일에 균일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지금부터 시작해야 나중에 국가에서 시작할 때 무리하지 않고 실행할 수 있다고 본다. 소위 기본소득에 착안해서 보편적 복지로 나갈 때다.
그런데, 내년 국가예산 편성을 지켜 볼 때 대부분 국가는 물론 자치단체의 관심이 지역개발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면서 거의 모든 예산이 개발사업 쪽이 편중돼 있고 단체장들의 관심 역시 개발이 우선이다. 물론, 사회양극화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에 대한 관심은 있지만 그 분야에 눈을 돌릴 수 있는 여유들이 없다는 게 맞는 말일 것 같다.

프레시안: 최근에 경기도의 경우, 전국 243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기본소득지방정부협의회’ 구성을 추진해 왔고 한 보수진영인사는 ‘안심소득’이라는 말을 들고 나왔다. 기본소득이든 안심소득이든 우리 사회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사회 양극화의 문제를 해소해 나가려는 인식은 점차 확산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은데 이들이 시행하려는 것과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가?

이영재: 차이는 없다. 이미 우리 교회는 그같은 개념을 인식하고 2년 전부터 시작했다. 또, 교회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 교회 안 기본소득위원회를 교회 밖으로 확대해서 ‘기본소득전북네트워크’를 창립했다. 이 전북네트워크가 여러 가지 캠페인을 하고 기본소득 과정을 실험해 봤다. 그같은 결과를 토대로 해서 자치단체장도 면담했고, 기본소득조례 제정(안)도 만들어서 시의회에 조례제정 요청도 했었다.
전남 해남에서는 또 ‘농민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결정했고, 충남 부여도 농민수당으로 기본소득 정신으로 주겠다고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기본소득전북네트워크가 전북 완주, 진안, 장수에 ‘농민기본소득’ 우선 실시를 제안했다. 그래서 ‘농민기본소득위’가 곧 발족할 예정이다. 해당 지역 농촌교회들이 참여해서 추진할 예정인데 갈수록 힘들어지는 농촌교회의 대안도 된다. 농촌목회자협의회 관계자들과 계속 논의 중이다.

프레시안: 화평교회가 교인들을 상대로 도입한 지 벌써 2년여가 되는데, 시행착오는 없었나? 또 개선해야 될 점은?

이영재: 사실,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개인이나 단체가 할 일이 아니다. 화평교회가 하고 있는 기본소득제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말하자면 기본소득의 캠페인과 홍보적 차원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시행 효과는 대외적으로 상당히 많이 얻고 있다. 주변 교회도 함께 나섰으면 좋겠다. 지난달 24일,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에서 주는 공로상을 받았다. 지난해 수상자는 청년수당을 도입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였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에서 공로상을 수상한 화평교회 ⓒ프레시안
프레시안: 기본소득에 대한 사전 이해와 관계없이 일각에서는 거부감이 심할 것 같다.

이영재: 기본소득제는 조금만 들여다보면 근본적으로 계급 운동이나 계층 간 갈등을 일으키려는 운동이 절대 아니다. 기본소득은 전 국가적으로 잘 사는 사람, 못사는 사람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위기극복을 하고자 하는 대안적 운동이다, 정파를 초월해서 미래위기에 대처해 나가려는 운동이다. 그걸 교회가 또는 종교단체가 모범적으로 앞장설 때 사회적 공헌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한국사회에서 최근 몇 년동안 대형교회의 문제점이 유난히 부각되고 있는데, 이같은 움직임이 기독교에 대한 인식 제고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종교에서는 움직임이 있나?

이영재: 불교쪽도 관심이 많다. 불교 인사들이 나서서 기본소득제에 대해 함께 캠페인을 했으면 한다. 천주교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점점 다른 종교에도 확산될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적폐 대상으로 몰리고 있는 한국교회가 그동안 추구해 왔던 대형화를 이제 멈추고 기본소득제에 더 깊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교회안에서 있는 자와 없는 자 편을 가르고 계층갈등을 조장하는 목회자들부터 각성해야 한다고 본다.

프레시안: 최저임금제와는 어떤 차이인가?

이영재: 기본소득은 임금개념이 아니다. 소위 일 안 하는 사람도 주는 보편적 복지다. 기계가 생산한 부가가치를 공유하면서 창조적인 일을 누구나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물질을 한 사람이 너무 많이 갖지 않도록 하는 차원이다. 성서에는 면제년과 희년정신이 있는데 기본소득은 성서와 아주 밀접한 정신이다. 불교에도 이런 사상과 같은 평등사상, 화엄사상이 있다.

국가적 대안이라서 어려울 것 같지만, 전문가들은 세계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핀란드는 복지선전국가인데도 기본소득에 대한 실험이 거의 다 끝나가고 있다고 한다.
이영재목사는 “함께 나누는 것, 함께 살겠다는 것”이 ‘기본소득’정신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각해진 한국교회가 공동체를 이뤘던 초대교회의 정신을 회복하고 먼저 이 운동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더 늦기 전에 국가도 역할을 재조정해서 무조건적인 개발투자방식에서 벗어나 곧 닥칠기술발전으로 인한 대규모 실업사태에 대비해 기본소득제 도입을 미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작은교회에서 실험하고 있는 기본소득이 앞으로 우리 사회에 어떤 나비효과를 일으킬지 관심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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