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교환을 위한 협상이 난관에 봉착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종전선언을 건너 뛰고 평화협정 협상부터 논의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13일 통일연구원이 서울 코리아나 호텔에서 연 '2019년 한반도 정세전망 관련 간담회'에서 김상기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은 "2019년(내년)에는 종전선언 없이 평화협정 협상으로 직행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촉진하는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전망했다.
김 연구실장은 남북은 이미 종전선언을 한 것과 다름없다면서 "종전선언은 평화추진의 필수적 과정은 아니다. 오히려 (종전선언 때문에 평화추진이) 지체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홍민 북한연구실 연구위원 역시 "북한에서 종전선언 요구는 10월 즈음에 거의 사라졌다"면서 종전선언보다는 제재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가 중요하며 "2018년 북미는 사실상 대북 제재를 놓고 치열한 협상전을 펼쳤다"고 진단했다.
홍 연구위원은 "종전선언이나 남북 합의 이행을 둘러싼 이른바 '속도조절론' 문제는 대북 제재를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수 싸움의 부차적 문제에 가까웠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그는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및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 이후 북한이 북미 고위급회담이나 서울 남북 정상회담 등에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는 배경을 두고 "미국의 대북 제재 고삐 쥐기에 대한 내부적 여파를 정돈하고 정비하는 차원과 내년 북미 비핵화 협상을 앞두고 협상 시스템을 정비하는 차원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비핵화로의 중대 전환으로 강한 내부 저항들을 무마하며 (올해를 끌고) 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홍 연구위원은 "북한 매체가 10월부터 보였던 논조로 본다면, 2019년 신년사에서 북한은 강경하고 보수적인 대미 메시지나 새로운 협상 프레임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며 북한이 판을 흔들만한 카드를 준비하고 있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내놨다.
하지만 그는 "지난 두 달 동아 미국을 직접적으로 공격하지는 않았고, 판을 깨겠다는 논조는 없었기 때문에 대화한다는 의지 자체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 연구위원은 "북미는 '비핵화-상응조치'와 관련해 현실 가능한 수준에서 접점을 찾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선(先)비핵화-후(後) 단계적 상응 조치의 가능성도 있다. 선후 차이는 좀 있을 수 있지만 사실상 전체 구도상에서는 동시적 교환 조치로 가는 방식"이라며 북미 간 협상의 시나리오를 제시하기도 했다.
북미 간 협상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을 하는 배경에 대해 그는 "미국도 북한도 가지고 있는 정치적 시간이 많지 않다. 미국은 최대 성과라고 자랑해왔던 이 문제를(북한 비핵화) 어떻게 관리할지의 문제도 있다"며 "특정 시점에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서 타협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홍 연구위원은 "북한도 올해 중대 전환 자체가 내부적으로 상당한 저항이 있을 수 있다. 김정은이 이걸 무마하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그러면서 특정 시점에 성과를 내겠다고 약속했을 수 있다"며 "북미 양측이 일련의 의지를 가지고 (대화 모드로)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석진 북한연구실 연구위원은 "북한의 대외 경제 의존도가 높아졌고 국영경제와 국가재정이 외화벌이 사업에 크게 의존하게 됐다는 점, 장기간 경제 회복을 경험한 후에 겪는 침체 상황이 더 고통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 수입물자 의존도가 높은 투자 활동이 위축되어 성장 잠재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생각할 때 제재 영향을 과소평가하기 힘들다"며 북한이 제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미국과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북한이 지난 20년 동안 식량 생산이 크게 늘었고 시장과 사적 경제가 발전했으며 국영경제도 상당 부분 재건되어 생존능력이 크게 향상돼있기 때문에 1990년대 중후반에 닥쳐왔던 고난의 행군까지는 가지 않겠지만, (계속 제재 국면이 이어지다 보면) 김정은 집권 이전의 수준으로 경제 수준이 후퇴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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