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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보다 학교가 좋다는 핀란드, "학교=교도소"라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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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보다 학교가 좋다는 핀란드, "학교=교도소"라는 한국

[리울 김형태의 교육 이야기] <5> 협력 교육으로 대전환해야

국제중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지금 우리가 조선시대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근대화와 산업화, 그리고 민주화를 거쳤다고 자랑하는 21세기 대한민국인데, 불행하게도 과거시험과 사농공상을 따지던 전근대적인 의식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성공(출세)하기 위해서는 학력, 더 엄격히 말하면 좋은 학벌과 인맥이 필요하다. 그렇다보니 그것을 손에 넣기 위한 고속도로, 지름길이 생겼다. '고액 사립 어학원→사립초→특목고→명문대'로 이어지는 이른바 '출세 특급열차'가 그것이다. 경제적 여유만 있으면 자기 자녀를 이 열차에 태우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아니 난리법석을 떨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 특급열차의 우등석에 올라타기만 하면 성공(출세)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특급열차의 우등석은 한정돼 있다. 그렇다보니 아무래도 힘 있는 부유층, 상류층의 차지가 되기 십상이다. 이들은 자신이 가진 '특권을 이용한 반칙'을 활용해 당당히 자녀들을 올려 태운다. 정문이 안 되면 옆문, 옆문이 안 되면 후문으로라도 기필코 집어넣고 만다. 자식의 출세를 장담하는 보증수표 앞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 도덕성, 체면은 모두 휴지 조각이 되고 만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것, 꿩 잡는 게 매라는 것을 뼛속 깊이 잘 알기에.

이런 문제 때문에 체제를 유지하는 이들이 모두 힘들다고 한다. 아이들도, 부모들도, 선생님도 모두 힘들고 고통스럽다. 왜 우리는 모두 힘들어하는 체제를 다람쥐 쳇바퀴돌 듯,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 언제까지 소금쟁이처럼 전근대를 맴돌 것인가?

필자는 "핀란드형 교육 혁신"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교육의원으로, 교육의 바람직한 대안을 찾기 위해 북유럽으로 눈을 돌려보았다. 북유럽 국가에서는 성적으로 줄 세우지 않고 차별 없는 협력 교육이 가능하다는데, 우리나라에서도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솔직한 심경을 말하자면, 꼬리를 무는 의문에 확신이 없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직접 가서 확인하자는 차원에서, 지난해 북유럽 연수를 다녀왔다.

"여름방학 3개월에 숙제도 없는 나라가 세계 교육 1위 핀란드"

한국식 교육 제도에 푹 젖어 있는 사람들에게 북유럽 교육은 참으로 놀랍고 이상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얘기하면 "당신, 이상주의자요"라고 치부되기 딱 알맞은 일들이 그 나라에서는 이미 자연스럽게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블록 놀이 공부를 하고 있는 핀란드 학생들 ⓒ김형태

우리나라는 경쟁에서 이긴 우수 학생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갖고 그들을 우대한다. 그래서 모두 일등을 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달음박질한다. 그런데 핀란드를 포함한 북유럽 국가들은 잘하는 아이보다 못하는 아이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이 아이가 왜 뒤떨어질까" 원인을 분석한다. 그리고 선생님, 학교, 지자체, 국가가 나서서 그 아이들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공부 못한다고 죄인처럼 기죽어 사는 우리 아이들과 달리, 공부 못해도 전혀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가슴 펴고 행복하게 학교 생활을 하는 북유럽 아이들을 보면서, 솔직히 흐르는 눈물을 억누르기 힘들었다. 아니, 우리나라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북유럽과 같은 행복한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 주지 못해서. 마치 그동안 눈 하나로 살면서 두 개의 눈을 뜨고 있다고 착각한 것은 아닌가 하는 충격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다른 나라보다 늦은 나이에 학교 교육을 시작하며, 적은 횟수의 수업을 듣고, 3개월가량의 여름방학을 보내며, 하루 중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적을 뿐만 아니라 숙제와 시험도 거의 없는 학교 생활을 하는 학생들이 있는 나라가 있습니다. 교권을 존중하며 정년을 신속하게 보장하고 평가는 하지 않지만 평균 임금을 제공하며 강력한 교원노조가 있는 나라가 있습니다. 적당한 재원을 제공받으며 독자적인 교육 과정을 구성하고 새로운 교수법을 연구, 채택하며 성취도 격차나 학습 부진 학생이 없는 학교가 있는 나라가 있습니다. 그 어떤 기준으로 평가해도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교육 시스템을 가진 나라, 바로 핀란드입니다." (토니 웨그너 하버드대학교 교수)

한국인의 시각으로 보면 받아들이기 힘들다. 온통 이상한 말들 투성이다. 놀면서 공부하는데, 하루 종일 엉덩이에 좀이 쑤시도록 책상 앞에 붙어 있는 우리 아이들보다 어떻게 성적이 좋을 수 있단 말인가?

핀란드의 경우, 성적표는 있지만 석차는 없다고 한다. 그들에게 차별은 차이를 넓히는 게 아니라 차이를 좁히는 것이란다. 그들이 받은 '등수 있는 성적표'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학생들 간의 편차'라거나 'PISA(OECD 국제 학업 성취도 비교 평가) 연속 1위 같은 것들뿐이다. 핀란드의 전 국가교육위원장이 말했다. "학교는 좋은 시민이 되기 위해 교양을 쌓는 곳이다. 경쟁은 좋은 시민이 된 다음의 일이다." 우리나라가 PISA에서 2위를 한 후 한국의 교육 관계자는 "하하, 이거 우리가 근소한 차이로 졌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핀란드 교육 관계자는 "저희가 큰 차이로 이겼습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웃으면서 공부하지만 그쪽 학생들은 울면서 공부하지 않습니까?"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핀란드를 포함한 북유럽 국가들의 교육 시스템은, 생활 속에서 실천한다는 기독교적 사상 배경 속에서 노동당 중심의 정당이 집권하며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 못지않게 여러 가지 많은 원인들이 있을 것이다. 핀란드는 우리나라처럼 자원도 별로 없는데다, 강대국 틈에 끼어 700년이나 식민 통치를 받아야 했던 뼈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일까. 대부분의 국가가 "경쟁"을 택했을 때, 핀란드는 역발상으로 "협동"을 택했다. 생존을 위해서는 단 한 명의 낙오자 없이 모든 국민의 재능을 개발하는 것이 맞다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한다. 태어난 아이 하나하나를 귀한 보물로 생각하고, 학교 교육을 통해 각자 타고난 개성과 소질을 자연스럽게 표출하도록 만든다. 잠재력과 가능성을 충분히 발휘하도록 하는 데 교육 목적이 있다. 이를 통해 학생 하나하나를 보석으로 만들어가는 북유럽의 교육에 대해서는 우리가 충분히 배우고도 남음이 있다 하겠다.

노르웨이의 한 학교(Bekkelaget Skole)에서 커다란 나비 벽화를 본 적이 있다. 애벌레가 여러 빛깔의 나비가 되고, 수많은 나비들이 춤을 추듯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그림이었다. 북유럽 교육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이다. 나비는 누가 부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고, 그 껍질을 뚫고 나와 마음껏 비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교육 아닐까? 한 마리 나비의 비상을 위해 국가, 지자체, 학교, 교사, 부모 등 모든 교육 주체가 상호 신뢰를 통해 자율적으로 협력하는 북유럽 교육 시스템은 분명 바람직해 보였다. 그래서 북유럽 국가 아이들은 즐겁고 행복하게 학교에 다닌다. 심지어 아이들은 집보다 학교가 좋다고 말한다.

▲ 노르웨이의 한 학교의 나비 벽화 ⓒ김형태

"학교=교도소"라는 우리 학생들…"핀란드 교육에서 대안 찾자"

입시학원이나 사관학교와 다를 바 없는 곳에 다니며 학교를 "또 다른 학원"이라고 말하고, 심지어 "교도소"라고까지 말하는 아이들이 생각났다. 잘하는 게 많아도 성적이 나쁘면 기죽어 지내야 하는 아이들, 규율과 통제 때문에 학교 가기가 싫은 아이들이 생각났다. 스웨덴 교육청에 근무하는 한 박사는 "북유럽 교육은 인성 교육을 기조로 하되, 누구나 차별 없이 다 와서 즐길 수 있는 학교를 표방하고, 놀이 속의 교육을 실천한다"고 말했다. 폐부를 찔렀다.

다들 일등을 할 수는 없다. 모두 특목고에 갈 수는 없다. 모두 일류대에 갈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 그것만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간다. 분명 대한민국 교육은 수술이 필요하고 대안이 필요하다. 우리도 마음을 먹는다면, 그리고 함께 노력한다면 교육을 바꾸지 못할 이유가 없다.

핀란드 교육 성공의 비결은 "비결이 없는 게 비결"이란다. 사회가 저절로 교육을 그렇게 만든 것이란다. 선생님은 선생님으로, 정치인은 정치인으로 주어진 위치에서 서로 배려하며 최선을 다했을 뿐이란다. 말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인간을 차별하지 않고 존중하는 교육을 만들고, 그 교육이 아이들의 잠재력을 키워주고 있는 것이다. 핀란드 교육의 비결은 그것이다. 교육 제도를 바꾸는 노력 못지않게, 인권이 존중되고 말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도록 사회 구성원이 함께 노력해야 우리 교육의 행복지수도 높아질 것이다.

노르웨이나 스웨덴, 핀란드의 나무들은 전봇대처럼 올곧아 보였다. 훤칠하게 쭉쭉 뻗은 나무들이 푸르고 아름다운 숲을 이루고 있었다. 이 나무들은 어쩌면 이렇게 하나같이 올곧을까? 혼자가 아니고, 함께 더불어 자랐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우리 사회도 '남이야 죽든 말든'이 아니라 '내가 중요하면 남도 중요하다'는 마음으로 협력해 올곧고 아름다운 나무를 키워내면 어떨까. 대한민국 교육에 대해 핏대 높이며 왈가왈부하는 사람들에게 핀란드 교육을 들여다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면 발가벗은 것처럼 자연스럽게 우리 교육의 진면목과 문제점이 다 보일 것이다.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목재를 가져오게 하거나 일을 지시하거나 일감을 나눠주는 일을 하지 마라. 대신 저 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줘라." (생텍쥐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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