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모방한 지금의 비례대표제, 우리 정치의 비극
현재의 비례대표제 방식은 일본의 '병립식'을 모방한 것이다. 하필 정치 후진국인 일본을 모방한 것도 우리 정치의 비극 중의 비극이다.
지금의 비례대표제가 정작 비례와 대의의 원칙을 가장 왜곡시키고 파괴하는 파행(跛行), 승자독식의 비례대표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현재의 비례대표제는 표의 등가성을 부정하고 평등선거 원칙에도 위배되며, 진정한 의미의 기능 대표 혹은 전문가 대표로의 의미도 거의 지니지 못한다.
소수의견 보장은 곧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이다. 소수정당과 소수세력 보호 역시 마찬가지다. 표의 등가성을 보장함으로써 평등선거 원칙을 지키고 소수 세력과 소수 정당에 대한 제도적 보장은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이며, 대의제도와 선거제도의 본질이기도 하다.
지역주의와 특정인물 중심에 매몰된 우리 정치의 폐해는 이제 그만 넘어서야 하고, 정책정당 그리고 정당민주주의에의 지향성이 추구돼야 한다.
비례대표 개혁은 정당다운 정당, 국회다운 국회로 가는 지름길이다
모두가 잘 아는 바처럼, 국회의원들은 재선이라는 지상 목표 실현을 위해 거의 모든 관심을 지역구 관리에 쏟게 된다. 그러면서 정작 기본 직무인 입법은 국회 관료집단에게 송두리째 떠넘기고 있다. 이는 국회의 존재 이유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또 지금 정당은 의원들 스스로도 '자영업자 연합'에 불과하다고 조롱할 정도로 그 위상이 추락돼 있다. 정당의 발전 없는 정치의 발전이란 있을 수 없다. 우리 정치가 항상 이합집산, 불신의 대상으로 되는 중요한 요인은 바로 정당 정치의 부재와 미발전에 있다.
그런데 정당 득표에 의해 의석수를 결정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시행되면 정당 간 정책 대결은 치열해지고 정당의 존재와 위상은 제고될 수밖에 없다. 그리해 정당의 위상을 복원시키는 중요한 계기와 조건을 형성시켜낼 수 있다. 동시에 이는 현재 파행으로 운용되고 있는 입법 과정을 극복해 의원이 직접 입법 활동을 주도하는 정상화로 연결될 것이다.
결국 비례대표제 선거개혁은 정당다운 정당, 입법부다운 입법부로 거듭나고 나아가 국민의 진정한 대표로서 국회와 정치가 복원되는 중요한 계기로 작동될 것이다.
비례대표제 개혁은 우리 정치를 도약하게 만들 진실로 중차대한 과제다.
원대한 생각이 없으면, 반드시 가까운 근심이 있다
높았던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 지금 그 높던 지지율은 왜 하락하고 있는가? 그것은 자신들에게 그 책임이 있다. 한 마디로 민심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점은 지금 연동형 비례대표 개혁을 거부하게 되면 지지율이 더욱 하락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연동형 비례대표 개혁은 사실상 촛불정신이었고, 민주진보 세력 공동의 인식이자 약속이기도 했다. 이제 민주당이 이 약속을 뒤집고 거부한다면, 그것은 곧 촛불정신 및 민주세력과 대결하는 것이다. 혹시 단기적으로 미봉책으로 현 국면을 억지로 넘길 수 있다고 해도, 그 후유증은 향후 두고두고 계속 발목을 잡게 될 수밖에 없다. 이는 스스로 장기적으로 고통의 길을 자초하는 첩경이다.
위자패지, 집자실지(爲者敗之, 執者失之), 군림하면 패망하고, 농단하면 잃게 된다. 노자의 가르침이다. 무릇 얻고자 하면 먼저 줘야 한다. 크게 버릴 줄 알아야 크게 얻을 수 있다. 언뜻 손해인 듯 보이지만, 그럼으로써 장구한 승리를 손에 쥐게 된다.
선거제 개혁을 선도하면 미래를 이끌 수 있다
눈앞의 정치공학과 산술에 사로잡히면, 가까운 장래에 커다란 전략적 이익을 놓치게 된다.
지금 민주당은 연동형 선거제를 지난 선거에 대입해볼 때 민주당이 가장 큰 손해를 본다며 주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선거에서 국민들은 민주당을 '완전하게' 신뢰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지역구에서 민주당을 밀어주면서도 한편으로 비례 표에서 다른 정당을 지지한 것이다.
역발상을 해보자. 국민들이 민주당을 완전히 신뢰하게 되면 비례 표 역시 민주당을 지지하게 된다. 실제로 촛불 정국 이래 1년 반이 넘도록 민주당 지지율은 계속 50%를 유지해오지 않았던가?
지금 민주당은 20년 집권을 말한다. 하지만 꿈은 욕심을 낸다고 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인무원려, 필유근우(人無遠慮, 必有近憂)." 원대한 생각이 없으면, 반드시 가까운 근심이 있다.
20년 집권의 그 야무진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원대한 전략이 필요하고 대국(大局)을 살필 줄 알아야 한다. 단기적인 이해타산을 뛰어넘어 선거제 개혁을 선도해가게 되면 우리 시대의 정신을 주도하고 이끌어 나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50% 지지율도 회복하고 향후 선거에서도 압도적 의석을 차지할 길이 열릴 것이다.
대의를 견지하고 신의를 지키는 것, 여기에 주도권과 시대정신 그리고 정도(正道)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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