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2010년도 예산안 심의에 돌입한 이후, 서울 여의도는 4대강 예산 삭감과 민생 예산 증액을 요구하는 각계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로 조용할 틈이 없다. 28일 대학생들이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의 전면 수정을 요구하며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실 점거 농성에 돌입했고, 환경단체 회원들도 4대강 예산 삭감을 요구하며 국회 인근에서 보름째 노숙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장애인 단체 회원들 역시 한 달째 장애인 예산 증액과 4대강 예산 삭감을 요구하며 천막 농성을 진행 중이다. 정부의 노동관계법 개정을 막기 위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각 분야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총 집결해 4대강 사업 예산의 전면 폐기와 민생 예산의 증액을 촉구하고 나섰다. 교육·장애인·일자리 등, '민생 관련 예산'이 줄줄이 삭감된 배경에는 정부의 4대강 사업 예산에 대한 '집착'이 있다는 것.
▲ 4대강 사업 예산의 전면 삭감을 요구하며 시민·사회단체들이 국회 본회의가 마무리되는 31일까지 '72시간 비상 국민 행동'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프레시안 |
29일 오전 '이명박 심판! 민주주의·민중생존권 쟁취 공동투쟁본부', '4대강 죽이기 저지 및 생명의 강지키기 범국민대책위원회(4대강 범대위)', '아프간 재파병 반대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대강 예산 전액 삭감 위한 사흘간의 '비상 국민 행동'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연말 국회 본회의에서 4대강 예산안과 노동관계법 개악안 등 반민생·반노동 법안을 날치기로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며 "이에 모든 시민·사회단체들이 역량을 모아 날치기 시도를 저지하고, 정치권에 민생 예산에 대한 국민의 여론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회찬 "국회, '민의의 전당' 아니라 '민의 포장 제조업체'다"
이날 기자회견은 28일 국회 예결위 회의장 앞 농성에 돌입한 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 등 야3당 의원들과 공동으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지금 민주당은 한나라당과의 4대강 예산 협상에서 보의 숫자와 높이, 준설량을 줄일 것만을 요구하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보를 몇 개 세우느냐가 아니라, 생명을 죽이는 4대강 사업을 전면 폐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어서 "이제 한나라당은 끝장 토론과 자유 표결을 제안하는데, 정부가 이제껏 4대강 사업에 대해 토론할만한 자료를 내놓은 적이 있느냐"며 "이 상태라면 토론도 되지 않을 뿐 아니라, 표결 역시 뻔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는 "국회가 '민의의 전당'이라지만, 현재 국회에는 어떠한 민의도 존재하지 않고, 오히려 국회는 민의로 모든 것을 포장하는 '포장 제조업체'로 변질되고 있다"며 "대다수 국민이 반대하는 4대강 사업 예산을 완전히 삭감하고, 노동관계법 개악을 막기 위해 진보신당도 열심히 싸우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을 향한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의 성토의 발언도 이어졌다. 4대강 범대위 김종남 집행위원장은 "지난 12월 초, 민주당을 포함한 야4당은 4대강 사업 예산 전액 삭감 원칙을 환경단체들과 합의했었다"며 "그러나 지금 국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합리적 대책 없이 부질없는 협상만 진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 박명자 부위원장은 "지금 정부와 한나라당은 노동관계법 개악을 통해 노동조합의 발목을 묶고, 노동3권을 무력화시키고 있다"며 "1퍼센트 부자만을 위한 예산만을 편성하는 정부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 국민의 엄중한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에서 "환경 파괴와 막대한 혈세 낭비를 초래하는 4대강 사업을 강행하기 위해 정부와 여당은 또다시 날치기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며 "온갖 민생 예산은 줄줄이 삭감된 판에, 4대강 사업 예산안 처리에만 '올 인'하는 정부 여당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들은 국회 본회의가 마무리되는 31일까지 국회 인근에서 촛불 문화제와 철야 농성, 노동자 대회 등의 '비상 행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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