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학이 넘치는 동물들을 의인화시킨 작품들을 펼쳐놓은 이색 전시회가 전북에서 펼쳐져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완주군 삼례문화예술촌 디지털아트관(이하 예술촌)에 들어서면 개, 부엉이, 여우 등의 동물을 의인화시켜 조각으로 완성한 작품들이 가득한 ‘설총식(51) 작가 초대전’이 오는 12월 말까지 3개월간 펼쳐지고 있다.
'은유로 상상하다' 주제로 생존의 관계망과 부조리한 현실을 동물인간 캐릭터로 풍자한 수십여점의 작품이 눈길을 끈다.
그가 만들어낸 동물들은 우리들의 소소한 일상의 장면들을 능청스럽게 연기하고 있어 이목을 집중시킨다.
홍익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한 설총식 작가는 1990년대 후반부터 해학이 넘치는 동물 의인화작업을 지속적으로 발표하며 뛰어난 작품성과 차별성으로 우리 미술계의 주목을 받아온 작가다.
특히 예술 속에서 삶을 고민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예술형식을 더해 조각의 표현 기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곳은 동화 속 나라에 온 듯한 느낌이지만 작품들은 ‘사회와 관련한 나’를 비롯한 현대사회에서의 부조리 속에서의 ‘나’를 표현하는 의미가 담긴 뜻깊은 내용들이 담겨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인간의 옷을 입고 인간의 감정과 표정을 지니며 인간의 다양한 속성을 상징하는 존재들로 표현돼 있다.

작품의 높이도 크게 제작됐다. 인간의 표정, 행동의 순간을 나타냈다.
작품에서 보여주는 표정과 취한 행동의 모습에서 우리 현대 사회의 일상적인 사람들의 모습들도 바라볼 수 있다. 현실 사회에서 이뤄지는 인간관계의 감정도 바라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동물군상의 갖가지 표정 속에서 오늘도 숨 막히게 달려가는 우리를 발견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설총식 작가는 해외 기획전 2회와 16회의 개인전을 갖는 등 활발한 작품 활동과 더불어 전북대학교에서 7년간 미대 조각과에서 강의를 하는 등 전북과 인연도 깊다.
설 작가는 “풍자는 시대의 사회상과 극한상황에서의 인간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는 게 아니라, 부정적인 요소들을 재미있게 표현함으로써 인간의 사고에 즐거움을 주는 은유의 표현 방법이다”며 “관객으로 하여금 처음엔 웃음을 자아내게 하지만, 결국은 그 속의 무언가를 생각하게 한다”고 말했다.
방문객 이 모(53)씨는 “한국의 유명 작가의 작품을 예술촌 안에서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시간을 통해 작가와 작품에 대해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평소 미술 감상을 어렵게만 생각했는데,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설 작가는 지난 4월 서울서 동물을 의인화해 북핵을 둘러싼 북한 핵 관련 6자회담을 표현한 전시회도 개최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심가영, 심가희 삼례문화예술촌 대표는 “매년 국내·외 유명 작가의 기획전시를 통해 문화적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사회에 문화적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아이들과 같이 방문한 부모들도 모두 즐겁게 예술촌에서 마련한 각종 문화콘텐츠에 관심을 갖고 와주셔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한편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체험하는 복합문화예술 공간으로 자리잡은 삼례문화예술촌은 지난 3월 재개관 이래 9개월(11월 25일 현재) 만에 5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다녀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주도, 인천, 광주, 전남 등 전국 각지에서 이곳을 벤치마킹하러 많은 공무원들이 끊임없이 방문해 도시재생의 성공사례로 삼고 문화예술 체험 등 운영 노하우를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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