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과의 관계정상화에 대해서는 '무관심'을, 정전협정을 평화체제로 전환하는데 대해서는 '최우선의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을 비롯한 북측 대표들은 지난 8~10일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 당시 미국이 오바마 정부의 '포괄적 접근'에 대해 설명하자 "외교관계는 언제든지 깨질 수 있다"며 경계했다고 28일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소식을 전한 복수의 소식통은 북측이 "(미국과의 관계정상화에 대해서) 당장은 관심이 없다"고 말했으며, 대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측은 이어 "(미국이) 국교를 맺어도 나중에 어떤 이유를 들어 없는 걸로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한국, 중국을 포함하는) 평화협정 체결은 복잡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라고 주장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평화협정과 평화체제를 우선시하는 북한의 이러한 입장은 리근 외무성 미국국장이 10월 말부터 11월 초에 걸쳐 미국을 방문했을 때에도 이미 전달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 국장은 당시 미국측 인사들에게 "현재 워싱턴 정가의 분위기로 볼 때 국교정상화 요구가 잘 먹혀들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따라서 국교정상화 대신 한반도 평화체제부터 협상하자. 그렇게 함으로써 미국과 전략적 관계를 수립하고 싶다"고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18일 <내일신문> 칼럼에서 "북한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가장 중요한 의제임을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며 "북한이 드디어 워싱턴의 정치를 터득하고 그것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백 연구위원은 "워싱턴 정책커뮤니티 대부분 인사들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제의 밑에 자리 잡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이러한 의미에서 북한의 전략을 '워싱턴 정치'라고 평가했다.
백 연구위원은 "북한이 국교정상화라는 목표엔 변화가 없지만, 더 전략적이고 실용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평화체제가 구축되는 과정에서 자연히 국교정상화도 함께 이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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