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합의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일제히 야3당 달래기에 나섰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선거제도 개혁이 제외된 데 반발해 단식 농성에 돌입하는 등 악화된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예산안 합의와 관련해 "예정보다 일주일 가까이 늦었는데 그나마 한국당과 처리에 합의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어 "손학규, 이정미 대표가 선거제도에 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단식에 들어갔는데 이제부터라도 정치개혁특위에서 본격적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함한 선거제도에 관한 논의를 빨리 진행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정개특위를 중심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함한 선거제도 개혁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겠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그러나 "기본적으로 비례성, 대표성을 강화하면서 전문성이 반영되는 선거제도를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여야가 합의해서 통과시킬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례성, 대표성 강화와 함께 '전문성'을 강조한 것은 앞서 이 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되면 직능대표나 전문가들을 영입할 기회를 민주당이 갖기 어렵다"고 했던 발언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이는 지역구 선거에서 강세를 보이는 민주당이 비례대표 몫에서 손해를 보는 순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예산안 협상을 담당한 홍영표 원내대표는 "간사 합의에서 야3당과 민주당은 동의를 했는데, 자유한국당이 도농복합형 선거구제 논의를 조건으로 걸었다"며 선거제도 문제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책임을 한국당으로 돌렸다.
선거제도 관련 교섭단체 3당 간사 합의 단계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원칙으로 하고 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확대한다' 등에 공감대가 모였으나 막판에 한국당이 도농복합 선거구제를 포함하자고 주장했고, 이를 야3당이 거부하면서 무위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한국당이 도농복합제를 요구했다는 점에선 전날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설명한 협상 경위와 일치하지만, 김 원내대표가 "이해찬 대표와 윤호중 사무총장이 회의를 한 후 '합의문을 도저히 받을 수 없다'고 연락이 왔다"고 밝힌 대목과는 차이가 있다.
홍 원내대표는 예산안 합의와 관련해선 "바른미래당이 마지막까지 합의서 문안까지 함께 작성해서 함께 마무리했다"며 "선거법 때문에 서명만 하지 않았고, 나머지 예산안 전체 과정에서 함께 했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과 손잡은 "기득권 동맹"이라는 비난을 무마하려는 발언으로 보인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손질을 주도하는 한편 선거제도 개혁 합의까지 막아내 이번 예산 정국의 최대 승자로 꼽히는 한국당은 분위기는 상대적으로 여유로워 보였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손학규 대표의 단식 선언에 대해서 제1야당 원내대표로서 만류하고 싶고 위로의 말씀도 드리고 싶다"며 "거센 강추위 겨울날 손학규 대표의 건강이 걱정이 심히 우려된다"고 했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는 "손 대표는 선거구제 개편을 연계하고 싶었겠지만, (이 문제는) 여야 간의 충분한 논의가 지속되어야 한다"며 "예산안이 처리되는 만큼 대한민국 현실에 적합한 선거구제가 확립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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