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학의 총학생회 대표자로 구성된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과 '등록금 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전국네트워크(등록금넷)' 등 등록금 관련 단체들은 28일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수정을 위한 4대 요구안을 발표하며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농성에 앞서 교과위 민주당 소속 의원과 진행한 면담에서 "등록금 상한제가 빠진 취업 학자금 상환제는 '짝퉁' 등록금 후불제에 불과하다"며 "'친서민'이 아닌 '반서민' 정책에 불과한 취업 후 상환제가 그대로 통과되면, 많은 대학생이 빚더미를 안고 사회 진출을 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의 전면 수정을 요구하며 국회 교과위원장실을 점거한 대학생들이 교과위 이종걸 위원장과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프레시안 |
"올해만 등록금 때문에 5명 죽었는데…취업 후 상환제는 '짝퉁 후불제'"
이날 농성에 앞서 10여 개 대학 총학생회 대표자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30여 명은 교과위 이종걸 위원장, 민주당 안민석 간사, 민주당 김진표 최고위원과 진행한 면담에서 정부의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시행 방안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 자리에서 덕성여대 남영화 총학생회장은 "등록금 문제가 대학생의 문제를 넘어 이를 부담해야하는 학부모, 더 나아가 사회 전체의 고통으로 확산됐고, 등록금 걱정 때문에 2009년 한 해 동안 5명이나 자살했는데도, 정부가 내놓은 등록금 대책을 보면 허술하기 짝이 없다"며 정부의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시행 방안을 꼬집었다.
그는 이어서 "민간 이자율과 마찬가지인 6퍼센트의 복리 이자율을 보면, 결국 정부가 대학생을 대상으로 돈놀이를 하겠다는 것처럼 보인다"며 "학생들이 졸업과 동시에 신용 불량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의 대폭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참교육학부모회 최주영 부회장은 "그동안 대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정부의 취업 후 상환제가 이대로는 안 된다며 끊임없이 호소하고, 수정을 부탁해 왔다"며 "우리는 더 이상 부탁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다. 이제 의원님들에게 이 제도의 시행을 막아달라고 요구하기 위해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과위 이종걸 위원장은 대학생들과 진행한 면담에서 "교과위 한나라당 의원들은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법안을 일단 상정부터 하고 그 이후에 심의하자고 하지만, 야당 의원들은 상정하자마자 타협 국면으로 갈 것을 우려해 상정을 거부하고 있다"며 "한나라당 의원들이 잇따라 협상안을 가져오고 있지만, 국립대학뿐만 아니라 사립대학에서도 등록금 상한제가 도입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진표 최고위원은 "야당 의원들이 좀 더 싸워서 국민들이 걱정 안하게 해드리고 싶었는데, 대학생 여러분께 죄송스럽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최고위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사업에 대한 집착을 벌이지 못하고 예산을 쥐고 있다 보니, 사실상 한나라당 교과위 의원들도 교육 예산에 대해 재량권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대학생 여러분들의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민주당도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 농성에 참여한 전국 대학생 대표자들. ⓒ프레시안 |
"전국 대학에 등록금 상한제 도입해야"
정부가 대표적인 '친서민 정책'으로 내놓은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는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6퍼센트 안팎의 높은 대출 이자를 적용하고 최저생계비 수준에서 상환 기준 소득을 정하는 등, 저소득층에게 오히려 더 불리하다는 비판이 제기돼 논란이 돼 왔다.
정부는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법안 통과를 전제로 4285억 원가량의 예산을 편성했지만, 민주당 등 야당 교과위 의원들은 이 제도의 내용과 예산을 대폭 수정·보완할 것을 요구하며 지금까지 관련 예산안과 법안을 상정시키지 않는 상황이다.
이날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과 등록금넷 등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에 꾸준히 문제 제기를 해온 시민·사회단체들은 이종걸 위원장에게 "야당 의원들이 그동안 대학생, 학부모, 시민단체의 입장을 충실하게 대변해왔지만, 막판에 입법 시한에 쫓겨 적당히 합의해주면 안 된다"며 최종 요구안을 전달했다.
이들은 이날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수정을 위한 4대 요구안으로 △국립대뿐만 아니라 사립대까지 등록금 상한제를 도입해 등록금 상승을 막을 것 △폐지된 저소득층 장학금과 소득 7분위까지의 이자 지원을 유지·확대할 것 △이자율을 정책 금리인 3퍼센트 이하로 책정하고 단리로 적용할 것 △저소득층 생활 지원비 지급 기준에서 수능 등급을 폐지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일단 국회 본회의가 예정된 31일까지 점거 농성을 계속할 방침이다.
한편, 이날 오후 4시부터 속개한 교과위 전체 회의에서는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를 두고 여·야 간 격렬한 논쟁이 예상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