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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철 후보자의 임기는 4년인가, 6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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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철 후보자의 임기는 4년인가, 6년인가?

[기고] 잊지 말자, 전효숙!…헌재소장 임기 논쟁이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자진사퇴한 이후 37일 만에 신임 헌재소장 후보자를 지명했다. 박한철 신임 헌재소장 후보는 공안검사 출신으로 지난 2011년부터 2년 동안 헌법재판관으로 재직해 왔다. 4월 8일과 9일 열리는 헌법재판소장 인사청문회를 통과한다면 박한철 후보자는 헌법재판관 출신 첫 헌재소장이 된다.

1988년 헌법재판소가 개소한 이래 4대까지 소장 임명자들은 모두 현직 재판관이 아니었기 때문에 6년의 임기를 보장받았다. 하지만 현직 헌법재판관을 소장으로 임명할 경우 헌법재판소장의 임기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헌법 제111조 제4항은 "헌법재판소의 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어 제112조 제1항은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임기는 6년으로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연임할 수 있다."고만 명시되어 있다. 헌법은 헌법재판관의 임기 6년만을 규정해 놓고 헌법재판소장의 임기에 대해서는 다른 명문 규정이 없다. 그렇다면 헌법재판관으로 재직하다가 소장에 임명되는 경우 그 임기 문제는 어떻게 처리되어야 하는 것일까? 소장의 임기는 재판관의 잔여임기인가 아니면 새로이 6년 임기가 시작되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가?

▲ 박한철 후보자 ⓒ뉴시스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임명을 둘러싸고 드러난 헌법적 문제

이 문제가 핵심적으로 불거진 것이 지난 2006년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임명 파동이었다. 헌법재판소 개소 20년을 눈 앞에 둔 헌법재판소로서는 대법관 출신이 아닌 헌재 출신 소장 임명이 숙원 사업이었다. 이에 노무현 대통령은 전효숙 당시 재판관을 헌재 소장에 지명하기로 결정한다.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는 이전 헌재 소장과 달리 헌재 재판관 중에서 지명되면서 재판관 잔여 임기 3년을 해야 하는지, 새로운 6년의 임기를 보장받아야 하는지 애매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당시 노무현대통령은 전효숙 후보자가 대법원장 지명 몫에 해당하는 헌법재판관인 만큼 재판관직을 사퇴하지 않고 헌재소장에 임명할 경우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이 헌법재판관을 3명씩 지명하는 3:3:3 원칙이 깨지고 대법원장 몫이 1명 줄어들 것을 우려해 재판관 사퇴 후 재지명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대법원의 의견에 따라 헌재 재판관을 사퇴함으로써 재판관 잔여 임기 3년이 아닌 6년의 헌재소장 임기를 보장하고자 했다.

헌법 제111조 제4항 "재판관 중에서"의 헌법 해석의 논란

하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전효숙 후보자가 헌법재판관을 사퇴한 만큼 "재판관 중에 헌재소장을 임명한다"는 법조문에 따라 자격이 없다고 시비를 걸었다. 2006년 9월 6일 헌법재판소장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 조순형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헌법 제111조 제4항은 "헌법재판소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서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되어 있기 때문에 8월 25일에 헌법재판관을 사퇴한 전효숙 후보자의 지명이 유효하지 않다는 문제를 제기한다.

당시 헌재소장 인사청문특위 위원으로 청문회에 참석했던 본인은 이에"우리가 87년 헌법 개정을 하고 새로 헌재를 구성하게 되는데 그렇다면 그때는 헌법재판관이 전혀 없었는데 어떻게 헌재소장을 임명할 수 있느냐" 따라서 "지금 헌재소장 임명 속에는 헌법재판관에 대한 임명까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대는 소를 포함하는 것이고 헌법재판소장의 임명 자체가 헌법재판관의 임명을 의미하기 때문에 헌법재판관의 자격을 갖게 되면서 소장으로 보임이 되는 것이다."라고 반론했다.(제262회 국회 헌법재판소장임명동의 및 헌법재판소재판관 선출에 관한 인사청문회특별위원회 회의록, 2006년 9월 6일)

현직재판관 중에서만 소장을 임명할 수 있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헌법의 자구에 얽매인 비논리적인 억측이었다. 1대부터 3대까지 헌법재판소장이 모두 헌법재판관 임명과 동시에 헌법재판소장으로 임명되었고, 각각 6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였다. 재판관으로 임명함과 동시에 헌재소장으로 임명할 수 있다는 주장은 헌법해석을 통해서 뿐 아니라 그간의 관례에 비추어볼 때 아무런 헌법적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현직 재판관 중에서만 소장을 임명해야 한다는 억측에 가까운 주장이 나오게 된 것은 야당의 정치적 공세 때문이었다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인사청문 절차에 대해서도 시비

전효숙 헌재소장 임명 파동이 제기한 또 다른 쟁점은 인사청문회 절차에 관한 것이었다. 인사청문회에서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인사청문회 절차가 대통령이 추천한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겸 헌법재판관후보자라면 인사청문회법에 대통령이 추천한 헌법재판관은 법사위에서 인사청문회를 열게 되어 있다." 따라서 "전효숙 후보자도 헌법재판관으로 먼저 임명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법사위에서 인사청문회를 하고 올라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본인은"헌법재판관이 아닌 사람을 헌법재판소장으로 임명할 경우에 헌법재판관 겸 헌법재판소장으로 임명하지 않고 곧바로 헌법재판소장으로 임명한 건 지금까지 관례였다... 민간인에 대해서 재판관과 소장의 임명을 위한 청문을 동시에 요구할 경우에 소관 상임위하고 특위에서 청문회를 두 번 해야 되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맨 처음 얘기한대로 대는 소를 포함하는 것이고 헌법재판소장의 직위 속에는 헌법재판관의 직위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특위에서 청문회를 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어떠한 문제도 없다"고 반박했다.(제262회 국회 헌법재판소장임명동의 및 헌법재판소재판관 선출에 관한 인사청문회특별위원회 회의록, 2006년 9월 6일)

인사청문 절차에 대한 합리적, 논리적 해답이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당시 야3당인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중심당은 전효숙 후보자의 헌법재판관 청문회를 법사위서 실시하고 대통령과 국회의장은 사과하라는 중재안을 마련한다. 이에 열린우리당은 '법사위 인사청문회 재검토'를 수용하고 청와대는 이병완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사과문을 발표한다. 국회의장 역시 본회의에서 유감을 표명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야3당 중재안마저 거부하고 본회의를 앞두고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하면서 전효숙 헌법재판소장의 임명을 거부하게 된다. 이에 후보자 지명 104일 만에 노 대통령은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지명을 철회하게 된다.

전효숙 후보자는 억울했다

헌법재판관 출신 헌법재판소장의 임명과 관련하여 자격과 인사청문회 절차를 물고 늘어지면서 전효숙 헌법재판소장의 임명을 거부했던 한나라당의 행태는 전형적인 정치공세에 의한 발목잡기였다. 소장의 자격과 관련하여서는 재판관과 동시에 소장을 임명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인사청문 절차와 관련해서는 재판소장 인사청문만으로 충분하다는 주장이 제고의 여지도 없이 타당함에도 당시 전효숙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언론의 공세에 의해 억울하게 낙마했다.

전효숙 후보자의 임명을 둘러싸고 불거진 헌재소장 자격문제와 인사청문회 절차 문제에 대한 논란은 그해 12월 국회 스스로 국회법을 개정하면서 종식된다. 12월 30일 국회는 국회법 제65조의 2를 개정하여 헌법재판관 후보자와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동시에 지명 받은 자의 경우에는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의 인사청문만을 거치도록 한다고 명시하였다. 당시 조순형 민주당 의원과 한나라당 주호영, 김정훈 의원이 제기한 헌법재판소장의 자격과 인사청문절차에 대한 헌법적 해석이 잘못되었음을 국회 스스로 국회법 개정을 통해 증명한 셈이다.

결국 전효숙 후보자는 아무런 개인적 잘못도 없이 야당인 한나라당의 정치공세에 밀려 재판관으로서 남은 임기 3년도 채우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인사청문회를 거치고도 헌법재판소장으로 임명되지 못하는 억울한 희생자가 되었다. 그럼에도 그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해서 책임지려 하지 않았다.

박대통령 임기 말 다시 헌재소장 임명권 사용 가능

현직 재판관이 소장으로 임명될 때 임기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선례가 없기 때문에 전적으로 헌법해석을 통해 확정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장의 임기와는 달리 헌법재판소장의 임기에 대하여 침묵하고 있는 헌법을 6년 임기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따르기 때문에 잔여임기로 보는 것이 다수설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재판관을 사퇴하지 않은 박한철 후보의 경우 인사청문회를 통과한다면 헌법재판관으로서 남은 임기 4년을 재직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4년의 임기가 남은 헌법재판관을 소장에 임명함으로써 박대통령은 임기 말에 다시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할 기회를 갖게 된다. 결국 신임 헌재소장의 임기는 차기대통령의 헌재소장 인사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소장 임기가 얼마로 정해지느냐에 따라 차기대통령의 인사권의 축소 내지 박탈의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현행 헌법 하에서는 대통령이 5년의 재임 기간에 헌재소장을 1년마다 교체해 총 5명까지도 임명할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 대법원은 2006년 당시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헌재 소장에게 6년의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헌법이 대통령의 임기를 5년으로, 헌재소장을 겸임하는 재판관의 임기를 6년으로 규정한 것 역시 대통령이 헌재소장 임명에 적극 개입할 여지를 줄인다는 취지였던 만큼 임기 6년을 유지하는 것이 헌법정신에 부합한다는 의견이었다("大法 헌재소장 임기단축은 헌법정신 훼손", <연합뉴스> 2006. 9. 10)

헌법 개정, 아니면 법률 개정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먼저 헌법개정을 통한 헌법 차원의 해결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대법원장처럼 임기 6년을 보장하거나 재판관 임기를 연임제 대신에 10년 이상의 단임제를 선택함으로써 소장의 임기를 확보하는 방법 등이다. 외국의 경우 헌법재판관의 임기가 한국보다 길다. 포르투갈, 루마니아의 경우 헌법재판관의 임기를 최초 6년에서 9년으로 연장하였으며, 칠레, 불가리아 등도 9년제의 임기를 보장하고 있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12년 단임제를, 잘 알려져 있다시피 미국의 연방대법원은 대법관의 임기를 종신제로 하고 있다.(이명웅, "헌법재판관의 임기 연장 필요성," <법률신문>, 2006. 9. 4.)

그러나 헌법 개정은 쉽지 않은 문제다. 법률 개정을 통하여 이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지를 검토할 수 있다. 헌법 제112조 제1항은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임기는 6년으로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연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연임'이라는 표현에 주목하면, 현직 재판관이 소장으로 지명되는 경우 임기 도중이기는 하지만 '법률이 정하는 연임'인 것으로 보아 6년의 임기를 보장하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정재황, 2005,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자격 문제에 대한 검토,"<성균관법학>, 52페이지 재인용). 헌법재판소장의 임명에 국회동의권을 인정한 헌법의 취지를 생각하면 '연임'의 사전적 의미를 크게 문제 삼지 않을 수도 있다.

헌법재판소장 임기에 대한 헌법 논쟁을 촉구한다

▲ 최재천 의원 ⓒ최재천 의원실 제공
어떠한 방법이든 헌법재판소장의 임기가 확정되어 있지 않은 현행 헌법 하에서 대통령의 임명권 남용이라는 무수한 왜곡 사례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장의 임기에 대한 의회 차원의 헌법적 논쟁을 다시 시작해야 할 때다. 헌재소장은 대통령의 기관이 아니라 대통령을 통제하는 기관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장의 임명에 대해 의회는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야 한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부소장인 하쎄머의 <정치와 헌법>에 보면 "헌법재판의 과제는 헌법에 근본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것을 시대에 맞게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헌법을 시대에 적합하게 적용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그동안 수면 아래로 잠복해 있던 헌재소장의 임기에 관한 헌법적 논쟁을 촉구한다. 박한철 후보의 임기는 4년인가, 아니면 6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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