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모 농협 조합장, 연임 위해 조합정관 불법 변경 의혹

농협중앙회 등 감사서 조합장 비리 드러나

-선진지 견학 시 신원미상 여성 10여명도 동참 '물의'
-임원들, 면세유 선결제 후 타인양도 등 불법유통 앞장

경북 상주의 모 농협 조합장 A(62)씨가 자신에게 유리한 선거를 치르기 위해 정식 인가절차를 밟지 않고 정관을 변경하는 등의 부정선거로 당선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A씨는 비조합원들이 자재 등을 현금으로 구매할 경우 이를 자신의 실적으로 둔갑시켜 연말 배당 시 상당금액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A씨의 비위 사실은 문제의 농협에 대해 지난 3월 22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실시한 농협중앙회 부분감사 및 특명감사에서 드러났다.

28일 이 농협에 대한 농협중앙회 등의 감사 보고서에 의하면 농협이 정관을 변경할 경우 농림부장관의 인가를 받거나 농림부장관이 고시한 정관례에 따라 변경해야 한다.

하지만 A씨는 지난 2003년 조합장에 첫 당선된 후 농림부장관의 인가 또는 정관례에 따르지 않은 채 2005년 자체 이사회 및 대의원 총회에서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정관을 변경했다.

이어 불법으로 변경한 정관에 따라 생감재배 농가 등 431명을 조합원으로 가입시키면서 2007년, 2012년, 2015년 등 3회에 걸친 선거에서 연이어 당선됐다.

조합장 업무추진비 사용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A씨는 2013년부터 지금까지 5년간 법인카드를 이사회 의결사항을 무시한 채 사용했다.

과다사용한 4500여만 원 중 800여만 원은 변상했지만 나머지 3700여만 원은 아직도 갚지 않고 있다.

그는 또 조합장 경제사업 목표금액(700만 원)을 채우기 위해 비조합원들이 자재나 비료, 농약 등을 현금으로 구매할 경우 이를 자신의 실적처럼 꾸민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이렇게 허위로 부풀린 실적을 이용해 매해 연말 조합원 이용고 배당 시 상당금액을 챙겼다.

조합장 및 상임이사 등이 사용한 지도사업비 및 면세유 불법 유통 사실도 적발됐다.

A씨 등 임원 10여 명은 2015년부터 작년까지 3차례에 걸쳐 부산, 통영 등으로 선진지 견학을 가면서 구미, 대구에 거주하는 신원불상의 여성 10여 명을 탑승시켜 함께 외유성 여행을 다녀왔다.

당시 해당 농협 노조는 이에 대해 정식으로 감사를 요구했지만 감사팀에 해당 일부 임원 등이 포함되면서 감사는 유야무야됐다.

감사 B(62)씨는 2015년 10월 면세유(경유) 900ℓ를 선결제한 후 고객 이모씨에게 전달해 불법사용토록 했다.

또다른 감사 C(62)씨도 면세유를 보관하면서 자신의 승용차에 주유하는 등 면세유를 불법 유통한 것으로 밝혀졌다.

면세유 제도는 농민이나 어민 등에게 영농, 영어 비용 경감 목적으로 1972년(농업은 1986년)부터 도입해 운영 중이다.

농·어업용 기계류에 사용되는 석유류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 특별소비세, 교통세, 교육세, 주행세 등이 면제돼 저렴하다.

하지만 면세유는 1년 단위로 제공되며, 당해 연도에 제공된 할당량 중 사용치 못한 잔량은 국고로 환수된다.

따라서 감사 B씨와 C씨처럼 당해 연도에 할당량을 모두 사용한 것처럼 선결제한 뒤 해를 넘겨 사용하거나 미자격자에게 양도해 사용토록 하는 것은 불법이다.

조합원 S(60) 씨는 "농협이 이렇게 부패했는지 미처 몰랐다"며 "자신의 연임을 위해 불법으로 정관을 바꾼 조합장부터 면세유를 불법으로 사용한 임원들까지 모두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