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6일 상암 누리꿈스퀘어에 평일 오후임에도 500여 명이 모였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ODA교육원과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를 비롯해 대한민국의 몇몇 국제개발단체가 주최하는 '2018 세계시민교육워크숍'에 참여하기 위함이었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유엔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사회의 교육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핵심은 전통적인 국민국가 중심의 시민성이 가지는 한계를 극복하고, 지구촌의 문제 해결과 상생 방식을 모색하는데 기여하는 세계시민의 역량 강화와 이를 위한 세계시민교육(GCED:Global Citizenship Education)의 등장이다. 물론 세계시민교육은 성인을 포함한 평생교육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하지만 아동, 청소년 시절의 세계시민교육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진다.
한국국제협력단 ODA교육원 박수연 과장의 '2018 세계시민교육워크숍' 발표에 따르면, 2012년 9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글로벌교육우선구상(GEFI:Global Education First Initiative, GEFI)'에서 글로벌교육목표 중 하나로 '세계시민의식(Global Citizenship) 함양'을 제시했다. 이는 교육의 역할과 목적이 더 정의롭고 포용적인 글로벌 사회를 만들기 위한 보편적 인류애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제 세계시민성은 17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네 번째 목표인 '모두를 위한 통합적이고 양질의 교육을 보장하며 평생학습을 증진한다'에 명시되어 2030년까지 전 세계가 함께 달성해야 할 목표 중의 하나로 포함되게 됐다.
세계시민교육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세계시민교육은 인류의 평화, 인권, 다양성 등에 대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고 가치를 내면화하며 책임 있는 태도를 함양하는 교육이며 더 평화롭고, 정의로우며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해 생각하고, 공유하고, 행동할 수 있는 시민을 양성하는 교육이다.
그러나 이는 관념적이고 포괄적인 정의에 가깝다. 아직 세계시민성과 세계시민교육에 대해 합의된 정의는 학계 및 교육 현장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2018 세계시민교육워크숍'에 참여한 교육관계자들 역시 세계시민을 기르기 위하여 교육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개념에 대한 합의와 학습방법에 대한 연구가 필요함을 언급했다.
유네스코가 제시한 세계시민교육의 학습범위인 인지적, 사회・정서적, 행동(실천적)영역을 중심으로 청소년 세계시민교육이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세계시민교육을 인지하기 위해서는 지식과 이해가 필요하다. 현재 중고등학생들이 배우는 정규 교육과정에는 세계시민성을 배울 수 있는 단원이 삽입돼있다. 청소년들은 지구 온난화와 환경문제, 난민문제, 문화다양성, 분쟁과 평화 등의 여러 주제로 세계시민교육을 접한다. 대한민국의 정규 교과과정에서 다루는 세계시민교육의 수준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매우 높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세계시민성에 사회적으로 그리고 정서적으로 공감하기 위해서는 텍스트뿐 아니라 눈높이에 맞는 체험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글로벌화로 인한 세계문제, 문제를 해결하는 다양한 사례를 글로만 접하는 청소년들에게 세계시민감수성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청소년들은 체험 후 서로의 생각을 교환할 수 있는 시간으로 세계시민성을 더욱 쉽게 접한다. 체험 프로그램이 그림그리기, 4행시 짓기 등 아주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을지라도 말이다. 아직 세계시민교육을 위한 교수법이나 가이드라인은 부족하다. 교수법 가이드라인 개발 시 체험프로그램은 핵심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2018 세계시민교육워크숍' 토론에서 가장 많이 언급됐던 단어 중 하나는 '실천'이다. 이론과 체험으로 배운 세계시민성을 청소년들은 실천으로 내재화한다. 공정무역은 아이들이 쉽게 이해하고 실천해볼 수 있는 소재다. 아름다운커피의 청소년 대상 공정무역참여 프로그램인 '공정무역교실'을 통해 주변에 공정무역을 알리고 공정무역 제품을 판매해 본 청소년들은 사회에 기여했다는 자부심과 성취감을 느낀다. 아이들의 소감에서 실천 후 '주변에서 공정무역 제품을 찾아본다, 부모님에게 공정무역 제품을 추천한다, 환경에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변화상을 매번 확인할 수 있다. '공정무역교실' 캠페인에 참여한 청소년은 매년 늘어 2012년부터 올해까지 1만여 명에 달하고 있다.
세계시민교육은 청소년들의 사고 자체를 넓혀 줄 수 있는 소재다. 물론 맹목적으로 세계시민교육의 장점만 받아들일 수 있는 허점은 항상 경계해야 한다. 그럼에도 세계시민교육은 청소년들이 사회에 나가게 되었을 때 직면하게 될 문제를 먼저 생각해보고 경험해보는 계기이기도 하다. 다양한 체험과 실천프로그램으로 세계시민교육을 접한 이 아이들이 성장해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베풀 수 있는 것을 알게 되는 좀 더 나은 세상을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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