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실시된 대만 지방선거에서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이끄는 민주진보당(민진당)이 참패했다.
2016년 집권한 차이 총통의 중간평가 성격이 짙은 이번 선거에서 민진당이 냉혹한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으면서 차이 총통의 정국 장악력이 급속히 약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대만 중앙선거위원회에 따르면 개표가 마무리되어가는 24일 오후 11시(현지시간) 현재 6개 직할시 중 타오위안(桃園)과 타이난(臺南)에서만 민진당 후보가 1위를 기록 중이다.
반면 야당인 중국국민당(국민당) 후보들은 신베이(新北), 타이중(臺中), 가오슝(高雄) 3곳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특히 국민당의 가오슝 시장 후보 한궈위(韓國瑜)의 '한류'(韓流) 열풍이 불면서 민진당이 20년간 장악해온 가오슝을 국민당에 넘겨주게 된 점은 민진당에 뼈아픈 대목이다.
150만 표 이상이 개표된 가운데 한 후보는 민진당의 천치마이(陳其邁) 후보를 14만 표 이상 격차로 따돌리고 선두를 달리고 있다.
천 후보는 패배를 인정하고 한 후보에게 전화해 당선을 축하했다고 밝혔다.
수도 타이베이에서는 무소속 커원저(柯文哲) 현 시장이 국민당 딩서우중(丁守中) 후보를 0.6%포인트가량 앞서가는 박빙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2014년 국민당 소속인 마잉주(馬英九) 총통 시절 치러진 지방선거 때 민진당은 6대 직할시 가운데 타이베이와 신베이를 제외한 4곳을 차지하는 대승을 거뒀다.
그러나 이번에 민진당은 2곳의 직할시 시장 자리를 국민당에 빼앗기면서 세력이 급속히 위축됐다.
차이 총통은 이날 밤 기자회견에서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민진당 주석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그는 "집권당의 주석으로서 오늘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완전한 책임을 지겠다"며 "우리의 노력이 부족했고, 지지자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라이칭더(賴淸德) 행정원장은 이날 차이 총통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차이 총통은 사표를 반려하고 라이 원장이 계속 국정을 이끌어달라고 주문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 결과의 충격으로 차이 총통이 조기 레임덕에 걸려 정국 장악력을 잃게 되면서 그의 2020년 재선 가능성도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왕쿵이 대만 중국문화대학 정치학과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민진당 강경파들은 차이 총통 대신 라이칭더 행정원장을 다음 대선에 출마시키기를 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차이 총통이 집권 이후 선명하게 추진해왔던 '탈중국화' 정책도 향후 추진력이 한층 약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고개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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