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봤다"는 증언 나오고 연예인 이름까지 거론돼
경찰은 20일 50대 여성 사업가인 권 모 씨가 건설업자 윤 씨를 성폭행 등의 혐의로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 권 씨 등 참고인 3명을 상대로 조사했다고 밝혔다. 현재 특수수사과가 이 사건을 내사 중이다. 경찰이 윤 씨의 성 접대 의혹에 관련된 동영상 존재 여부 및 관련 정황이 담긴 진술을 확보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고위층 성 접대' 의혹은 지난해 11월 권 씨가 윤 씨를 경찰에 고소하면서 불거졌다. 권 씨는 윤 씨가 자신을 성폭행했고, 이를 동영상으로 찍어 돈을 요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윤 씨가 다른 사회 지도층에게 성 접대를 했고, 성 접대 장면이 담긴 동영상 CD 7장이 존재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건설사를 운영하다 경영 악화로 접은 후 '건설 브로커'로 활동했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윤 씨의 경력이 알려지면서 '성 접대 의혹'은 '정관계 스캔들'의 필요충분조건들을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세간의 관심은 '성 폭행 고소 사건'에서 '동영상 존재 및 진위 여부'로 옮겨갔다.
▲ 경찰청 ⓒ연합뉴스 |
경찰이 이 동영상을 확보했다는 보도는 물론, 동영상 내용을 봤다는 한 법조인의 증언을 담은 보도도 나왔다. 누구의 실명도 거론되지 않고 있어 아직까지 실체가 없는 사건인데도 여론의 관심은 뜨거운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자 원주의 한적한 곳에 위치한 이 별장에 기자들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유명 개그맨 등 연예인도 드나들었다는 마을 주민들의 증언까지 보도됐다. '성 접대', '동영상'과 같은 '키워드'가 '사정기관 고위 공무원' 등 고위층 연루 의혹과 겹치면서 내연남을 상대로 한 한 여성의 고소 사건은 청와대, 경찰, 검찰을 비롯해 정치권, 연예계 등을 뒤흔들고 있다.
<중앙일보>는 이날 이 사건이 김기용 경찰청장의 전격 경질과 연관이 있다고 보도했다. 경찰청 고위 간부가 청와대에 관련 사건을 보고하지 않았는데, 청와대가 다른 루트로 이 의혹을 접하게 됐고 이 때문에 김기용 경찰청장에 대한 경질이 논의됐다는 것이다. 새 정부가 들어선 후 이어지고 있는 고위직 집중 인사 검증 시기와 맞물리며 파장이 커지고 있는 단적인 예다. 이 때문에 현재 새누리당까지 경찰 수사의 축소·은폐 의혹이 불거지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동영상에 찍힌 것으로 지목된 문제의 인사는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 등에 거론되고 있는 고위층 인사는 30명가량이다. 고위 공무원을 비롯해 판사, 검사, 병원장 등 고위층 인사들의 실명들이 "윤 모 씨와 연관이 있고, 문제의 별장에 드나들었다"는 확인되지 않은 의혹들과 함께 유통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새 정부 초반 대형 스캔들로 번질 수 있다거나, 오히려 박근혜 정부의 공직 기강 다지기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식의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사건을 내사 중인 경찰이 조만간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 일제히 수사 촉구…새누리당 "경찰, '직무유기' 비판 유념해야"
상황이 이렇자 여당인 새누리당도 경찰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상일 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을 내고 "고위 공직자가 연루됐다고 해서 경찰이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한다면 경찰의 위신은 추락할 것이고, 국민은 분노할 것"이라며 "경찰은 철저하고도 신속한 수사로 의혹의 진상을 있는 그대로 밝혀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내사 단계인 이번 사안에 대해 신속히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 대변인은 "지난해 11월 문제의 관련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지금까지 진실을 규명하지 못한 것은 경찰의 직무유기이자 권력 눈치 보기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걸 경찰은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은 그간 공직 사회의 솔선수범과 쇄신을 강조해 왔다"며 "그럼에도 몇몇 공직자들이 그릇된 행동을 한다면 새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공직자들은 이번 의혹 사건을 계기로 더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민주통합당 정성호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성 접대를 받은 인사들의 명단이 정치권에 확보되어 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며 "경찰은 즉각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해 진실을 조속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 대변인은 이어 "성 접대의 유무를 불문하고 어떤 명목으로든 건설업자의 호화 별장에서 접대를 받은 고위층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접대로 청탁을 받고 이를 다시 압력과 청탁을 통해 빠져나가려는 일부 사회 지도층들의 지금의 행태는, 그들의 도덕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를 보여주는 안타까운 우리 시대 지도층의 초상"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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