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가까이 멈춰있던 국회가 정상화됐다. 여야는 쟁점이던 고용세습 채용 비리 국정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사립유치원법과 '윤창호법' 등 민생법안 처리와 함께 예산 국회를 가동하기로 21일 합의했다.
여야 5당 원내대표는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회동에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원회를 구성해 즉시 예산심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갈등을 빚었던 소위 구성은 16인 정수로 민주당에 7명, 한국당 6명, 바른미래당 2명, 비교섭단체 1명을 배분하기로 했다. 또한 지난 엿새간 멈춰있던 예결특위를 포함한 모든 상임위원회의 활동을 정상화 하기로 했다.
예산국회 정상화는 최대 쟁점이었던 야당의 공공부문(공기업, 공공기관, 지방 공기업) 채용 비리 국정조사 요구를 여당이 수용하면서 타결됐다. 국정조사 대상 기간은 2015년 1월 이후 발생한 모든 비리가 해당된다. 이에 따라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요구해 온 교통공사 채용비리를 포함해 공기업과 공공기관에 대한 국정조사가 실시될 전망이다.
그러나 교통공사 채용비리 국정조사 요구는 야당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을 무력화하는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을 겨냥한 측면이 다분해 민주당 내부에선 수용하지 말아야 했다는 반발이 많다. 박홍근 의원은 여야 합의 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보수야당들의 막무가내식 협박정치 앞에서 올해만 드루킹 사건에 이어 또 다시 의혹만을 가지고 국정조사를 바로 수용한 점은 납득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박원순 시장도 "당의 고충을 이해하며 결정을 존중한다"고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도 "강원랜드 권력형 비리에는 눈감으면서 (교통공사 채용 비리 의혹에) 마치 권력형 비리라도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민생을 인질로 삼은 야당의 정치행태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내부 반발을 무릅쓰고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수용한 것에 대해 "이렇게 터무니없는 국정조사를 받아야 하는가라는 의견이 굉장히 많다"라면서도 "야당의 근거 없는 정치공세에는 절대로 응할 생각이 없다"고 당내 분위기 수습에 나섰다.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 입장도 당에서 결정하면 흔쾌히 수용하겠다는 것이었다"며 "사실 야당의 정치적 의도가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가 박 시장을 겨냥한 것이냐는 질문에 홍 원내대표는 "그렇게 본다"며 "(박 시장에 대한) 흠집 내기 혹은 음해가 아니라면 새로운 것을 제시하지 못하지 않냐. 그런 상황에서 국정조사를 받으라고 하니까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반면 권성동, 염동열 의원이 연루된 강원랜드 취업청탁 의혹은 2015년 이전인 2012~2013년에 발생한 사건이어서 국정조사를 피해갈 길을 열어놨다. 민주당은 2015년 이전이라도 비리가 밝혀지면 해당 비리 시점까지 포함된다는 입장이지만, 자유한국당은 2015년 이후 사건만 다루기로 합의한 만큼 국정조사 대상이 아니라고 해석을 달리해 추가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야는 12월에 본회의를 열어 국정조사 일정을 조율하기로 했다.
여야는 한편 '박용진 3법'을 포함한 사립유치원 관련법과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일명 '윤창호법' 등 민생법안을 이번 정기국회 안에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지난 5일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통해 합의한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3당 실무협의를 재가동하고 정기국회 내에서 반드시 처리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아울러 지난 10월 초에 지명됐지만 아직 청문 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는 김상환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이번 정기국회 안에 실시하기로 했다. 지난 15일 본회의 개의 불발로 처리하지 못한 비쟁점법안을 오는 23일 오전 10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한다는 데에도 의견을 같이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예산 소위 구성에서부터 비교섭단체 배려까지 야당이 많이 양보했다"라며 "고용세습, 채용비리, 사립유치원 회계 부정과 같은 비리가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되지 않고 공정한 세상을 만들도록 하자고 합의한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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