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 단축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는 19일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가 필요하다며 탄력근로제 도입에 따른 노동자 건강권 침해와 임금 감소 등 오·남용을 방지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안경덕 노동부 노동정책실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한 브리핑에서 탄력근로제에 관해 "선진국 사례 등을 고려할 때 적정 수준의 단위 기간 확대는 필요하다고 본다"며 "노동자 건강권 침해, 임금 감소 우려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는 최근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의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한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에 합의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최장 3개월인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이나 1년으로 늘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노동부는 일부 업종 기업의 경우 단위 기간 3개월의 탄력근로제로는 계절적 수요 등에 정상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3개월을 12주로 보면 최대 6주 동안 집중노동이 가능한데 일부 업종은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호소한다는 것이다.
노동부의 다른 관계자는 "선풍기, 에어컨, 난방기 제조업체 등 계절적 수요에 대응해야 하는 기업은 최소 4개월 동안 집중근로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모든 기업에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가 필요한 것은 아니겠지만, 일부 업종과 직무에서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산업 현장의 탄력근로제 운영 방식 등에 관한 노동부 실태조사는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노동부는 다음 달 중으로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용역 등의 결과가 나오면 이를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노동부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에 따른 노동자 건강권 침해를 막기 위해 기존 '만성 과로' 인정 기준 등을 토대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안 실장은 "노동부는 노동시간이 12주 연속 평균 60시간 혹은 4주 연속 평균 64시간을 초과하면 만성 과로 기준으로 보고 있다"며 "이런 부분에서 (탄력근로제 오·남용을) 제한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노동자 임금 감소 가능성에 관해서는 "일부 노동계에서 극단적인 경우를 예로 들어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면서도 "임금 감소 부분도 대책에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안 실장은 "탄력근로제를 오·남용하는 경우가 있다"며 "노동자 건강권 침해, 임금 감소 등 오·남용 부분을 어떻게 막아내느냐 고민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노동부는 탄력근로제를 도입한 기업에서 노·사 합의로 노동시간을 확정하면 이를 쉽게 변경하기 어려운 점을 포함해 탄력근로제의 세부적인 운영 방식에 관해서도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작년 기준으로 탄력근로제를 도입한 기업은 3.4%에 불과했지만, 지난 7월 시행에 들어간 노동시간 단축 대상인 300인 이상 사업장을 중심으로 탄력근로제가 확산 중인 것으로 노동부는 보고 있다.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도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문제를 논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경사노위는 오는 22일 개최하는 본위원회 첫 회의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문제를 논의할 '노동시간 제도 개선 위원회'를 산하에 설치하는 방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최근 김학용 위원장 명의로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논의를 요청하는 공문을 경사노위에 보냈고 경사노위는 논의 시한 등에 관해 국회와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 실장은 논의 시한에 관해서는 "국회와 경사노위, 노동계와 경영계 등의 입장이 달라 정확하게 말할 수 없다"면서도 "정부 입장에서는 가능하다면 경사노위 논의를 연내 끝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노동시간 제도 개선 위원회가 출범하면 포괄임금제 운영 지침도 함께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탄력근로제와 포괄임금제 외에 어떤 부분까지 논의할지는 노사정 사이에 논의 중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노동부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의 고용 영향에 관한 실태조사에 대해서는 "업종, 지역, 산업단지 등을 매월 선정해 조사할 계획"이라며 "이달은 (최저임금 인상의 타격이 큰) 도·소매 업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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