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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개 중 하나만 있어도…"

김민웅의 세상읽기 〈186〉

어떤 시선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볼 것인가에 따라 인간이 사는 방식과 그 결과는 사뭇 달라집니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을 보고 아파하는 눈길로 보는 이와, 함부로 해도 될 만한 상대로 보는 시선의 차이는 진정한 문명과 야만을 가르는 경계선이기도 합니다.

약한 자는 업신여기고, 강한 자는 선망의 대상으로 대하는 사회는 인간성이 파탄 난 곳입니다.

안쓰럽지만 기피대상인 다운증후군 소녀, 온갖 차별의식으로 똘똘 뭉친 대학원 출신의 한 남자, 고통스러운 적응과정을 겪으면서 오토바이 질주 외에는 그를 위로할 수 있는 것이 없는 탈북 소년, 운동권 학생을 고문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된 현실을 살아가는 수사관, 그리고 인권의 사각지대에 버려진 조선족 노동자들의 모습.

국가인권위원회가 다섯 명의 감독들과 함께 만든 〈다섯 개의 시선〉은 우리 사회가 놓치며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우리로 하여금 아프게, 그러나 때로는 매우 놀라운 풍자로 마주 대하도록 합니다.

그 다섯 개의 시선은 그래서 우리가 사실은 얼마나 시력이 나쁜 존재들인가, 우리의 시선은 얼마나 엉뚱한 곳에만 집중해 있는가를 일깨우고 있습니다.

가령, 술 먹고 횡성수설하는 한 청년은 친구들 가운데 가장 높은 교육을 받았고 가장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지만, 자기보다 조금 못하다고 보이면 모두 눈 아래로 깔아뭉개버리고 맙니다. 그러나 그런 그 자신이 사실 경멸과 혐오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음을 모르고 있으며, 결국 그는 외톨이가 되어버리는 현실에 처합니다.

다운증후군의 소녀는 그래도 남보다 낫다고 스스로 여기는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이들을 이해해야 한다고, 발음이 잘 되지 않은 한계를 극복하면서 최선을 다해 우리의 마음의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남한 사회에서 별종으로 취급받으면서 홀로 하류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탈북 소년은 언제든 고향에 돌아가 부모님을 만나야 한다는 생각으로, 배낭에 잔뜩 선물을 집어 넣은 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늘상 가해자로만 존재하던 한 고문 수사관에게도 가족이 있고, 하루하루의 힘겨움이 있으며 언제 직장에서 밀려나게 될지 모르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통이 그를 짓누르고 있었습니다.

그는 운동권 학생에게, 나중에 잘 되면 민주주의니 뭐니 서민들이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할 소리 하지 말고 비정규직 문제나 열심히 해결할 생각이나 하라고 합니다. 학생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수사관과 학생은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오목까지 두게 되는데, 이 오목 놀이가 또 얼마나 포복절도 할 이야기로 이어지는지는 영화 속으로 들어가 봐야 알 수 있습니다.

그토록 절박하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우리 사회의 외면으로 거리에서 죽어간 한 조선족 동포의 비극은 우리가 얼마나 잔인해져가고 있는지를 고스란히 입증해주고 있습니다.

지도자라는 이들의 시선에는 무엇이 담겨 있을까요? 대권을 쥐고 있거나, 또는 쥐려는 이들의 눈길에는 무엇이 보이고 있을까요?

이 사회의 고통에 대해 아파하지 않고, 자신의 일처럼 여기지 않으며, 어떻게든 보살피려 안간힘을 쓰지 않는 이들이 권력의 의자에만 앉아 있거나 권력만 달라고 아우성치는 것만 같으니, 민초들이 어디 정치를 거들떠보기나 하겠습니까?

다섯 개의 시선 가운데 단 하나만 있어도 세상은 달라지기 시작할 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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