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 전교조와 관계가 무슨 문제가 됩니까. 박 후보 말에는 전교조는 불신한 세력이라는 의미가 내포하고 있는것 같은데, 이런 것이야 말로 이념적으로 어떤 분리를 하고 계신 것 아닙니까?
박근혜 : 이념 교육 (등으로) 학교 현장을 혼란에 빠트린 전교조와 유대를 강화하는 것이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까? 이념 편향적인 정치교육을 중단하고 출범했을 때 (정신인) 참교육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아이들이 정치에 휘둘려서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전교조에 대해 잘못된 점을 생각 안하고 유대를 강화해간다면 이것이야 말로 동조하는 것이 아닙니까?
문재인 : 그 분들 가운데 옳은 것은 공감하는 것입니다. 전교조를 상대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은 이념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 전교조가 변질이 돼 학교현장을 혼란에 빠트리는 것에 대해서 우려스럽게 생각을 하지 않으신것 같습니다.
문재인 : 옳은 주장은 받아들이고 옳지 않은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 것 뿐입니다.
25일 취임식을 가진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 토론 과정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와 주고받은 '문답'이다. 박 대통령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한 인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박 대통령 취임을 전후로 정부가 전교조의 '법외 노조화'를 추진해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전교조의 노조규약 9조 1항이 노동조합법 등에 명시하고 있는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면 노조로 보지 않는다"는 조항에 위배된다고 봤다.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을 문제 삼은 것이다.
때문에 노동부는 시행령 9조2항(조합 설립 신고 반려사유가 발생한 경우 행정관청은 30일의 기간을 정하여 시정을 요구하고 그 기간 내에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당해 노동조합에 대하여 이 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하여야 한다)에 따라 전교조를 '법외 노조'로 통보할 수 있다. '법외 노조'가 되면 전교조는 조합비 원천 징수 등 정부에서 제공하는 각종 편의를 박탈당하게 된다.
▲ 2006년 12월 23일 오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반(反)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지향하는 뉴라이트 교사연합 창립대회에 참석한 한나라당 박근혜(오른쪽부터) 대표, 국민중심당 심대평 공동대표, 이명박 서울시장 등 참석자들이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
고용노동부는 현재 규약 시정 명령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규약 시정 명령을 내리게 되면 30일 내에 규약을 수정해야 한다. 이를 거부하면 자동으로 '법외 노조 통보'를 내리게 된다. 현재 전교조 조합원은 6만여 명이고, 해직자는 20여 명이다. 해직자들은 크게 시국선언, 사학 비리 투쟁, 민주노동당 소액 후원금 납입, 주경복 교육감 선거 운동 등과 관련된 교사들이다.
노동부는 전교조의 '법외 노조화'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전교조는 지난 23일 제65차 전국대의원회의를 거쳐 '전교조 탄압 대응 투쟁 계획(안)'을 의결, 해직자의 조합원 배제를 거부했다. 아직 정부는 확정된 입장을 내 놓고 있지 않지만, 새 정부 신임 고용노동부장관이 임명되기 전 노동부가 '규약 시정 명령'을 내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일각에서는 "새 노동부장관의 첫 과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음달 4일 있을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귀추가 쏠린다.
보수의 '눈엣가시' 전교조 공략, MB가 시작하고 朴이 마무리?
더 크게 보면 박근혜 정부 출범을 전후로 전교조에 대한 '법외 노조화'에 적극 나서는 상황에 대해서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의 배경에 "전교조 척결"을 주장해 온 뉴라이트 성향 단체들이 있다는 점이 눈에 띤다. 뉴라이트 성향 단체들이 모인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국민연합)은 전교조가 노동위원회, 행정소송 등에서 패소한 후 '법외 노조'를 통보하라며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국민연합은 2010년 박재완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 등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국민연합 홈페이지에 나온 이 단체 상임 지도위원의 면면은 화려하다. 고영주 국가정상화추진위원장을 비롯해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 김진홍 목사, 김홍도 금란교회 목사, 서정갑 국민행동본부장.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서경석 선진화시민행동 상임대표, 박세직 재향군인회 회장 등이 이름을 올려 놓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이들 '뉴라이트' 성향 단체들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서정갑 본부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를 철거하고 영정을 강탈해 실형을 받았던 인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마지막 특사 대상에 포함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진홍 목사는 이명박 대통령 지지자로 유명한데, 2007년 대선 기간에 이 대통령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였던 전적도 있다. 이른바 '전교조 퇴출 운동'을 벌인 단체의 주요 인사들과 이 대통령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말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과 동시에 추진된 전교조 '법외 노조화'를 박근혜 정부가 마무리하게 되는 그림이다.
보수 정권의 '반노조 정책'과 연관이 있는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지난 14년 동안 전교조 조합원 중 해직교사가 포함되지 않은 적은 거의 없었다. 이런 관행에 노동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는 전공노의 법외 노조화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이력이 있다. 지난 2009년 10월 정부는 해직자들이 전국공무원노조 조합원으로 활동 중이라는 점을 들어 규약 시정 명령을 내린 후 "해직자 4명이 여전히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법적 노조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당시 정부는 전공노의 반발을 제압하고 이를 밀어붙였다. 시민 사회나 야당 등에서는 다음 '법외 노조화' 타겟이 전교조였다고 보고 있다.
박근혜에게 '전교조'란? "대한민국 정통성 부정 단체…방관하면 안돼"
또 하나 주목할만한 부분이 전교조에 대한 검찰 수사 부분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이정회 부장)는 지난 21일 전교조 수석부위원장 출신인 박 모 씨 등 전교조 소속 교사 4명을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 구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무려 1년 전 수사에 착수한 사건인데, 박근혜 정부 출범 직전에 기소했다.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은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명박 정권 말기에 정권의 눈엣가시로 여겨졌던 전교조 문제를 법외노조화 시키는 걸 목표로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게 여의치 않자 일단 언론들을 동원해서 검토 단계에 있는 법외노조화 문제를 기정사실화(했다)"며 "이 정권 출범 초기에 일부 보수, 우리나라의 보수층의 결집을 위한 도구로 전교조의 문제를 활용하고자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06년 2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전교조 교육실태 고발대회"에서 축사를 통해 "전교조는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잘못된 가치관을 심어주고 있으며 우리의 과거사를 부끄럽게 생각하도록 교육하고 있다"며 "더 이상 이런 단체가 학교를 장악하고, 우리 아이들을 잘못된 길로 이끌도록 방관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6년이 흐른 지금 여전히 "이념 교육에 치중된" 전교조와 유대하는 데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전교조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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