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사면과 특별사면
일반사면은 '범죄'를 대상으로 하여 형선고의 효력을 상실시키며, 형을 선고받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는 공소권을 상실시킨다. 한편 특별사면은 형을 선고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여 형의 집행을 면제시킨다(사면법 제3조 및 제5조). 그런데 대한민국 헌법 제79조를 보면 어디에도 '특별사면'에 대한 규정이 없다.
대한민국 헌법 제79조【사면권】 ①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면 · 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다. ② 일반사면을 명하려면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③ 사면 · 감형 및 복권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출처 : 대한민국헌법 제0010호 1987.10.29 전문개정) |
다만 제2항의 '일반사면' 규정에 비추어, '국회의 동의'를 얻지 않아도 되는 '특별사면'이라는 대통령의 권한이 반대해석상 도출된다.
핵심은 '사면권의 남용'이 아니라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한다. 그런데 특별사면은 '법 적용의 평등'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그 사면대상자가 '힘 있는 자'이거나 '가진 자'인 경우에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사회의 통합을 깨트린다.
그런 의미에서 박근혜 당선인이 이명박의 특별사면에 대해 '권한남용이자 국민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비판한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이것은 핵심을 비켜간 허상(虛像)이다. 우리는 '사면권의 남용'이라는 어젠더(agenda)를 꽤 오랫동안 보아 왔으며, 동시에 그 '남용'이 계속 반복되는 것 또한 함께 지켜보아 왔다. 더 이상 논쟁만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 박근혜 당선인이 이명박의 특별사면에 대해 '권한남용이자 국민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비판한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이것은 핵심을 비켜간 허상(虛像)이다.ⓒ연합뉴스 |
'권력은 부패한다. 그리고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19세기 영국의 자유주의자 액튼(Lord Acton)의 말은 수많은 사회적 저술에 숱하게 인용된다. 그렇다면 절대권력은 왜 절대적으로 부패하는가? 그것은 통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즉 현재의 사면권 문제의 핵심은 '권한의 남용'을 지적하는 것을 넘어서 '그 권한을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는 데에 있다. 왜냐하면 일반사면의 경우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특별사면에 대하여는 아무런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헌법교과서는 사면권의 내재적 한계를 운운하지만, 상아탑의 공론(空論)에 불과하다.
사면법의 개정
'특별사면'에 대한 통제를 '국회'가 아닌 기관에 위임하는 것은 '옥상옥'에 불과하며, 형식적 절차의 추가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까지 '특별사면'이 '법적용의 평등'을 위협하고,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었다는 점에서 과연 이 제도를 계속 존속해야 할 '우월적 이익'이 무엇인지 자못 궁금하다.
개헌을 하지 않고 현행 헌법 체제 아래에서도 사면법을 개정하여 특별사면을 폐지할 수도 있고, 혹은 국회의 동의를 얻는 것으로 바꿀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다른 모든 국가가 특별사면 제도를 가지고 있다는 반론은 의미가 없다. 1789년 프랑스의 공화정은 다른 모든 왕정국가들 틈바구니에서 태어났다. 역사상 진보적 가치는 다른 모든 국가가 시행하는 것을 파괴하면서 실현되어 왔다.
애초 '특별사면'이라는 제도는 군주제의 유산이다. '왕(王)이 내리는 성은(聖恩)'이다. 이제는 박물관으로 보낼 때가 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2017년에 또 '사면권 남용'이라는 신문기사를 또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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