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장 인사특위 민주통합당 측 간사인 최재천 의원은 17일 이동흡 후보자가 사법연수원 교수로 재직하던 1993년 <사법논집> 제24집에 게재한 논문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하 1993년 논문)과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시절인 2003년 <法曹(법조)> 제52권 제 6호에 쓴 '지적재산권 소송의 현황과 전망'(이하 2003년 논문)을 분석한 결과 다른 저자의 저서와 유사한 논문 흐름, 그리고 다수의 인용 표기 누락 등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1993년 논문의 경우 연속되는 각주 5개가 다른 저자 저서의 각주와 순서만 다를 뿐 거의 동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타 저서를 무단 도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는다.
"1993년 논문, 각주 그대로 베끼면서 순서만 살짝 바꿔"
이 후보자의 1993년 논문 중 일부는, 3년 전인 1990년에 나온 강현중 교수의 <개정판 민사소송법> '제3편, 제3장, 제2절, 제3의 재판상 화해' 부분, 즉 667페이지부터 693페이지와 목차 그리고 글의 흐름이 상당 부분 유사하다.
2008년 2월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과학기술부)가 마련한 논문 표절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여섯 단어 이상의 연쇄 표현이 일치하는 경우", "남의 표현이나 아이디어를 출처 표시 없이 쓰거나 창작성이 인정되지 않는 짜깁기" 등을 표절로 간주한다. 목차, 글의 흐름의 유사성 등은 후자의 경우에 해당한다.
최 의원은 "논문 표절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20년 전 논문에 대해 (2008년 교육부의) 이러한 엄격한 기준을 갖다 대기는 어려울 것이지만, 창작성을 기본으로 하는 논문의 목차가 다른 글과 유사한 흐름으로 전개된다면 문제는 또 다르다"며 표절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심지어 1993년 논문 554페이지의 각주 7), 8), 9), 10), 11)은 <개정판 민사소송법> 675페이지의 각주 2), 3), 4), 5), 6)과 사실상 일치한다. 최 의원은 "이동흡 후보자는 논문에서 연속된 각주 5개의 인용 문서뿐 아니라 설명 내용까지 모두 그대로 베끼면서 마지막 각주의 순서만 살짝 바꿔 놓는 식으로 무단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 이동흡 후보자의 1993년 논문과 강현중 교수의 1990년 논문 비교. 최재천 의원은 "창작성을 기본으로 하는 논문의 목차가 다른 글과 유사한 흐름으로 전개된다면 문제는 또 다르다"고 주장했다. ⓒ최재천 의원실 |
▲ 이동흡 후보자의 1993년 논문 554페이지의 각주 7), 8), 9), 10), 11)은 강현중 교수의 1990년 논문 675페이지의 각주 2), 3), 4), 5), 6)과 사실상 일치한다. ⓒ최재천 의원실 |
2003년 논문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각주 2)에 인용된 저서의 페이지 및 각주 3)과 4)의 출처가 누락됐고, 일본 통계 자료를 다룬 <표3>, <표4>, <표8>에 대해서는 "인터넷에서 입수"했다는 설명만 있을 뿐 실제 사이트 주소 등이 명기돼 있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한국 통계를 다룬 <표7>과 <표9>, <표10>의 경우 역시 각주에서 "사법연감에서 인용"이라고만 밝히고 있을 뿐 출판년도, 페이지 등이 누락되어 어떤 자료를 인용했는지 확인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논문 표절은 심각한 문제다. 2000년에는 송자 전 연세대 총장이, 2006년에는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이 자기 논문 표절 의혹으로 각각 교육부 장관, 교육부총리에 오르지 못하고 낙마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박미석 사회정책 수석이 제자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으로 낙마했다.
최재천 의원은 "한국 헌법을 수호하는 헌법재판소의 수장은 특별한 도덕성이 요구될 수밖에 없는 자리이며, 따라서 도덕성에 대한 더욱 철저한 검증이 이루어져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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