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총장은 9일 "검경수사권 조정이 단순히 기능을 이관하는 식으로 논의되는 것은 곤란하고 위험하다"고 말했다.
문 총장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출석, 법무부와 행정안전부가 합의한 수사권 조정에 대해 "행정경찰이 사법경찰에 관여하는 것을 단절하는 문제와 같이 논의돼야 하는데 그 논의를 다른 범위에 위임해버리고 합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법무부 장관이 합의한 안에는 범죄 진압과 수사가 구분이 안 돼 있다"며 "경찰이 맡은 진압은 신속하고 효율적일 필요가 있지만, 검찰이 맡은 수사는 적법하고 신중하게 처리돼야 한다. 이것이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검찰개혁이 사법경찰을 사법적 통제로부터 이탈시키자는 논의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문 총장은 특히 "법무부가 조만간 조문을 정리한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한다"는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의 질의에 "저희와 논의하지 않았다.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경찰 제도의 원형은 자치경찰로, 법률에도 규정돼 있다"며 "경찰이 국가사법경찰과 자치경찰로 분리되면 수사권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는 해법을 제시했다.
검찰은 주요 사건을 담당하는 국가사법경찰의 수사만 통제하고, 일반 치안을 맡는 자치경찰의 수사는 민주적 통제에 맡길 수 있다는 취지다.
문 총장은 이날 사개특위에서 "국회에 나와 가장 강경한 어조로 말씀하신다는 인상을 받는다"는 여야 의원의 평가를 들을 정도로 다소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그는 검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검찰이 무엇을 내놓겠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하자 "저희가 다 내놓으면 검찰과 경찰을 아예 다 합하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검찰이 정치권력에 기생해 권한을 남용하고 국민의 인권과 기본권을 침해한 역사가 있지 않으냐"는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의 추궁에 "경찰도 그런 역사가 있다"고 응수했다.
그는 오 의원이 "지나치게 오만하게 답변한다. 침소봉대하지 말라"고 지적하자 "강한 언사로 불편함을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문 총장은 그러나 검찰 조직의 권한을 지키는 데 직을 걸겠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할 정도로 끝내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검경수사권 조정은 총장께서 단호하게 책임져야 할 사항이 될 수도 있다"는 한국당 윤한홍 의원의 질의에 "충분히 공감하고 그 부분을 염두에 두겠다"고 답했다.
그는 다만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에 관해서는 "여러 방안 중 어느 한 가지가 옳다 그르다 말하기는 섣부르다"고 전제하면서도 "굳이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검찰청은 이날 국회에 제출한 업무보고 자료에서도 공수처에 관한 입장을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일부 야당 의원은 "정부·여당이 검경수사권 조정을 포기하고 공수처 설치만 하려는 것 아닌가"라고 의심했으나, 문 총장은 "그렇다면 제 뜻이 잘못 전달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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