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3일부터 18일까지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일정을 소화하며 미국, 중국, 러시아 정상급 인사들과 양자 회담을 하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지만,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는 만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 징용 배상 판결'로 한일 관계가 껄끄러워진 탓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7일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이 에이펙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의 양자 회담을 추진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일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금은 분위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주요 4개국(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는 일정은 이미 확정됐다.
'강제 징용'에 대한 일본의 입장이 정리될 때까지 한일 정상회담은 열리기 어렵느냐는 질문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일단 기존의 정부 입장과 다른 사법부의 판결이 나왔고,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간이 좀 걸리는 일"이라고 부인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밖에서 과도하게 우리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지난 10월 30일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 배상 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1일 '강제 징용'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서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며 한국 법원 판결에 불복했다. 일본 정부는 일본 기업들에 배상 명령에 응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리는 한편, 한국 대법원 판결에 불복해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할 방침을 세웠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부터 16일까지 싱가포르에서 '한-아세안 정상회의', '아세안-한중일 정상회의' 등에 참석하고, 17일부터 18일까지는 파푸아뉴기니에서 에이펙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순방 일정을 소화한다.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은 7일 "이번 순방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정책과 주도적인 노력에 대한 국제 사회의 이해를 높이고, 지지 기반을 단단히 다져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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