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마지막 당적은 보라색을 주된 색으로 사용했던 통합진보당이었고, 사실상 마지막이라 할 수 있는 이번 선거에서 그는 무소속 후보였지만, 그는 선거 운동 내내 변함 없이 민주노동당의 주황색을 사용했다.
그리고 그는 졌다. "나에게 경남도지사는 마지막 공직이 될 것"이라는 '배수진'도 소용이 없었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초의 진보적 도지사 탄생이라는 꿈은 아직은 현실이 되기엔 한참 일렀다. 새누리당의 '텃밭' 경남의 문턱도 높았지만, 시작부터 좋은 조건이 아니었다.
투표율 77%에 홍준표 65% 득표
▲권영길 경남도지사 무소속 후보. ⓒ연합뉴스 |
홍준표 당선자를 상대로 야권 후보 단일화를 이뤄 양자 대결을 펼쳤던 권영길 무소속 후보는 35.10%, 44만147표를 얻는데 그쳤다.
사실상 당선이 확정된 홍준표 당선자는 당선인사에서 "여러분의 선택이 당당한 경남시대에 대한 열망이자 또한 피폐해진 도정을 바로 세워달라는 엄중한 명령임을 잘 알고 있으며 결코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말했다. 홍 당선자는 "서민 도지사, 깨끗한 도지사, 힘 있는 도지사, 그리고 정의로운 도지사가 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낙선한 권영길 후보는 "경남도민의 판단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비록 경남도지사로 일하지는 못하게 됐지만, 경남의 발전을 위한 권영길의 의지는 변함 없다"라는 낙선 인사를 남겼다.
"새누리 텃밭서 전임 김두관의 약속 불이행, 홍준표에 날개 달아줬다"
경남도지사 보궐 선거의 최종 투표율은 77%에 달해,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당시 투표율 61.8%보다 무려 15%포인트 높을 뿐 아니라 2007년 대선 당시의 경남 투표율 64.1%보다도 10%포인트를 훌쩍 뛰어 넘었다.
당초 투표율이 높을수록 박빙의 선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없지 않았다. 이는 투표율이 높을수록 야권 후보가 유리하다는 통상적인 전망에 기댄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이런 기대를 무색하게 했다.
전임 도지사의 '약속 불이행'에 대한 심판 여론이 예상보다 훨씬 진하고 두터웠다는 분석이 다수다. 경남도지사 보궐 선거는 김두관 전 지사의 대권 도전으로 인해 치러진 것이다. 김 전 지사는 도지사 선거에 나서면서 마지막까지 임기를 채우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을 뒤집고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 들었다. 권영길 후보가 출발부터 앉고 있던 최악의 약점이었다.
더욱이 경남은 애초부터 야권이 섣불리 넘보기 어려운, 새누리당의 텃밭이었다. 야권 성향이긴 했으나 전임 도지사도 민주당 간판이 아닌 '무소속' 간판으로 나와야만 간신히 당선됐던 경남이다.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홍준표와 '진보정치의 대부'로 민주노동당 대표를 지낸 권영길의 싸움은 그 기반부터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여러 가지 요인들은 홍준표 당선자에게 날개가 됐다. 홍 당선자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경남에서 얻은 득표율 64.17%(개표율 75.52% 기준)과 비슷한 수준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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