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궁을 떠난 화살이 145m의 과녁을 향해 날아가면서 푸른 하늘을 가른다. “우와” 한 단어로 터진 감탄사는 피부색도 눈빛도 다양한 해외 여러 나라의 젊은 예술가들이 감각적 본능으로 만들어낸 협주곡이었다.
지난 3일 청주시 상당구 공군사관학교 옆 성무공원에 자리한 청주시국궁장에서 해외 전통 음악 연주자들이 한국의 전통 활쏘기 체험을 가졌다.
이날 활쏘기 체험에 나선 이들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추진하는 문화동반자사업에 참여한 전통음악 연주자들로 충북민예총에서 안내를 맡았다. 참가국별로 몽골 2명, 베트남 2명, 아제르바이잔 2명, 코트디부아르 1명, 볼리비아 1명 등 총 8명이 함께 했다.
전통 활쏘기 체험을 진행한 ‘온깍지아카데미’ 정진명 선생은 “한국의 활은 무려 50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지금도 선조들이 활을 쏘던 그 방법 그대로 활을 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먼저 한국의 전통 활인 각궁에 현을 거는 시범을 보였다. 둥근 활을 뒤집어 현을 매는 방식의 각궁은 쇠뿔과 대나무, 뽕나무 등 여러 재료를 민어부레풀로 붙여 만들어 세계의 어떤 활보다 탄력이 뛰어나고 강한 힘을 갖고 있다.
활을 쏘기 위해서는 활과 화살, 현을 당기기 위한 깍지, 허리춤의 궁대가 필요하다. 활터에 나온 활쏘기 사원들이 옆에서 장비를 챙겨주고 기본자세를 잡아줬다.
체험에 앞서 각궁과 개량활로 각각 시범을 보였다. 과녁을 마주보고서서 활에 화살을 걸고 천천히 들어 올려 만작을 한 후 절정의 순간 힘차게 뒷손을 뿌리며 발시를 한다. 전통 활쏘기는 전통 한복과 닮아 아름다운 선을 그려낸다.
체험은 단거리 과녁을 이용했다. 145m의 거리까지 화살을 보내려면 어느 정도의 수련이 필요하기 때문에 단시간 체험은 주로 짧은 거리에서 진행한다.
체험자들은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전쟁과 사냥의 도구인 활을 대부분 처음 잡아보는 순감의 느낌, 활에서 발시되는 화살이 내는 짧고 날카로운 소리, 과녁에 꽂히는 파괴감 등 악기를 잡는 이들의 손에서는 작은 떨림까지 전해졌다.
활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날아가는 모양도, 거리도, 방향도 제각각이다. 그러나 두발 세발을 거듭하면서 과녁에 화살이 꽂힐 때는 “와우”라는 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정진명 선생은 “체험자들이 힘들어하지만 전통의 방식으로 진행했다. 그들 나라에도 수 천년된 전통 활이 있다. 단순한 재미 보다는 한국의 전통 활과 활쏘기에 대해 느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체험자들은 인솔한 충북민예총 이진웅씨는 “생각보다 매우 좋아하는 것 같다. 각국의 전통 음악을 하는 연주자들이어서 그런지 한국의 전통에 대한 관심이 많다. 특히 지난해 이어 두 번째로 실시한 활쏘기에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고 체험자들의 소감을 대신했다.
문화동반자사업은 ‘문화로 하나 되는’ 의미를 갖는다. 각 나라의 전통 음악인들이 한국의 전통음악을 배우고 더불어 활쏘기 등 전통 문화를 체험하면서 진정한 노마드 문화를 만들어내는 모습이 흥미롭다.
지난 7월 입국해 5개월 동안 청주에서 음악활동을 하는 이들은 한국어 배우기는 물론이고 직지체험관에서 활자 주조를 해보고 전통 민화와 춤, 붓글씨에 이어 전통 활쏘기 등 한국의 다양한 전통문화를 체험했다.
한편 해외 전통음악 연주자들은 오는 30일 청주예술의전당에서 지금까지 작업했던 각국의 음악과 한국에서 배운 전통악기 연주 등 발표 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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